표지나 제목, '운동장려' 라는 속보이는 표지 문구에 계속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던 책인데 ...사 놓고도 침대 옆에서 책을 묵혔다가 어제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 운동을 하고 싶어지고 몸이 생기를 찾거나 가벼워질 ..... 리는 없고, 의외로 진지한 작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가쿠라 미츠요, 는 낯선 이름이다, 싶었는데 '종이달'의 작가였다. 그의 여러 소설과 엣세이가 번역으로도 나와있는데 저 소설을 읽고 (은근)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먼저 봐서인지 지루했던 서술이나 대책없이 멍청한 주인공이 싫었기 때문이다.
어째, 불안한데, 하면서 시작했다. 표지의 설렁설렁 만화체나 쉬엄쉬엄 놓여있는 제목은 요즘 흔히 보이는 '위로'와 '만족' 류 아닐까 싶었다. 마흔 넘었으니 운동해, 그런데 별거 없어, 라는 걸 읽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첫 장부터 운동화 끈 꽉 조여매고 달린다. 마라톤. 하프 아닌 정식 마라톤. 완주 기록은 네 시간 43분. 이 책에는 일곱 번의 마라톤 완주 기록과 네 번의 트레일 러닝(산에서 뛴다!)와 등산, 심지어 야간 등산의 기록도 담겨있다. 이런 배신.
책의 서문에는 나이드는 것과 건강에 대한 순진한 생각과 자신이 얼마나 운동을 '싫어하는'지 천연덕스럽게 써놔서 힘을 빼고 읽기 시작했는데, 첫 챕터부터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다. 하지만 책 절반에 이르기 까지 저자는 '아 싫어, 뛰기 싫어, 힘들어' '걷고 싶어'를 반복한다. 자신은 그저 어쩌다보니 9년에 걸쳐 1키로 뛰기 부터 해서 43킬로는 뛰게 되었을 "뿐" 운동형 사람은 아니라....고, ... 이제는 믿기지 않는다. 그런 사람인 것이다. '종이달'의 작가는. 주말에만 달릴 수 있어서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속으론 '앗싸, 운동 거를 핑계가 생겼어' 라며 좋아하지만 주중에는 9시부터 5시까지 일을, 작가의 글쓰는 일과 다른 여러 '일'로 바쁘게 규칙적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러고도 계속 피곤과 오른 발 엄지의 기형과 전날의 과음의 숙취, 그리고 이런 저런 핑계로 몸이 힘들다고, 그런데 지금은 달린다고, 시침 뚝 떼고 적는 사람이다. 무서운 사람이다. (그래도 '마녀체력'의 저자처럼 철인삼종을 하지 않으니 다행) 달리다가 '심심해서' 소설 구상도 해보고 주위의 풍광에 감탄도 하지만 결국 마지막 오킬로를 뛰게 만드는 힘은 '맥주'라고 속의 말을 적는 사람이다. 결승전을 지나서 쨍하게 시원한 맥주를 마시려는 일념으로 그저 달렸다고. 몸은 아픈데 다리는 앞으로 나가는 신기한 경험, 그리고 아주 가끔, 등산 혹은 트레킹 중 자신을 넘어선 어떤 '환희'가, 절로 하하하 웃음이 나는 (몸은 뽀개지게 아프면서) '하이' 상태가 되기도 한다고 적어놓았다. 프랑스에서 와인, 굴, 스테이크와 함께하는 마라톤 코스는 결국 달리기 행사라 몸은 괴롭다고, 하지만 신선한 굴과 화이트 와인의 조합은 환상적이라고 독자를 약올리기도 했다. 다 읽고 나면 장딴지가 뻐근하고 목이 말라 맥주와 와인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 책은 음주 장려 엣세이, 아닐까)

귀여운 책의 삽화 캐릭터도 꾸준하게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