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셔너리 로드 - Revolutionary Roa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는 욕망을 미분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본질적인 삶의 욕망이나 바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만족들의 합산으로 내가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 진정한 기쁨, 혹은 만족들을 대체시키면서. 하지만 수치적 합산은 결코 본질이 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리하여 늘 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자리들은 공허하기 그지 없었고, 이제는 직장생활도 한 4년쯤 하다 보니 그런 말을 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실은 무엇보다 나에게 지겹고 진부한 것이 되어버렸다. 직장인들에게 삶이 공허하다는 말처럼 진부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점심 뭐 먹을까?) 그리하여,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고 또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나는 스스로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의미라는 악세사리를 덧댐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합리화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레볼루셔너리로드는 생활이 삶을 압도해버린지 언 7년차인 한 가정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가정의 아내가 추구하던 삶의 변화와 그 변화의 추구가 가져다줄 생활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의 대립각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영화다.
 
돈은 내가 벌테니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요.
 
얼마나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아내인가. 그런데, 정작 들여다 보면 사실 그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명확하게 찾아내는 것부터가 막막한 것이다. 그저 나는 이런 의미 없는 생을 사는 게 지겨워, 라고 푸념하며,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과는,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과는 나는 좀 다른 인간이라고 자위하며 사는 쪽이 훨씬 더 쉬울런지도 모른다. 정신이상이 있다는 이웃집 부인의 아들을 만나달라는 부탁에 환하게 웃으며, '정말 만나고 싶군요' 라는 넓은 도량을 가끔 보여주는 삶이 더 간편하고 간지나는 삶일런지도 모른다. 게다가 슬쩍 아무렇게나 해버린 일이 기대 이상으로 인정받아 탄탄대로를 보장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걷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두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그들을 이해했던 것은 옆집의 정신병에 걸린 수학박사 뿐이었으니. 이쯤 되면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인지 헷갈리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사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들이 머무르고 있던 그 곳의 이름이 레볼루셔너리로드였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그들이 꼭 파리라는 곳으로 떠나 지리적인 삶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도, 그 길에서, 그 곳에서 시작할 수도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아니었을까. 환경적 변화가 삶에 환기를 가져다 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실은 내가 선 곳에서 변할 수 없는 삶은 환경이 바뀐다 해도 여전히 변하기 어려운 삶이었을런지도 모른다. 어쩌면 바뀌어야 한다는 강박증과, 우리의 삶은 뭔가 다르다는 자의식에 가득해서 살아가게 되었을지도. 그럼에도, 그들이 한 번 걸어보지도 못한 채 묻혀져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그 레볼루셔너리로드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9-05-07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8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