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정신 없이 바빠서 책도 얼마 못 읽었다. 궁금했던 도감을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고 독후활동 겸 실습도 하고, (통닭이 좋아)
더 궁금했던 인터뷰 실린 잡지는 사서 읽었는데 ... 하아.... 좋아했던 소설을 쓴 작가가 이런 말을 하고, 그걸 고대로 (혹은 다듬어서) 종이에 실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머리가 나쁜가. 왜 이런 말을 하고 남겨 놓았을까. 글과 종이, 기록의 무게를 잘 알 작가가. (링크는 걸지 않지만 A잡지에 실린 권ㅇㅅ 작가 인터뷰)
프루스트는 계속 읽어서 이제 이십쪽 쯤 더 읽으면 1부가 끝난다. 화자가 '의도치 않게' 옅보게 되는 타인의 매우 사적인 공간과 행동들. 주저 없이 드러내는 피고용인에 대한 멸시, 넘쳐나는 비유와 비유에 이젠 이걸 다 읽고 험담을 해야겠군,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시냇가에 펼쳐진 꽃길을 따라 걷는데 시공간을 뛰어넘어 비유는 전 우주로 펼쳐진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내 두 발은 여기, 한국, 우리 집을 떠나 19세기 콩브레를 찍고, 소년과 청년기의 프루스트의 펜 끝을 스치고, 12세기 유럽의 성주의 창가에 매달리게 된다. 영리한 작가, 얄밉도록 능수능란하군. 그래도 넘어가지 않겠어. 고집스러운 역자는 원발음과 꽃 종류 하나하나 구별하며 우리말 번역인데도 자꾸만 외국어를 더듬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이런다고 내가 못읽어낼소냐. 징검다리 처럼 한 발짝씩 떼며 읽고 있다. 오늘, 징검다리 요일을 딛고 내일 휴일을 바라보고 있다. 일단 깨끗한 바람에 이불을 빨아 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