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솔로 디지팩 박스세트 (6disc)
기민수 외 감독, 배종옥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이런 가격을 외면하는 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ㅋㅋ (구매 자체만으로도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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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9-25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천정명 생각하니까 미소가~ 화질이 괜찮아야할텐데..

웽스북스 2009-09-26 10:52   좋아요 0 | URL
우힛. 그죠 ㅋㅋㅋㅋㅋㅋ 회사에 두고와서 화질은 모르겠네.
싼 녀석으로 나온게 아니라 할인판매하는 거니까 괜찮지 않겠어요?

개인주의 2009-09-2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 웬디님 때문에..;;;
이러면 안되는데 이런소식들으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흑흑..

웽스북스 2009-09-26 10:53   좋아요 0 | URL
한명쯤은 걸려들 줄 알았죠 질러질러질러질러 으흐흐흐음흉

Arch 2009-09-26 15:24   좋아요 0 | URL
무서운 사람. 질러~ 질러라니..^^

웽스북스 2009-10-04 17:46   좋아요 0 | URL
후흐흐흐흐제가좀...ㅎㅎㅎㅎㅎㅎ

레와 2009-09-2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항.. 웬디양님 나빠요!
잉.. 가격이 너무 착하다~ +_+

웽스북스 2009-10-04 17:4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레와님.
땡스투 들어와있던데, 그거 레와님? 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0-0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천정명..

웽스북스 2009-10-04 17:47   좋아요 0 | URL
후후후 역시...^_^
 
미쟝센 블랙펄 헤어 안티에이징 트리트먼트 200ml - 200ml
아모레퍼시픽
평점 :
단종


원래 좋아하던 제품이고, 제조일자를 확인해보니 090825. Olleh!! 하나 더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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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드라마아가씨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독서량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사실 가을은 드라마의 계절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스스로에게 품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를 버닝하게 만든 두 드라마는 선덕여왕(이건 다 알라딘 또 모님 때문) 그리고 지붕 뚫고 하이킥 (빨리 시작한 건 옆에서 부채질 해준 알라딘 치 모님 때문이기도 하고 ㅋ) 올봄 그사세 이후로 처음 보는 드라마들이다. 이 두 작품 모두 실은 이전에 페이퍼로 쓴 적이 있는 나의 드라마 작가주의와 시트콤 PD 주의에 부합하는 작품들이어서 언젠가 봐도 봤을테지만, 암튼 이렇게 도통 책도 잘 안읽히는 시기가 와 주는 바람에, 둘다 예상보다 조금 빨리 시작하기는 했다. 선덕여왕 이야기는 언젠가 할 기회가 있을테고, 오늘은 이번 주말 나를 좀 버닝하게 해주었던 지붕뚫고 하이킥 이야기.



아. 이런 슬픈 사진으로 시작하게 되다니. 이 아이. 서신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신신애. 내가 좋아하던 고맙습니다,에서 봄이로 나왔던 아이. 이 아이는 드디어 내게, 봄이에서 신애가 되었다. 고맙습니다에서부터 봄이만 보면 반사적으로 울었던 기억 때문인지.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신애가 눈물만 글썽여도 나는 그저 마음이 짠하다. 반대로 엉엉 울면서 우유도 먹고 라면도 먹고 단무지도 꼭 챙겨먹고 할 때면 나는 또 그게 재밌어서 막 웃는다. 놀라운 힘을 가진 배우다. 치 모님 말처럼 하이킥에서 신애가 제일 연기를 잘 하는 거 맞는 것 같다.  





우리 신애, 곧 음식 씨에프 하나 들어오지 싶다.


야동 순재에서 멜로 순재로 바뀐 이순재도 재미있다. 여기저기 글을 보니 이순재-김자옥 라인은 재미없어서 넘긴다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이 둘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알콩달콩 재미있는지. 아. 둘의 이별 장면에서 김병욱 PD는 그의 특기인 노래로 표현하기 신공을 보이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의 '범아 어디냐' 나 똑바로 살아라의 과외송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 된다 ㅋ) 이문세의 <이별 이야기>를 과감히 차용했다. 하하.



이것이 그 유명한 '탁자 위에 물로 쓰신 마지막 그 한마디'렷다.



그사세에서, 왜저러고 살까, 싶었던 최다니엘은, 암튼 여기서도 뭐 좀 다른 의미로 왜저러고 살까, 싶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꽤 매력있다. 그리고 그의 스타일은, 아하하핫, 그저 감탄을 자아낼 뿐이다.특히나 저 패션에서 매우 깜짝 놀랐다. 연보라색 와이셔츠에 카키색 니트를 매치할 생각을 하다니, 아, 그런데 저걸 저렇게, 소화해내다니. 아, 놀랍다, 놀랍다, 예전에 올드미스다이어리에서 비비드한 지피디의 수트차림을 보던 재미와, 강마에의 고품격 수트차림을 보던 재미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재미랄까.

그 외에도, 잘생기고 멍청한 캐릭터의 아성에 도전하는 (개인적으로는 그 캐릭터의 최고봉은 지금까지는 세친구의 이동건이었다) 정보석의 연기도 재미있고, 얼빵한 황정음도 꽤 매력있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아직 신학기에 친구들과 첫인사 나누는 것처럼 어색해서, 좀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아직 시작에 불과하고, 이제 몇백개의 이야기들을 더 만나게 될텐데. 기대되고, 또 기대된다. 가끔씩은 서선생을 비롯한 거침없이 하이킥 식구들이 그리워질테지만. (아. 역시 나는 서선생이 제일 좋았던거야. 제일먼저 생각나다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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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9-2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침 없이 하이킥만큼 좋아질까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좀 더 쌓이면 모아서 볼까 생각 중이에요. 최다니엘 군은 무척 핸썸하게 나오네요. 저 패션 저도 맘에 들어요. 감히 도전하기 힘든, 사실은 상상하기도 힘든 구성이군요!

웽스북스 2009-09-21 00:23   좋아요 0 | URL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공존해요.

저 패션은 아무나 따라하면 진짜 큰일나죠. 워워. 애들은 가. ㅋㅋㅋ

마냐 2009-09-21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읽다가...최군의 패션에서 그만...사고가 정지되고 말았슴다....@.@ 어쩜좋을꼬..

웽스북스 2009-09-26 10:47   좋아요 0 | URL
헉. 여기부터 덧글을 안달았는지 몰랐어요.
최근 완전 근사하죠 근사하죠. 흐흐흐흐

또치 2009-09-2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주말에 하이킥 한꺼번에 몰아서 봤는데 히힛~
최군의 패션은, 일단, 키가 커야 해요, 암~!
나도 순재-자옥 러브라인은 왠지 마음이 찡...하더라구요.
세경이도 너무 이쁘고...
아아, 역시 김병욱 PD는 악마예요. 만드는 거마다 마음을... 으흑.

웽스북스 2009-09-26 10:48   좋아요 0 | URL
또치님. 네덜란드는 어떤가요오오오오~
저는 이번주는 집에가서 하나씩 다운받아서 봤어요.
흐흐. 김병욱은 악마라기보다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게 아닐까요 ㅋㅋ

다락방 2009-09-21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거나 재방송으로 해줄때 몇번 봤는데요, 저는 최다니엘(이름은 지금 웬디양님의 페이퍼 보고 처음 알았음)완전 흥미진진한 캐릭터에요. 간지 작렬에. 흐흣. 그리고 저는 오현경 아들도 완전 쏙 맘에 들어요. 엄마한테 불쌍한 사람을 함부러 대하지 말라고 버럭버럭할때마다 좋구요, 과외선생한테 막 하는 것도 쏙 맘에 들어요. ㅋㅋ


웽스북스 2009-09-26 10:49   좋아요 0 | URL
이번주는 최다니엘이 좀 시시했어요.
오현경 아들은 처음에는 2% 부족한 느낌이었는데 보다보니 괜찮고.

그나저나 다락방님 스타일이 명확하군요 ㅋㅋ

치니 2009-09-2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애는, 소름 끼칠 정도에요. 정말 큰 배우가 되겠지 싶어서 므흣하기도 하고.

으흐흐흐흐, 오늘도 7시40분 본방사수의 기대로 행복합니다. 비록 비 오는 월요일이지만.

웽스북스 2009-09-26 10:50   좋아요 0 | URL
우후훗. 저는 본방사수는 못하지만, 방송일 사수?
이번주는 그날그날 다운받아서 봤지요. ㅋㅋ

비오는 월요일은 어찌 보내셨나요. 아. ㅅㅊㄷ...ㅠㅠ

선익에미 2009-09-2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당분간 보는것 포기. 신애랑 세경이가 너무 불쌍하게 나와서. ㅠ.ㅠ
요즘 애들이 불쌍하게 나오는 설정은 어쩐지 아동학대 같아서
슬럼독미려네어도 보다가 포기했다는...

웽스북스 2009-09-26 10:51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선익에미의 심정. 알겠는데요.
초반에는 진짜 좀 심하게 불쌍했죠 ㅜㅜ 지금도,
근데 전 오히려 해리가 더 불쌍하더라고요.

지난주에는 애 성격이 저래서 어떻게 사나,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이번주에 보니 외로운 아이더라고요.

개인주의 2009-09-2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붕뚫고는 안보지만
신애 얼굴이 어디선가 보이면 좋아요..
봄이..
재방 안하나요..;;

웽스북스 2009-09-26 10:51   좋아요 0 | URL
아...봄이! 스누피님도 좋아하셨군요
지붕뚫고 보세요 사랑스러워요!
 


대학시절 은사님께서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라는 책을 출간하셨다. 졸업하고서 세번째 듣는 출간 소식이다. 한국 근현대사와 기독교, 라는 제목을 듣고 참 선생님답구나, 생각을 했다. 저 간결하고 딱딱한 제목만 봐도 그간 하고 싶으셨을 이야기들이, 심지어 얼마전 공동 출간하신 한국 기독교의 역사 3권에 미처 담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내게 흘러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선생님은 내가 제출한 서평 읽기를 즐거워하셨었는데, 그건 내가 글을 잘 써서라기보다는, 다른 친구들이랑은 좀 다르게 솔직하고 웃기게 (-_-) 썼기 때문일 거다. 그 속에서 내가 엿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 내가 쓴 서평들은 지금 내가 봐도 좀 귀엽다. 하하하. -_-) 마찬가지로 나도 선생님이 낸 책의 서문 읽기를 좋아한다. 단정하게 고른 단어와 문장들 하나하나에서 역시나 선생님의 고민과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선생님 말처럼, 의미 있는 학술지들을 출판사가 손해를 무릅쓰고 내주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저자들이 그 출판사에 보내는 감사와 다른 의미의 감사를 보내야 할 것만 같다. 어쨌든 그런 고마운 마음들이 있기에, 우리도 이런 저서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거겠지. 그러니, 더 똑똑해지고, 더 많이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해서, 좋은 것들을 알아볼 줄 아는 눈을 기르고, 기꺼이 가치를 지불하는 것은 또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이 기회에 나도 선생님과는 다른 이유로 <푸른 역사>에 감사를.

학교에 남아 TA를 하고 있는 후배가, 선생님 방에 여전히 내 사진이 붙어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졸업한지 6년, 여전히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던 그 곳에서, 그 사진을 찍었던 계절도 딱 이 계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코스모스가 흐드러지던 가을날의 깊숙한 그 어딘가에서 활짝 웃으며 찍었던 그 사진이 나는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나는 올해 휴가도 못내는데, 진작 좀 다녀올걸 하는 후회와 함께, 더 늦기 전에 한 번 다녀오겠다, 라는 실현 가능성 없는 다짐도 불끈. 해본다.



책을 내면서      

학교의 요청으로 지난 해 연구실적을 정부통합전산망에 입력하면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10년 동안 국내외 전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20편이 훨씬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 년에 두 편 이상을 쓴 셈이니 편수로만 본다면 공부를 게을리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역사 논문 하나를 제대로 쓰려면 일 년에 한 편 내기도 힘들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그 글들이 얼마나 잘 된 것인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직전 대통령의 비상한 죽음이 내 삶의 무게가 너무 가볍고 내가 하며 사는 일이 너무 사소하다고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학자의 무게를 논문 편수로 재는 사회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애써온 모습이 처량했기 때문인지, 마음이 불편했다. 

그 동안 발표한 논문 목록을 훑어보면서, 내 관심이 대체로 기독교의 여러 현상을 “종교외적”인 요인, 특히 정치나 이데올로기와 연관시켜 조명하는 데 있었음을 발견했다. 이번에 책으로 묶어서 내는 글들도 모두 그런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신학교를 다녔고 한 때 구약학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왜 기독교의 역사적 현상들을 “종교적”인 차원보다는 종교외적 맥락에서 바라보게 되었는지, 먼저 내 삶의 궤적을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기독교를 포함하여 모든 종교 현상 속에 종교적 차원과 종교외적 차원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는 종교를 신화나 의례와 연결시켜 해석하는 엘리아데(Mircea Eliade)의 종교학 이론에 단 한 번도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보다는 마르크스(Karl Marx)나 트뢸치(Ernst Troeltsch)가 종교 현상의 본질을 훨씬 깊게 통찰했다고 믿는다. 종교의 진면목은 신화나 의례, 혹은 상징을 분석하기보다는 정치-경제-사회와 만나는 지점을 관찰하면 더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어느 때부터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면서 나는 순결하게 고유한 종교의 영역이 있다고 믿지 않게 되었다. 기독교만 하더라도, 공교회의 역사는 곧 정치화 한 종교 혹은 종교화 한 정치의 역사였다. 개항기에 서구문명의 전도사로 들어와서 해방 후 이데올로기 전쟁의 일선에 서게 된 한국 개신교의 역사는 가장 종교적으로 보이는 현상도 정치-사회적 차원을 가지며, 종교적 신념과 이데올로기적 신념은 놀라우리만치 친밀도가 높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 그런 점을 璿擅막졍?시도였다. (응? 아니 왜 이런 오타가 ㄷㄷ) 

여기 실린 10편의 글 가운데 제2부에 있는 기독교와 사회주의 관련 글 두 편은  각각 남북 학술대회와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글이다. 그 둘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한국기독교의 역사》, 《종교문화비평》, 《경제와 사회》 등에 게재했던 논문이다. 책으로 묶기 위해 다시 읽으면서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내용은 둘째 치고 문장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논문의 내용에 앞서 문장에 집착하는 버릇은 아마도 학부시절 문학을 전공한 후유증이 아닌가 싶다. 소설이건 논문이건 글로 된 것의 제일가는 미덕은 좋은 문장에 있다고 믿는다. 이전에 여러 차례 읽고 고친 글인데도 다시 읽어보면 적절하지 않은 단어, 매끄럽지 않은 문맥, 분명하지 않은 표현, 그리고 심지어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도 여전히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을 손보면서, 제 나라 말로 글 한 편 쓰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우며, 나는 언제가 되어야 글다운 글 한 편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글과 내 생각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득하다. 

종교와 정치의 경계가 모호하다면, 역사와 문학의 관계는 더 말 할 필요도 없다. 헤로도토스(Herodotus)부터 기번(Edward Gibbon)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역사학은 본질적으로 문학적 추구였다. 랑케(Leopold von Ranke)이후 역사를 “과학”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한동안 경주되었지만 문학과 결별한 역사는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지만 역사는 문학과 동일하지도 않다. 텍스트 바깥의 객관적 실재를 부정하는 최근 문학이론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려 결국 역사적 탐구를 무의미하게 만들 기세로 역사학의 정체성을 위협했다. 20세기 후반의 세계사적 격변은 보수적인 학문에 속하는 역사학마저 세포분열 시켰다. 마르크스주의자인 톰슨(E. P. Thompson), 아날의 브로델(Fernand Braudel), 빌레펠트의 벨러(Hans-Ulrich Wehler) 사이의 거리는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역사가라는 범주에 묶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사료에 근거하지 않은 어떤 것도 역사의 일부로 다루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역사 서술도 선입관, 소속감, 공명심 같은 무형의 영향력, 돈과 권력이라는 유형의 압력, 그리고 무엇보다 상상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참된 역사는 결코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모름지기 모든 학문의 본질은 일반화에 있다고 본다. 독특하고 일회적인 것에 대한 지식이 무슨 큰 가치가 있겠는가? 법칙을 좋아하는 소위 과학이라는 것과 친밀도가 높은 학문일수록 일반화 하려는 경향이 더 강한 것 같다. 그러나 지나친 일반화는 좋지 않은 학문으로 가는 첩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반화라는 것은 학자에게 마치 밥과 같아서,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고, 너무 많이 먹으면 병들게 되는 어떤 것이다. 나는 논문을 쓸 때마다 일반화 시키려는 직업의식과 지나친 일반화는 피해야 한다는 양식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곤 한다. 

여기 소개된 10편의 논문은 사료가 허락하는 한계 속에서 내 이성과 상상이 구축한 세계다. 그 글들이 다루는 주제들의 객관적 실체가 바로 그 글들이 보여주는 바와 같다는 어리석은 주장을 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들이 적어도 허구는 아니며, 각 주제에 관한 개연성 있는 해석을 보여주고, 같이 모여서 한국 개신교 역사의 잘 보이지 않는 단면을 드러낸다고 믿는다. 10편 모두 복잡한 현상을 일반화시킨 것이겠지만, 기왕이면 지나치지 않고 통찰력을 제공하는 일반화이기를 바란다. 

이 책을 낼 욕심이 났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이 최기영 선생이었다. 그에게 출판사 소개를 부탁한 것은 그가 그쪽 사람들을 많이 알기도 하지만, 보기보다 마음 약한 분이라 후배의 소망을 어떻게 해서라도 들어주려 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내기 위해 마치 중매쟁이와 같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그에게 큰 마음의 빚을 졌다. 아울러, 그의 감언이설에 속아 이름값 없는 시골 서생의 책을 출간해준 푸른역사의 박혜숙 사장과 신통찮은 원고를 좋은 책으로 만드느라 수고한 출판사의 여러분들께도 미안하고 감사하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 실린 논문을 쓰도록 혹은 부탁하고, 혹은 강권하고, 혹은 돈으로 유혹한 많은 분들이 생각난다. 그분들께도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감사를 드린다. 내가 공부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아내다. 논문 한 편 쓸 때마다 부실한 몸이 더 수척해지는 모습을 매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아내가 반가워할지 모르지만, 이것밖에 드릴 것이 없다.  

공들여 쓴 학자의 책이 팔리지 않아 출판사가 의무감으로 책을 내주어야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류가 책이라는 것을 발명한 이래로 그렇지 않았던 시대가 과연 있었는지 모르겠다. 대중이 외면하는 연구서를 뜻있는 출판사가 손해를 감수하고 출간해주는 것은 대중의 구미에 맞고 유행을 따르는 글보다 좋은 학술서가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 훨씬 더 깊은 통찰력을 제공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책 속의 글 한 편이라도 꼼꼼히 읽어주는 독자라면 시류에 휩쓸리지 않을 만큼의 무게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이 책 속에서 한국 개신교에 대해 흔히 얻기 어려운 관점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학자로서 그것 이상 가는 보람이 어디 있을까. 

좋은 논문을 쓴다는 것이 갈수록 힘에 부치고 어렵다. 쓰면 쓸수록 글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 한계만 깨닫게 되니, 학문의 참된 의미는 자기수련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술적인 글과 대중적인 글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아마도 거기에 있지 않은가 싶다. 고인이 된 박재삼 시인이 오래 전에 낸 시집 후기에, “시집을 낼 때마다 새로운 각오가 생긴다고 하건만, 나의 경우는 그것도 빈약하고, 또 다른 길로 떠날 차비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라고 하였다. 내가 꼭 그 꼴이다. 

 

2009년 여름, 한반도의 남동쪽 끝자락에서 류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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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 게 좀 정신없어 뉴스나 글들을 잘 접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우측보행 캠페인 포스터는 지나가면서 좀 여러번 봤었다. 뭐 뻘한 캠페인 하나 하나보다 하고 넘어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갑작스레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건.  

어느 날 아침, 출근을 위해 서울역에서 내렸는데, 내가 타던 에스컬레이터가 거꾸로 내려오고 있는 거다. 응? 이게 뭥미? 하면서 눈을 의심했다. 내가 잠깐 미쳤나. 이 엘레베이터가 원래 내려오던 거였나? 내가 이렇게 정신 없이 살고 있었나? 하면서 반대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생각해보니, 아, 우측보행. 우측보행이라는 건 이렇게 하루 아침에 특별한 안내문구 없이 (내가 못봤던 걸수도 있겠지만) 내가 타던 에스컬레이터의 방향을 바꿔놓는 거구나, 싶어 정말 어이가 없었던 거다. 그러고나서 보니 더 잘 보인다. 정말 여기저기 홍보 포스터가 엄청 붙어 있다. 그냥 오른쪽으로만 다니자는 줄 알고 흘려 봤었지, 이렇게 통제적으로 시스템 혹은 기존의 위치까지 변경해사면서 대대적으로 모든 국민의 통행길을 바꾼다는 것인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동영상 광고까지 찍어서 지하철에 틀어주시고, TV는 잘 안봐서 TV에도 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 광고비만 해도 도대체 얼마일지. 휴.

우측보행, 이라는 게 일재의 잔재인 좌측보행을 없앤다는 거였는데, 세상에나, 없애야 할 일제의 잔재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사소한 것에 과도하게 신경씩이나 써주시면서 우리모두 '안전하게' '오른쪽'으로 다니자, 라고 하는 게 얼마나 정치적이고 유치한 짓인지. 게다가 내가 낸 세금이 고작 이런 일 따위에 쓰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 어떤 이익이 있길래 전국민이 생활 습관을 바꿔가며 혼란스럽게 우측 보행을 감행해야 하는건지. 그래서 모두가 우측통행으로 바꾸고 나면 원하는 정치를 하실 수 있을 것 같으신지. 도대체 이런 어이없는 짓에 왜들 가만히들 있는 건지. (그래, 생각해보면 또 화낼 일은 얼마나 많은지. 원.)

오늘 내가 다니는 역을 지나는데 열심히 환승 통로를 공사중이다. 2호선과 5호선의 환승 통로에 2호선 쪽에는 5호선 보라색 띠를, 5호선 쪽에는 2호선 녹색 띠를 붙이고 있다. 이 역시 우측 통행 기준이겠지. 갑자기 확 짜증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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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9-1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 언제부터더라..? 우측통행으로 바뀐다고 지금 홍보기간이에요.
티비에서도 막 광고 그런거 하고 그래요.
혹시 내년에 좌측통행하면 딱지 끊는다거나 그러진 않겠쬬? --+

웽스북스 2009-09-20 19:22   좋아요 0 | URL
티비에서도 광고하는군요. 딱지끊으면, 어휴, 저 엄청 끊길텐데...

Arch 2009-09-1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레이시즌님이 엘리베이터 얘기를 하면서 언급했던 내용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던거에요. 에휴, 정말 왕짜증이다. 아직 이곳엔 누구씨의 자장이 미치지 않아요. 유치한 사람들 같으니!

웽스북스 2009-09-20 19:25   좋아요 0 | URL
레이시즌님의 엘레베이터 관련 글이요? 음. 못봐서 잘 몰긴 하겠지만,
arch님은 그래도 비교적 평안한 동네에서 사시는군요
갑자기 막 우리 민은 평안하게 자랐으면 좋겠구 ㅋ

Arch 2009-09-20 20:35   좋아요 0 | URL
민은 못된 이모 때문에 그다지 평안하진 않은 것 같구^^ 언제 놀러올거에요~ 제가 두분 찐하게 친해지라고 자리 마련할게요.(떠넘기기냐?^^)

레이님의 글은 요기-->http://blog.aladdin.co.kr/718415105/2826636

웽스북스 2009-09-21 00:22   좋아요 0 | URL
아. 나 부끄럼 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레이님 글은 공감이 많이 가네요. 두줄타기 짜증내고 있는 1인. 또 그러다가 언제 바꿀지 몰라.

Arch 2009-09-21 12:19   좋아요 0 | URL
그럼 어쩔 수 없고.^^

다락방 2009-09-2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잠실역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바뀌어서 이건 뭐야, 했더니 이게 다 우측보행 때문이었던 거군요!! 오옷,이제서야 깨달아요. -_-

웽스북스 2009-09-20 19:26   좋아요 0 | URL
그죠. 서울역만 바뀌었을 리가 없는거죠- ㄷㄷ 진짜 하루아침에, 너무해요!

동탄남자 2009-09-20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갑자기 바뀐 우측통행으로 출퇴근길에 사람들과 몇 번 충돌의 위험이 있었습니다.

웽스북스 2009-09-20 19:26   좋아요 0 | URL
네. 공익근무요원이 나와서 우측통행하세요, 하는 것도 싫고.
진짜 오버스럽다는 생각밖에는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