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 원작의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제작임에도 극장에선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넷플릭에서 찾아서 봤는데...

 

불편했다. 고아에 불면증까지 겪는 당돌한 여자아이 소피. 고아원에서 새벽 3시에 깨어있다가 거리를 다나니는 거인을 목격하고 납치당한다. 거인을 봤으니, 어쩔 수 없이 잡아왔노라고, 넌 집에 못간다, 라고 엉성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번역 자막이 꽤 귀엽다) 거인. 하지만 그는 거인나라에선 소인격이라 천덕구러기로 치이며 산다. 그도 그럴것이 이 '작은' 거인은 고작 7미터, 다른 아홉 거인들의 반도 안되는 체격에 베지테리언이기 때문이다. 다른 '육식'(특히 휴먼빈, 인간콩, -휴먼 비잉의 오발음-을 즐겨 먹는) 공룡 거인들은 베지테러블, 이라며 채소는 싫어한다.

 

이 작은 거인은 인간콩 냄새를 맡고 킁킁 대는 거인들로부터 소피를 구하려 애쓰고, 한편으론 그의 업인 '꿈 모으기' 에 열중이다. 불면증인 소피는 꿀 수 없는 꿈. 작은 거인은 소피와 힘을 합쳐, 반딧불처럼 날아다니는 색색의 꿈을 무기로, 영국여왕과 '문화 선진국' 부대의 힘으로 '야만' 거인들을 물리치고, 맛있는 채소밭을 일구며 살게된다는 해피엔딩. 고아였던 소피도 (정황상) 영국 여왕의 시종녀네 입양되어 편안하게 잠을 푹 자게 된다.....하.지.만.

 

납치. 거인 늙은 남자, 자기들 세계에선 치이지만 어린 소녀에겐 거인인 그가 매우 불편했다. 무섭고 징그러웠다. 다른 거인들도 익살스럽게 슬랩스틱을 하지만 아이를 잡아먹는다. 작은 거인의 예전 소년 친구도 그렇게 희생되었고 여왕의 개입을 부른 어린이 실종 사건은 후속 보도가 없는 채로 영화는 끝난다. 죽은 아이들이 있다. (로알드 달은 죽음이 흔했던 전쟁 시기에 이야기를 썼겠지)  글읽기를 가르치고, 다른 거인들을 물리쳐 주는 것으로 착한 거인과 어린이와의 관계가 수평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납치와 살인이 생생한 애니메이션은 매우 무섭고 불편했다.

 

어린이는 힘이 없으니 잡아가면 납치당하고, 힘센 어른들 틈새에서 숨고, 강한 어른의 힘을 빌어서 나쁜 어른을 내몰고, 조금이라도 덜 나쁜 어른, 부유한 어른이라면 더 나은, 그런 어른에게 보호받고 자라날 수 밖에 없다. 어린이 소피의 '힘'이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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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5-0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뭔가 찾아봤더니 the BFG 였네. 제목은 알지만 안 읽어봤었는데 계속 안 읽어야겠다.

유부만두 2018-05-04 16:52   좋아요 0 | URL
제목 이렇게 붙인 것도 웃겨요. 전 로알드 달 책제목이 My Little Giant 인줄 알았어요. ㅎㅎㅎ 영화가 찜찜해서 극복을 위해 책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뭔 심리인지 모르지만)

psyche 2018-05-04 22:51   좋아요 1 | URL
나 처음에 영어로 검색했었잖아. 내가 못들어본 제목이 다 있네 하면서.
그 심리 이해해. 사실은 나 책장으로가서 그 책 찾아오려했었거든 ㅋ 읽고 감상 이야기해줘.

라로 2018-05-05 00:08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영화 봤어요. 공감!
책은 좀 괜찮아요. 책 읽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