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모닝’ 만드는 동희오토를 아십니까


100% 비정규직공장 동희오토를 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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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13시09분 권수정

충남 서산에 2004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동희오토라는 공장이 있다. 천여명의 사원이 근무하는데, 그 중 사무관리직 160명만 정규직이다. 나머지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850여 노동자들은 100% 비정규직이다. 모두 12개 업체로 나뉘어 주야간 10시간씩 ‘모닝’이라는 자동차를 생산한다.





여기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입사하면 시급 3,760원을 받고, 3개월이 지나면 3,780원을 받는다. 올해 최저임금은 3,770원이다. 1년이 지나면 다시 재계약을 해야 하고 그동안 입바른 소리라도 했다면 재계약이 되지 않는다. 2년이 지나도 최저임금보다 10원이 더 많고 3년이 지나도 최저임금보다 20원이나 30원이 더 많을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소속된 하청업체가 사장이 바뀐다. 원청회사인 동희오토에서 하청업체와의 도급관계를 다른 사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순서는 이렇다. 먼저 동희오토에서 진양기업(실제로 작년 계약 해지된 업체)으로 보낸 도급계약만료 통보가 공고로 사무실 벽에 붙는다. 진양기업에서는 110명 소속 전체 노동자에게 1달 후에 계약이 해지된다는 계약해지예고 통보를 보낸다.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보름쯤 지나면 새로 온 사장이 누군지 소문으로 알 수 있다.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새로 온 관리자라는 사람이 110명을 한명씩 불러서 다음 달부터 일할 새로운 계약을 맺는다.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이 과정에서 작년 진양기업은 모두 7명의 노동자와의 계약을 거부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합법적으로 해고된 것이다.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그리고 서로가 밉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아무런 이유 없이 해고된 것을 두 눈으로 본 노동자들은 라인에 묶여 일을 하며 풀 곳 없는 화를 자신에게 돌린다. 먹고 살아야 한다.

한편 재계약에 성공한 노동자들은 어제와 똑같은 라인에서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다시 신입사원이 되어 최저임금을 받는다. 전의 회사와 계약이 해지되었고 신입사원이 되었으므로 근속이 인정되지 않아 연차가 없어지고 월차와 생리휴가는 아예 없다. 월차도 연차도 없이 1년을 일하고 다시 재계약이 되면 그때서야 연차가 12개 발생한다.

2005년 이 공장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동희오토 사내하청노조가 설립되었다. 설립초기 조합원이 300여명으로 급속히 빠르게 조직되었으나 조합원이 가장 많은 핵심적인 하청업체 ‘SA테크’를 동희오토 원청회사에서 통째로 도급계약해지 했다. 한꺼번에 50여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또한 11개의 다른 업체의 노동자들은 2004년 이미 신고 된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이 하청업체마다 하나씩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동안 노동조합이 있는지도 몰랐고 위원장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각 하청업체에서는 노동자들을 한사람씩 불러서 면담을 했다.

“사내하청노조를 탈퇴하고 우리업체의 노조로 가입해라.”
“소나기는 피해가는 법이다. 지금 계속 버티면 SA테크처럼 된다. 너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사내하청노조 조합원이 가장 많은 업체를 동희오토에서 짜른단다. 그럼 우리 모두 짤리고 SA테크처럼 된다. 일단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냐.”
“한국노총 소속 노조에 가입해라. 그러면 동희오토에서 다 알아서 들어준단다. 이미 동희오토에서 각 업체 소장들에게 다 지시 내렸다. 자꾸 버티면 너만 해고당한다.”

날마다 수십 통의 탈퇴서가 날아왔고 그래도 버틴 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이 유인물만 돌려도 징계되었다. 어김없이 입사일이 다가오면 남은 조합원들은 계약이 해지되었다. 2008년 현재 조합원은 단 두 명이다.
그동안 어용노조 위원장들은 취업규칙 수준도 안 되는 단체협약을 맺고 매년 210원 수준의 임금인상을 회사와 합의했다. 해마다 오르는 최저임금은 최근 몇 년 동안 300원 수준이다. 어제까지 노조 위원장이던 사람이 오늘 하청업체 소장이 되어 조합원의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2005년 이래 단 한 해도 해고된 노동자가 없었던 적이 없는 동희오토에서는 올해도 해고자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동희오토 사내하청노조 조합원이 아니라 한국노총 어용노조 소속의 조합원 5명이 9월 추석 전에 한꺼번에 계약이 해지되거나 ‘위장취업’ 했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되었다. 계약해지는 그렇다 치고 무엇을 위장했냐고 물어보았더니 졸업하지 않은 대학의 학력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희오토 경비가 1차 해고 통보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출입을 막고 있다



9월 19일 밤 동희오토 관리자, 경비 100여명의 1차 해고 통보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5명의 노동자들이 부당한 징계와 계약해지에 맞서 출근시간 정문에서 출근을 시도하면 원청과 하청 회사의 관리자와 경비 200여명이 나와서 밀어낸다. 9월 26일 현재 다섯 번의 출근을 시도했는데 그동안 한명은 발가락이 부러졌고 다른 사람들도 온몸에 멍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노동자들 마음의 멍까지 보이는 듯해서 눈물이 난다.

징계 해고되지 않고 10월초에 계약을 해지 통보를 받은 두 명의 노동자는 출근이 가능한데, 지난 24일 그 중 한 노동자가 점심시간에 식당 식탁에 올라가 부당함을 조합원들에게 호소하는 과정에서 경비와 관리자들에게 끌어내려져 온몸이 짓밟혀 의식을 잃고 실려 갔다. 다행히 의식은 찾았지만 경추염좌, 요추염좌, 뇌진탕, 다발성 좌상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이 나왔다.

한편 식당에서 동료가 짓밟히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출입을 하지 못한 세 명의 해고자들은 동희오토 정문으로 달려가 동료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출입하겠다고 누워버렸고, 출동한 경찰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도 않고 무슨 죄인지를 확인시키지도 않은 채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워 연행해갔다. 하루 만에 풀려났다. 여전히 정확한 죄명은 알 수 없고 ‘앞으로 조사하겠다’는 말만 들었다.

이 사건당시 회사에서는 정문에서 해고자 3명이 물류를 막았다며 라인을 20분 세웠고, 소장들은 5인의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총 20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니 이제 걔네들은 끝났다고 말했다. 1분에 1억씩 벌어들이는 구나.

동희오토 850명 하청노동자들이 피의 모닝을 만들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피의모닝이 아니라 노동하기 좋은 나라 ‘굿’ 모닝을 만들기 위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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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사나이
김성종 지음 / 뿔(웅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1.
김성종이래서 오래전에 출판된 책인줄 알았다가
2008년 1월 25일 초판발행 확인하고 놀라다.
아마도 내나이 사람들이라면 중학교나 고등학교때
시험보고 일찍 교문을 나선 날이든, 땡땡이친 날이든 그런날의 어느 모퉁이에
제5열이나 여명의 눈동자가 있을 것이다.
하긴 여명의 눈동자야 티브이 드라마로 제작되 엄청 유명해졌고
심지어 여옥의 테마 같은 타이틀 앨범도 잘 팔렸으니까.
러시아 민요풍의 음악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런, 오래전 향수의 느낌이 있는데

그런 김성종이 아직 현역에서 글을 쓰는 줄 미쳐 몰랐다.


2.
넘의나라 발음도 읽기도 어려운 이름과 지명에 혀가 꼬이면서도 기꺼이 읽으면서
우리나라 추리소설작품들은 잘 손이 안간다. 재미없다는 느낌이 아직 있고. 
우리나라 추리소설 작가들을 조회해 봐야겠다. 
국가대표 여자핸드볼 선수들을 보는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네.  


3.
안개의 사나이란 제목만 봐도 있는듯, 없는듯, 분명 있는데 실체를 알수 없는, 차갑고, 모호한.

읽어보니
그래도 킬런데, 이렇게 우유부단하다는 건 쫌. 실망이다.
죽을건지 말건지를 빨리정해서 핸폰처리를 하는게 당연하지.
더욱이 피묻은 옷을 가방에 넣어서 들고다니는 이유는 또 뭐야.
국경을 들락거리면서..... 도무지.
킬러라는 자각이 없어도 너무 없고. 어설프고.
프로라는 느낌이 없다. 킬러가!!!

피곤하다면 더 차가워야 하고, 더 무심해야 하고.


4.
군더더기 없이 전개가 빠른것은 좋다.
책을 손에 잡고 무리없이 술술 한나절이면 다 읽는다.
그다지 어색하거나 크게 스토리에 무리도 없다.

다만 잡히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범죄는 재미없을 뿐 아니라 보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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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1.
미용실과 은행에는 반드시 여성잡지가 있어야 한다. 
절대 무겁고 심각하지 않으며 단지 소문이면 족한 수다들, 다만
가끔 의도가 매우 천박하거나 모호함을 가장한 악의적인 기사도 포함해서
아무생각없이 책장을 넘기며 엘레강스하고 고상하고 품위있는 인간들을 상품화하는
실제로 엘레강스와 고상과 품위? 는 있거나 말거나
미용실과 은행용 여성잡지들.



2.
이런 드라마에 사람들은 너그럽다.
그리고 수요는 끊이질 않는다.
뭐, 꼭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을 구차하고 피곤한 삶에서 쉬게해주는 드라마들이
모두 다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이정도면 모자라지 않는다.

이건 그냥 그런 종류의 재미다.
절대 세상에 실제로는 없는 가족, 아무 문제도 없고, 서로 러브하는
드라마다. 거짓말 세상이라는 거지.
그래도 편안하다. 이런 드라마에 익숙하다.

열심히, 생각을 조금 바꿔 살면 세상은 매우 재밌고 살만하다는 거지.
말랑말랑한 거짓말 휴머니즘.

다만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치 생각을 그렇게 안해서 잘못사는듯이
생각지는 말아줘.
세상은 그렇게 말랑말랑 하지 않아.
아무리 즐겁게 살고 싶어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구.


3.
그래도 본다. 편안하게. 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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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루팡' 이라는 단어는 어린시절에 대한 달콤한 향수같은 냄새가 난다.
실내화, 도시락, 운동회, 봄소풍, 짝꿍 이런 말들처럼
홈즈보다 훨씬 매력적인 이 신사도둑이 정말 있다면 한번쯤은 만나보고 싶었다. 나는

그런데 왜 루팡의 소식이라고 했을까.
루팡은 경쾌하고 권위의식이 없고 또한 어둡지 않은데
루팡의 소식은 뒤로 갈수록 과하게 어둡다.
하긴 뭐, 살인사건이니까. 인과관계를 맞추려면 그만한 원인이 있어야 한다면,

그렇다면 루팡은 아니지.


2.
그러게, 시험지를 미리 훔쳐서 답을 하는 시험을 보는 것은 모든 학생들의 꿈이다. ^^
재미있는 설정이다.

소마를 그런방식으로 죽이는 것은 좀 그렇다.
누이동생과 함께 살리면서도 갈수 있을걸.

처녀작을 수정한 것이라고 했다.
데뷔작이니까. 이정도면 수작이라고 해둔다.


3.
요코야마 히데오는 좀더 읽어보긴 할건데
퍼즐을 맞추고 인과관계를 개연성있게 맞추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깊이가 없다.
물론 그런 깊이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본인이 독자의 마음이 묵직해지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거고
사회파 미스터리로 구분되는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루팡의 소식은 많이 부족하다.

사람이 살면서 닥치는 문제들, 이 사회의 모순으로 인해 피해갈수 없는 고통들에 대한
인식과 고민이 다만 추리소설의 설정을 위한 배경일뿐
그 문제, 그 자체에 대한 통찰과 깊이가 없다.

특히 그런 성찰은 집요하지 않고 어설프면 유치해지고
오히려 사회적인 문제와 그로인한 고통을 우습게 처리한다는 생각이들면
당연히 재미도 감동도 줄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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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전4권
박건웅 지음 / 새만화책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1.
판화기법의 그림이다.
1권은 특히 그렇다. 흑과 백의 강렬하고 감옥의 그림은 답답하고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것이었다. 감옥이니까.
답답하라고. 마치 하고싶은 말들과 억울한 숨결이 칸막이를 뚫고 나오고 싶어하는 느낌의.
그림으로만 되어있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한국 현대사.
한숨소리가 책갈피사이 그림과 그림사이로 몰아 숨쉰다.
고함과 비명과 억눌린 분노

서사시같은 그림들이 살아 움직인다.


2.
1972년생 작가가 2002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우리모두 이젠 과거의 일을 잊고 지낼때
하루를 사는 현실이 다들 무거워 감히 돌아볼 과거가 사치스러울때
슬그머니, 그렇지 않다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매우 서정정이고 깊다.
악몽에 시달리는 젊은 눈빛들과 힘없이 그러나 밝고 끈질기게 살아가는 풀같은 사람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끔은 피카소같고, 가끔은 고호같고, 한결같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3.
2권부터는 짧지만 대사가 들어간다.
소통이 훨씬 가볍고 편해진다. 그림에 더 쉽게 몰입한다.
지리산의 빨치산들, 정말 그랬을 것 같은, 이렇게 순하고 착하고, 강했을 것 같은. 눈물나게.
너무 예쁘게 풀처럼, 잡초처럼, 비명도 채 못지르고 죽은 사람들을 너무 예쁘게
살려냈다. 그래야 한다.
박건웅에게 고맙다.


4.
장도화의 마음을 알겠다.
무서운 얼굴을 하고 붉은색 머리로 표현되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싸움, 을 할 수 밖에 없는
패할거라고 내색하지 못하는
하루라도 더 살기위해 실수할수 없는,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부하대원 누구에게도 의지 하지 못하는 그의 어둡고 외로운 얼굴
그의 어깨위에 걸린 어두운 그림자의 무게
그 슬픔을 알겠다.

산은 어쩌면 이렇게 예쁜가.

역사의 흐름속에 사람의 마음을 담아 그렸다.
힘있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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