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네 가족은 더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로 이주한다. 몇 년에 걸치는 우주선 여행, 서글프고 긴장되는 피난길과 고요한 새로운 땅. 하지만 SF소설의 디테일한 과학 기술 언급 보다는 '미지의 대상'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당 한 권씩 가져가는 책으로 많은 이들은 '로빈슨 크루소우'을 챙겼는데 주인공 어린이 패티는 초록색 커버의 아름다운 책을 골랐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 초록책을 향해서 펼쳐진다.

 

화성에서 혼자 감자를 키우던 마크 와트니는 공기, 물, 가족 없이 고군분투했는데 새로운 별, '샤인'은 이주민들을 깨끗한 공기와 물로 반기는 듯하다. 하지만 단단하고 날카롭게 사람들을 내치는 생활환경. 과연 그들은 어떻게 적응해야할까. 이제는 돌아갈 지구도, 우주선의 연료도 없는데. 박물관의 청동기 철기 시대 유물들이 생각난다. 농사가 성공하면 계급이 생길텐데 패티 아빠의 야망은 '샤인'에서 빛을 볼까. (이제는 '법칙'이 없다, 고 말한 책임자 아저씨의 말이 얼마나 불안한지. 파리대왕은 사양합니다) 다른 생명체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 혹시 인간제물을 바치는 의식으로 변하지는 않을까. 영국 작가의 이주민 역사 이야기는 자꾸만 미국대륙을 생각나게 하는데 인류 역사의 흐름을 되풀이하게 될까 불안한 것은 셰익스피어와 '호메로스'에 집착하는 패티의 아빠 덕분이다.

 

아름다운 풀빛, 밝게 빛나는 녹색 랜턴을 매단 집들. 새로운 별, 샤인은 힘찬 새마을 운동 본부 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의 이기심이 조금씩 삐걱거리는 중에 이야기는 불안하게 끝맺는다. 그나마 용기있고 순수한 아이들이 희망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8-05-28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인류의 시작이네요. 흥미로울것 같아요. 셰익스피어와 호메로스라면 새 인류도 서구 유럽 중심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궁금증을 부르는 초록책^^

유부만두 2018-05-28 10:08   좋아요 0 | URL
네. 유럽 중심이 눈에 보여요.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30년대에 태어난 나이지긋한 영국 작가분이시라 ‘전통‘을 중시하는 분위기죠.
원주민/이주민 대비가 자꾸 생각나게 하지만 그 갈등은 의외로 ‘일단 덮어둔다‘는 해법을 취하고요. 어른들 사이에도 협동 보다는 거래를 중시하기 때문에 불안한 분위기에요. 그런데 아이들은 밝고 모험심이 강하죠. 애들 덕에 먹고 사는 이야기에요. ^^ 초록책은...뭘까요오?

psyche 2018-05-29 0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티가 가져간 초록책은 과연 무엇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유부만두 2018-05-29 10:01   좋아요 0 | URL
엄청 교과서 같은 결말이고요, 베리 유러피언 멘탈리티를 볼 수 있어요.
그래도 애들이 이뻐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