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드라마아가씨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독서량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사실 가을은 드라마의 계절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스스로에게 품게 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를 버닝하게 만든 두 드라마는 선덕여왕(이건 다 알라딘 또 모님 때문) 그리고 지붕 뚫고 하이킥 (빨리 시작한 건 옆에서 부채질 해준 알라딘 치 모님 때문이기도 하고 ㅋ) 올봄 그사세 이후로 처음 보는 드라마들이다. 이 두 작품 모두 실은 이전에 페이퍼로 쓴 적이 있는 나의 드라마 작가주의와 시트콤 PD 주의에 부합하는 작품들이어서 언젠가 봐도 봤을테지만, 암튼 이렇게 도통 책도 잘 안읽히는 시기가 와 주는 바람에, 둘다 예상보다 조금 빨리 시작하기는 했다. 선덕여왕 이야기는 언젠가 할 기회가 있을테고, 오늘은 이번 주말 나를 좀 버닝하게 해주었던 지붕뚫고 하이킥 이야기.

아. 이런 슬픈 사진으로 시작하게 되다니. 이 아이. 서신애.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신신애. 내가 좋아하던 고맙습니다,에서 봄이로 나왔던 아이. 이 아이는 드디어 내게, 봄이에서 신애가 되었다. 고맙습니다에서부터 봄이만 보면 반사적으로 울었던 기억 때문인지.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신애가 눈물만 글썽여도 나는 그저 마음이 짠하다. 반대로 엉엉 울면서 우유도 먹고 라면도 먹고 단무지도 꼭 챙겨먹고 할 때면 나는 또 그게 재밌어서 막 웃는다. 놀라운 힘을 가진 배우다. 치 모님 말처럼 하이킥에서 신애가 제일 연기를 잘 하는 거 맞는 것 같다.



우리 신애, 곧 음식 씨에프 하나 들어오지 싶다.
야동 순재에서 멜로 순재로 바뀐 이순재도 재미있다. 여기저기 글을 보니 이순재-김자옥 라인은 재미없어서 넘긴다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이 둘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알콩달콩 재미있는지. 아. 둘의 이별 장면에서 김병욱 PD는 그의 특기인 노래로 표현하기 신공을 보이는데 (거침없이 하이킥의 '범아 어디냐' 나 똑바로 살아라의 과외송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 된다 ㅋ) 이문세의 <이별 이야기>를 과감히 차용했다. 하하.

이것이 그 유명한 '탁자 위에 물로 쓰신 마지막 그 한마디'렷다.

그사세에서, 왜저러고 살까, 싶었던 최다니엘은, 암튼 여기서도 뭐 좀 다른 의미로 왜저러고 살까, 싶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꽤 매력있다. 그리고 그의 스타일은, 아하하핫, 그저 감탄을 자아낼 뿐이다.특히나 저 패션에서 매우 깜짝 놀랐다. 연보라색 와이셔츠에 카키색 니트를 매치할 생각을 하다니, 아, 그런데 저걸 저렇게, 소화해내다니. 아, 놀랍다, 놀랍다, 예전에 올드미스다이어리에서 비비드한 지피디의 수트차림을 보던 재미와, 강마에의 고품격 수트차림을 보던 재미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재미랄까.
그 외에도, 잘생기고 멍청한 캐릭터의 아성에 도전하는 (개인적으로는 그 캐릭터의 최고봉은 지금까지는 세친구의 이동건이었다) 정보석의 연기도 재미있고, 얼빵한 황정음도 꽤 매력있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아직 신학기에 친구들과 첫인사 나누는 것처럼 어색해서, 좀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아직 시작에 불과하고, 이제 몇백개의 이야기들을 더 만나게 될텐데. 기대되고, 또 기대된다. 가끔씩은 서선생을 비롯한 거침없이 하이킥 식구들이 그리워질테지만. (아. 역시 나는 서선생이 제일 좋았던거야. 제일먼저 생각나다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