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은 독립 1년 되는 날...
두번 세게 아팠고, 그래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고 (회사 근처 밥 싫어!!)
어제는 도시락을 싸려고 양념들을 점검하다가 유통기한 지난 양념들의 습격을 받았고 (젠장 무슨 된장도 유통기한이 다 있고 그래 -_- 포장도 안뜯은 된장 다 버렸다 ;;)
오늘은 홍초 섞은 막걸리에 취한 정신으로 도시락 반찬을 만들었다
소시지 브로콜리 볶음이다. 이래뵈도 다진마늘도 넣고 소금간도 살짝 하고 후추도 뿌렸다.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순전히 야채를 많이 먹기 위해서다. 다른 이유는? 물론 많다. 믿음가는 음식점 하나 찾기 힘든 회사 동네에서 내가 도대체 어떤 세제 잔류물을 먹고 있는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영양 불균형 같은 것도 생기는 것 같고. 세제 잔류물은 그나마 내가 더럽게 닦아서 먹으면 좀 덜 억울하지 않을까. 기왕 먹는 거 천연 세제로 먹으면 좀 낫나, 뭐 이런 생각.
돈을 아끼기 위해서, 라는 이유는 달지 않기로 했다. 혼자 도시락을 싸다 보면 아무래도 돈이 아껴지는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돈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까지 달면, 스스로에게 너무 야박해질까 두렵다. 그렇지만 확실히 반찬의 압박이 있긴 하다. 안양 갔다가 브로콜리와 오이를 길에서 할머니가 파시길래 사왔는데 얼른 먹어야한다는 압박. 냉장고에서 얼마까지 보관이 가능한지 모르겠네. 암튼 브로콜리와 오이가 상하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 실은 내일도 도시락 안싸려고 했는데 브로콜리 때문에 쌌다.......오늘은 데친 양배추와 오이를 썰어서 싸갔는데, 이것도 양배추 반쪽을 먹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그저께는 채썰어먹고, 어제 데쳐서 오늘 도시락 반찬으로 ㅋㅋㅋㅋ
매실 고추장 장아찌도 사서 매일 매일 싸가지고 다닌다. 하루에 매실 하나씩은 먹어야겠다고 생각 중. 일본인들의 건강 비결이 우메보시라는데, 나도 하루 하나 매실로 건강 좀 챙겨보자는 심산이다. 원어데이에서 새로 주문한 묵은지도 왔고, 무짠지도 왔다. 명란젓도 조금 샀는데 알은 콜레스테롤이 많으니 이틀에 한번씩 조금씩만 먹어야지. 얘네들은 유통기한 긴 녀석들이라 걱정이 없네 ㅎㅎㅎㅎ
남은 브로콜리는 데쳐서 냉장고에 넣었다. 모레 도시락 반찬. 아. 역시 압박 장난 아니다. 오이도 두개나 남았고, 브로콜리는 아직 하나 더 남았는데....ㄷㄷ 그런데 다들 브로콜리는 뭘 찍어서 드시나요? 발사믹이랑 먹으면 되려나?
이런 짓도 하고 있다. 집 상태가 워낙 골로 가다보니, 하루에 하나씩 집안일을 하자, 라는 취지로 '오늘의 집안일' 을 운영하고 있다는 y씨의 조언에 따라 나도 다이소에서 무려 3천원이나 주고 칠판을 샀는데, 이게 한 번 하다 보면 탄력이 붙는거라 ;;;;; 오늘의 집안일이 아니라, 오늘은 집안일 모드가 되고 있다. 어제는 한달치 재활용 쓰레기를 내다버렸다가 또 오지랖 경비아저씨의 눈초리를 잔뜩 받았다 ;;;;; 요즘 내가 자주 하는 말. '나는 내 하녀야' ㅜㅜ
뭐 암튼, 나도 이제 독립 만 1년이 넘었다. 지난 1년은 엄청난 시행착오와 변화를 겪었다면 두번째 1년은 좀 더 규모있게 스스로를 좀 컨트롤하며, 건강하고 안정적인 시기를 보내는 것이 목표다. 비타민도 잘 챙겨먹고!
ps
그리고, 지키지 못하는 약속은 하지 말아야지 ㅜㅜ 지난 번 생일 이벤트 때 추천해준 책은 거의 못읽고, 카드 보내드린다고 주소는 다 물어봐놓고 못보냈어요. 구정 연휴 목표였는데, 카드 다 사놓고, 예쁜 스탬프까지 사서 미니명함카드도 만들고는... 두번째날 아파서 누워버리는 바람에.... 반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빈카드 그대로 숙제처럼 앉은뱅이 책상에 남아있어서 이래저래 못보내고 있는.... 완전 우울하고 죄송한 상황입니다. ㅜㅜ 쓴거라도 보낼까 하다가, Happy New Year라는 말이 무색해서 못보내고 있어요. (카드는 또 엄청 길게 썼어요 ;;; 카드와 편지의 중간쯤 ;;) 다시 새로 스무개를 쓰자니 엄두가 안나고 뭐 이런.... 암튼 이래저래 양치기소녀가 되어버렸 ;;;; 계속 마음에 걸려서 서재에 글도 잘 못쓰고 있었어요. 정말 죄송, 죄송 ㅜㅜ 해요 ㅜㅜ 주소나 물어보지 말 것을....ㅜㅜ (쓰고나니 원글보다 ps가 더 중요한 글이 되어버린 것 같은...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