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던 영화 <블랙스완>을 봤다. 영화는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고,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모두의 예상대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손에 거머쥐고 이 영화를 촬영하며 남편까지 만났다는 나탈리포트만의 연기는 완벽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듯, 마지막 순간 I felt perfect 라고 말하는 그녀는 니나가 아닌 나탈리 포트만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감각적이고,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이 완벽한 영화는, 보는 내내 나의 정신을 사로잡기는 했지만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했다. <인셉션>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 (두 영화가 비슷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면서, 나는 역시 삶과 비슷한 영화, 여백이 있고, 결핍이 있고, 또 나의 자리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건가.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영화를 먼저 본 모님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나탈리포트만이 짱이에요! 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예언을 하셨는데, 깜빡 친구들과 노느라 문자를 잊어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와 메시지를 날렸다.
"나탈리포트만 짱이긴 한데 저는 탕웨이가 더 좋아요"
그러자 모님 역시, 짱이랑 좋은 건 다르다며, 본인도 그녀의 연기엔 존경을 표하지만 좋지는 않다, 고 답을 했다.
나는 "그래도 다음 생에 둘중 누구로 태어날래? 라고 묻는다면 좀 고민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아무도 안묻지만" 이라고 답을 보냈다.
정말이지, 나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혼자 아무도 안물어보는 질문에 엄청나게 고민을 했던 것이다 -_- 내게 그런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리 만무하지만, 이런 물음에의 대답은 현재 나의 많은 부분들을 생각해보게 하니까, 결론이 날 때까지 좀 열심히 고민을 했었다. 이런 나의 고민의 결과가 궁금하다는 듯 모님은 다시 메시지를 보내셨다.
"다음 생애 둘중 누구로 태어날래요?"
나의 대답은 '나탈리'였다. 그러자 모님은 나탈리의 삶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본인은 탕웨이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그러게, 나도 탕웨이가 더 좋은데, 왜 다시 태어나면 나탈리로 태어나고 싶은걸까.... 그 결론의 결정적 이유는 (일단 나는 중국에서 태어나고 싶지가 않고 -_-) 그녀가 경험한 그 완벽함의 순간 때문이었다. 완벽한 것을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채워지지 않은 자리에 더 마음이 가면서도, 나는 그 완벽함을 경험하는 순간의 내가 어떨까, 단 한 번일지라도, 그렇게 빛나는 순간을 경험한다는 건 어떤 일일까, 그런 것들이 너무 궁금한 것이다. 완벽한 엘리트코스를 걸어오고, 의지를 삶으로 살아낼 수 있는 그 결연함, 그리고 꾸준함은 내게 없는 거라, 나는 그녀의 삶에서 그게 부러웠던 것 같다.
다음 생을 선택하는 일은 아마도 내게 허락되지 않을테니, 이번 삶이라도, 그런 순간을 경험하는 일이 가능할까? 삶이란 완벽할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그 결핍 안에 진짜 삶의 맛이 있고, 뭐 이런 말을 하면서도, 사실 나는 갖지 못한 것들을 늘 동경하고, 또 부러워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 지금 내 삶에서 좋아하는 것과, 내가 나의 경험치 내에서 삶이라고 규정한 것을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나는 완벽한 삶을 살아보고 싶은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이거 참 모순 돋는다.
어쨌든, 오늘도 부러웠으므로 나는 졌다. 완전 판정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