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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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녀온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는 국내에 <카모메식당>, <안경>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오기가미나오코 감독의 <요시노 이발관>이었다. 영화는 일본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상하게도 그 마을의 남자 아이들은 모두가 바가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이것은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오랜 전통으로, 그 마을에 사는 남자 아이들이라면 모두 예외 없이 그 전통을 따라야만 했다.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바가지 머리' 외에 다른 머리는 선택할 수 없었기에, 누구도 자신들이 왜 바가지 머리를 하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 마을에서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마을에 멋진 염색머리를 한 전학생이 오면서 시작된다. 그는 자신에게 강요되는 바가지 머리를 거부하고, 최선을 다해 저항한다. 바가지 머리는 인권에 대한 침해라며. 그제야 아이들은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우리는 왜 꼭 바가지 머리를 하고 있었어야만 했던 것이지?
 
김규항의 <예수전>은 바가지 머리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 번도 제 스스로 의문을 가지거나 되돌아본 적이 없는, 성찰을 잊은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 제발 한 번 쯤은 '왜?'라고 묻길 바란다며 다그치는, 그리고 제 스스로 몸소 저항하는 그 평화로운 마을의 전학생 같은 책이다. 오늘날의 교회는, 오늘날의 성도들은 자기들이 믿기에 편한 예수의 모습을 정하고, 그에 걸맞게 예수의 삶을 재규정해 나간다. 믿기 편하게, 적절히 자신들의 부를 향한 욕망을 합리화시켜주는, 제 입맛대로의 예수를 믿으면서도 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되묻는 불편한 작업은 굳이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러한 마몬의 신앙은 사람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조금씩 물질적인 욕망을 심어 주기에, 그리하여 행복의 기준을 돈과 물질로 천천히 바꾸어 버리기에 스스로를 해치는 위험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는 '부'라는 것은 정당한 방법으로 쌓은 것인가의 여부를 떠나 '가난한 이들이 존재하는 한' 부끄러운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는 예수가 정치적 혁명가가 아니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예수가 지배 체제에게 사형 당한 이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또한 예수와 관련한 모든 해석들은 이 점을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수는 당시 폭동과 살인을 가한 정치적 테러범이었던 바라빠보다 더 위협적으로 간주되던 인물이었으며, 그것은 곧 예수가 혁명적 인물이었음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교회는 ‘죽음으로 내 죄를 대속한 그리스도’ 즉 신학과 교리 속에 갇힌 예수만을 선택하고, 그와 다른 견해를 배척하는 것을 마치 타협 없이 예수를 섬기는 순수한 신앙의 결정체인 양 자위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 이들에게 한낱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생각을 전할 때도 그의 본디 생각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하면서 어찌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부분에 있어서 자신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이 있음을 겸손하게 인정하지 못하느냐고 물으며, 앙상한 교리와 신학을 내세워 자신이 하느님의 뜻을 위임 받은 양 구는 태도는 하느님을 섬기는 태도가 아니라고 강하게 말한다. 예수는 가난하고 못난 사람들, 죄인, 여성, 아이들이 사람 취급 받는 세상을 관념 속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안에 만들고자 하는 이였으며, 자선과, 적선이 아닌 ‘나눔의 체제’로 변화함으로써 이러한 사회를 가능케 하기 위해 몸소 보여준 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예수가 어떤 이들에게는 퍽 새롭고 신선할 지는 모르나, 아마도 이 책을 읽을 이들의 상당수에게는 ‘전혀 새로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 다뤄진 예수에 대한 견해는 이미 여러 진보적 신학 혹은 신학자들을 통해 이야기되어 왔으며, 특별히 교회의 장로가 대통령이 되어 마몬 신앙의 대표 선수를 자원하며 보여주고 있는 여러 모습에 대한 반증으로 최근 들어 더욱 대두되고 있는 하느님 나라 운동과도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에 머무르지만은 않는다.
 
예전에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좋은 책들은 정작 그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읽지 않고, 이제는 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계속 읽게 되는 것 같다고. 사실 이 책의 첫번째 타겟 독자일, 여전히 바가지 머리를 하고 있으면서 자신이 바가지 머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이들의 상당수는 아마도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김규항을 알고, 좋아하며, 이 책을 읽을 이들의 상당 수는 어떤 방법으로든,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신앙이 바가지 머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기회가 있었던 이일 확률이 높다. 저자 역시, 경험이나 직관을 통해 이 책을 실질적으로 읽게 될 자가 누구인지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여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사실 그들 중 일부를 향해 쓰여졌고, 더욱 힘주어 쓰여졌다. 예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그리 하셨듯,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회적 비판이 반드시 그 시대의 가장 악한 세력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말을 스스로 증명해내듯.
 
저자는 그들 중 상당수가 서 있을 묘한 지점을 간파해낸다.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변혁이 아닌, 변형 정도에 그치는 변화를 말하는 것, 끊임 없이 현실과 타협하는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대단한 변화를 일으키는 듯하지만 실은 현실의 모순을 순화하고, 정당한 분노를 누그러뜨려 진짜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자본주의가 절대 극복될 것이라 믿지 않으며, 자본주의의 극복을 바란다기 보다는, 자신이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반대한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확인하는 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종류의 사람이다. 저자는 되지도 않는 논리로 제 탐욕과 이기심을 드러내며 자본주의를 찬미하여 인민들로부터 반감을 사는 사람들보다, 이러한 이들, 즉 입만 벌리면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지적하고 비판해 많은 인민들에게 양식을 가진 사람들로 여겨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본주의 체제를 오히려 공고히 지키고 있다며 그들을 향한 일침을 가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말하는 소위 ‘진보’ 혹은 ‘사회적 변화’라는 것 역시 실은 진정한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나의 삶을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그 무엇’이 아니었는가, 철저하고 처절하게 돌아볼 일이다. 이제는 거의 전국민적 ‘교양’ 덕목의 수준으로 자리잡은 ‘쿨함’을 지향하느라 진짜 변혁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는 누군가의 뜨거운 시도를 촌스럽게 여기며 조소를 보내지는 않았는지. 멀리 갈 것도 없다. 사실 이것은 바로 나 자신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나님을 위해 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또 다른 방식으로 나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가지는 않았는지. 작은 행동, 작은 변화를 통해 실은 잘 살지 못하고 있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데만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겨우 바가지 머리에서 벗어나 또 다른 형태의 바가지 머리를 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 책은 끊임 없이 나를 다그치고,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젠 삶으로 그 물음들에 성실히 응답하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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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5-1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구매자 40평이 아니라 리뷰쓰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미 강력한 추천이 되었어요. 깨달음을 많이 주는 리뷰였답니다. 잘 읽었어요. 저도 이 책 보고 싶네요.

웽스북스 2009-05-12 14:54   좋아요 0 | URL
헤헤 마노아님. 저 구매자가 아니라서요 ㅋㅋ
아. 오랜만에 리뷰를 쓰려니 힘들더라고요 ㅎㅎㅎ

치니 2009-05-1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강력 뽐쁘 리뷰이지만, 읽을 지 말 지 망설여져요.

웽스북스 2009-05-12 22:42   좋아요 0 | URL
히잇, 강력 뽐쁘에는 가끔 부응해주는 것도 좋지요 ^-^
그나저나 치니님에게 뽐쁘가 됐다니, 저 좀 기쁜데요 흐흣

가끔 들르는 이 2009-05-1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웬디양님은 글 솜씨가 가면 갈수록 느는 거 같아요. 부럽네요.

웽스북스 2009-05-12 22:43   좋아요 0 | URL
아, 가끔 들르는 이, 님,
아마 마음에 드는 부분은 거의 제가 쓴 게 아니라
책의 내용을 가져온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저의 글쓰기는 날로 정체정체 ㅜㅜ

가시장미 2009-05-1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었던 책인데, 이 리뷰를 보니 더 읽고 싶네요. ^^

웽스북스 2009-05-17 17:34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가시장미님!! ^-^

BRINY 2009-05-1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어렵지 않을까해서 고민중이었는데, 웬디님 리뷰 보니 봐야겠다는 결심이 듭니다.

개인주의 2009-05-15 10:59   좋아요 0 | URL
저도 어려울까봐 사기 전에 사전작업으로 훑어봤는데 어렵지 않아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려구합니다 저도^^;

웽스북스 2009-05-17 17:34   좋아요 0 | URL
네네 BRINY님, 누피님, 어렵지 않아요. 읽어보세요. ^-^

마노아 2009-05-1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주의 마이 리뷰 당선이에요. 축하해요, 웬디님. 리뷰 읽으면서 한 건 할 줄 알았어요.^^

순오기 2009-05-16 10:20   좋아요 0 | URL
저도 축하해요~ '스트레칭 가이드북' 이후 리뷰당선인가요?^^
알라딘은 일년에 한번은 리뷰 당선의 기쁨을 선사하죠.
돌베개 책들은 참 좋다면서도 쉽게 읽어지지 않더라고요.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이 여럿 있거든요.ㅜㅜㅜ

웽스북스 2009-05-17 17:35   좋아요 0 | URL
와. 감사합니다. ^-^ 스트레칭 가이드북 이후 처음 맞아요. ㅋㅋ 리뷰도 좀 부지런히 쓰고 그래야되는데 워낙 게을러서. (사실 이 리뷰도 누군가의 부탁으로 쓴거거든요 ㅎ)

이매지 2009-05-2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웬디양님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
이 책 저도 읽어보고 싶던데 어렵지 않다니 용기 불끈! ㅎㅎ
 
7321 Oil based INKPAD s2 유성잉크패드 - Warm Gray
아르데코7321
평점 :
절판


색깔도 고급스럽고, 종이가 아닌 곳에도 찍을 수 있어서 사람들이 신기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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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지인들과 충동적으로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전날 다섯시에 결정하고, 아무 준비 없이 간 대책 없는 여행자들에게도 다행히 전주는 친절한 도시였습니다. ^-^  



푸른 하늘, 노란 상징물, 기분 좋은 색깔로 전주와 만나다 

 

전동성당 내부.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은,
도를 넘지 않은 정갈함이 인상적이었어요

 

주 예수를 떠나서는 내가 갈 곳이 없습니다,  라는 고백에 
친히 응답하시는 것 같은,  

성당 내부 양 벽의 스테인드 글라스



순교터인 걸 알고, 이리 환하게 웃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꽃이 좋았을 뿐 -_-



기쁘게 함께 해 주어 고마워요 ^-^  



성당 내 계단에서



짜잔, 경기전으로 들어가 볼까요



삐그덕



길을 지나면



바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들려드릴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





덩달아 노래하는 마음으로 웃어봅니다



오늘도 가지는 하늘에 제나름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게으름을 부린 탓에, 어느덧 조금씩 균형을 잃어가는 해 앞에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카메라가 먼저 느끼는 예민한 어두움! (위의 사진은 플래시)



사라지기 전에, 얼른! 그림자를 잡아둡니다



담장 아래에서도 찰칵!!



그것도 좀 걸은 거라고, 피곤에 지친 우리에게 
선물처럼 나타나 주었던 카페



괜히 반가워서 메뉴아가씨 놀이를. ㅎㅎ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좋겠죠 ^-^


 
나는 커피와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망언? 파문? ㅋ)



우리가 보려고 구매한 영화의 정보도 찾아보고,
앞으로 어떤 일정으로 다녀야할지, 잠시 계획도 해보는 시간





그치만 역시 딴짓이 주는 즐거움도 무시 못하고 ^-^



최명희 문학관 가는 길에 있던 빨간 우체통
이런 것들은, 괜히 기분을 좋아지게 만들지요

 

최명희 문학관,
관람 시간인 여섯시를 훌쩍 넘겨 들어간 여행객들에게도
친절히 여유를 선사해주던 고마움

 

그녀 생의 흔적들
내가 만약에 무언가를 남기게 된다면 

나는 어떤 것으로 기억될까, 라는 궁금증이 잠시 들었습니다.



혼불의 원고들, 정말 대단하지요



가까이서 보면 더욱 대단, 역시나 '혼불'이 담긴듯한 원고



우리 다음엔 혼불을 읽어요 (절판입니다 두둥) 



별 이유도 없이 마음에 들던 초록대문 집



동학 기념관 앞에서 만난 동백
동학과 동백은 참 닮은 것 같아요,  
빨갛게 피어올랐다 목째 떨어지는 게...



마음에 쏙 들던 풍경



저녁은 전주 한정식,
사실 음식이 다 나오기 전에 배고파서 얼른 사진찍고 먹어버렸어요



영화 '비'를 보고 삼천 막걸리 타운으로 달려가 막걸리 한주전자
사실 막걸리보다는 안주에 더 올인했지만 ㅋ

(나 홍어맛도 알아버렸어요. 아, 정확히는 삼합 ㅋ)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막걸리 가게의 주전자들 ㅋ

 

막걸리를 마시고 한시간여를 숙소까지 걸었다,
괜히 전주 시내를 이제 다 알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나는 지도도 못보지)
걸은 길을 지도에 표시해보니

1. 와, 많이 걸었다,
2. 헉, 너무 돌았구나 -_-



다음 날 아침, 순두부찌개에 두부도넛츠  
그리고 커피 한잔의 여유까지



하지만 여유의 대가는 혹독했다. 으으.
당일 구매 표를 사려고 기다리는 줄



지친 자원봉사자들, 흐.
나의 직업병은 이런 데서도 발동

영화제 배너 아래 스폰서한 브랜드들은
이런 식으로 온라인으로 다시 간접 광고 효과를 누리니
광고비 얼마로 환산해 보고하려나, 



줄 서서 기다리는 중, 부디 영화가 남아 있길



전주를, 영화제를, 기억해 주세요, 외치는 녀석들
다음번에는 저 여행책도 더 잘 걸어다녀야지



여기저기 붙은 매진 딱지들 하하
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장이나 예매 성공!



영화 시간이 40분밖에 안남았어도, 나는 극구!!  
나무라디오에 가자고 우겨대고 ㅋ

 

우겨댄 내가 덜 무색하도록,
이 곳은 예쁜 꽃으로..

 

화려한 색감과 아기자기함으로 우리를 맞아주었고 ^-^

 

우리도 함께 반가워하며, 신나는 사진 모드



이 사진은 햇빛에 얼굴이 많이 날아가서 마음에 들어요 ㅋㅋ



하지만 무엇보다 킹왕짱이었던 것은 이 커피로, 
전주에서 마신 네잔의 커피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코스타리카 큐옥션)

 

영화를 보고, 다시 한옥마을로 건너가던 중 만난 풍경들



한옥마을은 한지축제중

 

눈이 차분해지는 것 같은 단아한 색감의 한지들



알록달록 기분 좋은 컬러들로 ^-^



전북대로 가던 길, 버스 뒤편에, 물뿌리개?
녀석의 정체는 뭘까? 



덕진공원으로 혼자 걸어가던 길



분명 즐거울텐데, 
쓸쓸해보인다



알고보면 봄도 쓸쓸할 거야...



덕진공원 앞 커피발전소, 
전주에서 꽤 유명하다는 커피집



직접 로스팅한 커피맛이 꽤 좋다



흘러나오던 음악이 참 좋아 음악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았다



여기서는 혼자라 나를 찍을 수 없어, 나대신 이녀석으로 대체

 

이 곳에서 잠시 책을 읽으며, 여행을 정리하는 시간 갖기



여행의 마지막,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1700명이 함께 본 요시노 이발관은 
정말 재미있었다 (시네큐브에 곧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흩뿌리기 시작하는 비를 맞으며,
나도 그렇게 전주와 이별 



영화도, 여행도, 음식도, 커피도, 숙소도
모두 좋았답니다.

전주 영화제 근처 숙소들이 모두 꽉 차서 조금 외곽으로 나갔는데 
훨씬 깔끔하고 넓고 좋은 숙소들이 많아
정말 기쁘게 묵을 수 있었어요 

커피는, 요즘 한달에 다섯잔만 마시기, 시도중인데
4월에 지킨 스스로가 너무 기특해  
전주 여행 기념 선물로 '프리쿠폰'을 스스로에게 끊어주고
조금 집착해서 마셨습니다.

저 세 카페는 모두 좋았지만, 꼭 한군데만 가신다면
'나무라디오'에 가실 것을 추천드려요






간만에 좋은 사람들과 걷고, 먹고, 웃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즐기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몸과 마음에 남은 여독을 이제 잘 추스려야지요.
다행히 기쁘고 기쁜 주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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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5-09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따라가며 전주 구경 잘 했어요.
성당도 꽃도 그림자도 다 아름답네요.
웬디양님은 커피와도 꽃과도 잘 어울려요^^

웽스북스 2009-05-10 03:41   좋아요 0 | URL
우와 고마워요 혜경님
그림자 사진은 저도 꽤 마음에 들어요
많은 사진 중 혜경님이 그림자 사진을 봐주어서
참 고맙고 좋아요 ^-^

블리 2009-05-0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시 부지런 웬디양~ 새 글이 깜빡이길래 왔더니 여행기가 올라왔네.
난 통영사진까지 정리하다가 갑자가 2년간 사진 정리&백업 모드가 되어 넉다운;;
블로깅은 언제나 하려나...-_-;
근데 내가 좀 사진 잘 찍는거 같지 않아? 후훗

웽스북스 2009-05-10 03:42   좋아요 0 | URL
우헤헤 언니 사진이 좀 킹왕짱이에요 ㅋㅋ

저는 통영 사진 카메라로 봤으니까 ㅎㅎ
J 답게 꼼꼼히 천천히 하세요 ㅋ
저는 NFP답게 후딱후딱 대충대충 ㅋㅋ

순오기 2009-05-0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여행 좋았군요~ 여직 전주를 못 가봤는데 덕분에 잘 다녀왔어요. 감사~ ^^

웽스북스 2009-05-10 03:4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전라도라
괜히 순오기님 생각나더라고요
헤헤헤 ^-^

노이에자이트 2009-05-0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배경과 인물이 잘 어울리네요.

웽스북스 2009-05-10 03:42   좋아요 0 | URL
우와~ 감사합니다 ^-^

chae 2009-05-10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꺅 웬디님!
요시노 이발관 보셨어요?
카모메 식당, 그리고 이어 안경의 간지 폭풍때문에
엄청 기대하고 있는데.. *.*

여행도 너무 부럽습니다 ㅠ

웽스북스 2009-05-10 23:17   좋아요 0 | URL
혜진님 ㅎㅎ
요시노이발관은 매우 재밌고 똑부러지는 영화에요
꼭 보세요!!!

또치 2009-05-1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어디서 뭘 먹어도 맛있는 전주!! 추릅추릅.
영화 본 것보다 전주에서 맛있는 거 먹고 온 게 더 부러워욥!
(웬디양님 옷 예쁘당~)

웽스북스 2009-05-10 23:18   좋아요 0 | URL
우헤헤 정말요? 정말요? ^-^ 나 또 막 뿌듯하고 ㅋ
쇼핑몰 주소라도 공유? ㅋㅋ (아, 그런데 저 옷 산 쇼핑몰 문닫았구나 ㄷㄷ)

네꼬 2009-05-1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요새 왜 띄엄띄엄인가 했더니 웬디양님, 이렇게 놀고 있었던 거야! ㅠㅠ 사진 속 성당도 경기전도 눈에 선하고, 웬디양님은 여전히 예쁘고, 아 봄 밤은 깊어가고 내일은 월요일이고 (응?) 웬디양님, 오래간만의 인사인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09-05-11 00:40   좋아요 0 | URL
앗, 딱걸렸다 맞아요 네꼬님 서른맞이 놀기모드하느라 아 요즘 너무 정신없었어요 흐흐 봄밤은 깊어하고, 이제 얼마 안남았고 ㅜㅜ 이제 또 열대야가 얼마나 우릴 괴롭힐까요- 흑.

인간이 놀기만하고 띄엄띄엄 글을 쓰니까 좀 생각이 후져지는 것 같더라고요- 알라딘에 이제 자주 글 남겨야지, 라고 한달전에 결심했는데 으으 ㅋㅋ

다락방 2009-05-1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가고 싶었는데, 가고 싶었는데.. ㅜㅜ
부러워요 웬디양님 부러워요. 그 싱그러운 미소를 준게 전주로군요! 멋지게 즐기고 있네요, 웬디양님.
더 즐겨요, 더, 더!!

웽스북스 2009-05-12 22:4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우리 조금 더 더워지면 치킨에 맥주 마셔요. 흐흐.
 



갑자기 좌뇌와 우뇌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서 해보니, 
'전뇌형'이란다 

뭐든 항상 회색분자 같아. 이것도 좀 지긋지긋해. ㅋㅋ 





테스트 해보기 :  http://www.brainking.co.kr/program/intro_04.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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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5-06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랑하실만한 결과인데요.

웽스북스 2009-05-06 13:24   좋아요 0 | URL
아. 이건 뭐, 시험도 아니고,
해보시면 알겠지만 그냥 상대적 성향에 가까운 것인 듯 해요- ㅎㅎ
(IQ 테스트 이런 건 낮게 나와요 -_- ㅋ)

이매지 2009-05-06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35, 120, 95 나왔네요 ㅎ
하고나면 구시렁거리면서도 꼭 해보는 ㅎ

웽스북스 2009-05-08 20:36   좋아요 0 | URL
후후 이매지님은 좌뇌가 좀 낫네요=
그죠 저도 구시렁구시렁하면서도 꼭 해보는 ㅋㅋ

한량 2009-05-0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60, 125, 55 나왔네요.
그러나 이런 테스트는 믿을 게 못 되어서...
특히 간뇌 테스트 뭐 하는 건지, 초능력 측정하나요?

웽스북스 2009-05-08 20:3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한량님. ㅋㅋ
초좌뇌형 인간이시군요
간뇌에 대한 반응을 보니 정말 초좌뇌형이신듯? ㅋ

L.SHIN 2009-05-06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문제가 구체적이어서 좋군요~ 담아갈게요~

웽스북스 2009-05-08 20:36   좋아요 0 | URL
흐흐흐 엘신님은 혹시 간뇌형?

개인주의 2009-05-07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5 40 90 계발노력형;;
전 무슨 테스트를 하든간에 극과 극을 달리는군요;
심리테스트를 해도 대부분 한쪽이 아주 부족한..
성격파탄자라고 놀림당하는;;

웽스북스 2009-05-08 20:37   좋아요 0 | URL
누피님 저랑은 정 반대신가봐요 ㅜㅜ
저는 스스로 균형 강박증이 있는게 아닐까 뭐 이런 생각도 ㅋ

그팀장님 2009-05-1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10 110 100

웬디야 없으니까 심심해~

웽스북스 2009-05-12 15:53   좋아요 0 | URL
1시간 남았어용 끝나고 얼른 갈게요~ 흐흐흐
 
레볼루셔너리 로드 - Revolutionary Roa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는 욕망을 미분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본질적인 삶의 욕망이나 바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만족들의 합산으로 내가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 진정한 기쁨, 혹은 만족들을 대체시키면서. 하지만 수치적 합산은 결코 본질이 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하여 늘 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자리들은 공허하기 그지 없었고, 이제는 직장생활도 한 4년쯤 하다 보니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실은 무엇보다 나에게 지겹고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다. 직장인들에게 삶이 공허하다는 말처럼 진부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점심 뭐 먹을까?) 그리하여,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고 또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나는 스스로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의미라는 악세사리를 덧댐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합리화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레볼루셔너리로드는 생활이 삶을 압도해버린지 언 7년차인 한 가정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가정의 아내가 추구하던 삶의 변화와 그 변화의 추구가 가져다줄 생활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의 대립각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영화다.
 
돈은 내가 벌테니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요.
 
얼마나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아내인가. 그런데, 정작 들여다 보면 사실 그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명확하게 찾아내는 것부터가 막막한 것이다. 그저 나는 이런 의미 없는 생을 사는 게 지겨워, 라고 푸념하며,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과는,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과는 나는 좀 다른 인간이라고 자위하며 사는 쪽이 훨씬 더 쉬울런지도 모른다. 정신이상이 있다는 이웃집 부인의 아들을 만나달라는 부탁에 환하게 웃으며, '정말 만나고 싶군요' 라는 넓은 도량을 가끔 보여주는 삶이 더 간편하고 간지나는 삶일런지도 모른다. 게다가 슬쩍 아무렇게나 해버린 일이 기대 이상으로 인정받아 탄탄대로를 보장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걷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두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그들을 이해했던 것은 옆집의 정신병에 걸린 수학박사 뿐이었으니. 이쯤 되면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인지 헷갈리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사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들이 머무르고 있던 그 곳의 이름이 레볼루셔너리로드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이 꼭 파리라는 곳으로 떠나 지리적인 삶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도, 그 길에서, 그 곳에서 시작할 수도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아니었을까. 환경적 변화가 삶에 환기를 가져다 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실은 내가 선 곳에서 변할 수 없는 삶은 환경이 바뀐다 해도 여전히 변하기 어려운 삶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어쩌면 바뀌어야 한다는 강박증과, 우리의 삶은 뭔가 다르다는 자의식에 가득해서 살아가게 되었을지도. 그럼에도, 그들이 한 번 걸어보지도 못한 채 묻혀져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그 레볼루셔너리로드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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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7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8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