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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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시대 과거시험 문제와 대답이다. 시험문제의 난이도가 높다. 국가와 치세에 대한 자기철학이 있어야 답을 할 수 있는 문제들.

똑같은 질문을 오늘날로 옯겨와서 질문해도 제대로 답할 수 있는 관료들이 많지 않을것 같다.

2. 심지어 폭군으로 기록된 왕조차 세련된 문체로 글을 쓰는 구나.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교양수준이 높다. 하긴 학자 관료들의 나라였고, 세월이 흐를 수록 병폐도 많았지만

좁은 땅안에서 신분제질서에 자기만족하며 어깨에 힘주고 사는 바보들만은 아니었던 거다. 당연히

500년을 왕조가 이어졌으면, 그만한 힘이 있는거다.

그 국가경영의 근본 철학들은 현세에도 유효한 것들이 있다.

3. 잘만들어진 책이다. 편집도 시원시원하고, 내용이 좀 지루하기 때문에 오히려 넓은 행간과 여백이 다행이다.

김태완의 글은 담백하다.

책문과 그 답, 옛사람들의 글을 번역에 놓은 부분은 장광설이 많고, 이 조선시대 학자관료들이 어찌나 형식과 예의를 구구절절이 늘어놓는지 시간많은 나른한 오후에 읽는것이 아니라면 책을 집어던질 수도 있다. "아니, 그래서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요?"

그래서 책문과 답을 해설해 놓은 김태완의 글이 간결하고 경제적인 문장인것은 좋은 미덕이다. 더욱이 책문을 통한 왕과 신하의 대화속에 그 시대의 고민과 책문 주인공들의 마음까지 살핀다. 이점이 좋다. 느리게 천천히 시대를 초월한 국가경영에 대한 사상을 음미하는 것이 좋다.

4. 조선시대의 국가경영을 위한 고민과 위기들이 오늘날과 다르지 않음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텔레비젼에서의 양반들처럼 그저 기생첩을 끼고 놀지만은 않았던 거다!!! ^^)

1) '식량은 백성들의 하늘이다'

예나 지금이나 통치의 기본은 인민의 경제이다. 굶주림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경제수준을 보장해야 하는것, 거기에 현세에는 국가경제를 경영하는 비전을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설명해주어야 한다. 경제의 성장이란 그래야 의미있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노동을 유연화하면 잘살수 있다' 는말은 사기이다. 자본가와 그들을 위한 소수만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마치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당연한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거짓말한다.

국가경쟁력이 강해지는 것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 국가경쟁력이 뭔데? 자살하는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를 만든다는 뜻인가?

노동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한다. 노동자들이 처자식과 웃으며사는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는 사회

노동의 유연화란 해고의 자유이다. 이 말은 악의적인 사기의 핵심이다. 노동의 유연화란 분배의 정의나 평등한 인간관계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말이다. 사장이 더 많은 이윤을 내기위해 언제든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뜻이 노동의 유연화다. 한 사람이 수백명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한꺼번에 빼앗아도 된다는 욕망이 담긴 천박한 말이다.

식량은 백성들의 하늘이다.

2) 외교

열강 사이에 낀 한반도의 위치는 예나지금이나 외교정책을 어렵게 만든다. 위정자들의 강대국에 대한 자발적인 종속은 소수의 위정자그룹을 살찌우며 민중들을 고통받게 한다.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처럼

우리나라의 대미협상은 참 한심하다. 능력도 없고, 철학도 없고, 쌍방의 이익이 아니라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하는 외교를 하는 이시대 우리나라 외교관들은 솔직히 부끄러운줄을 알기는 할까. 그들의 멀쩡한 한심함이 우리 아들들을 넘의나라 침략전쟁에 총들고 서게 하고, 우리 나라 경제를 통째로 미국으로 팔아먹는다.

3) 교육

5. 임금이라는 직업은 한세상 살기에 좋은 자리가 아니다. 태어나면서 부터 왕이되기 위해 형제들, 사촌들과 경쟁하며 왕의지위에 걸맞는 품성과 지성과 판단력을 기르기 위해 키워지는 자의 막중한 책임감과,

그로인해 왜곡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감성이 있는 것 같다.

예나지금이나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면 감사해야 할 일인것 같아.

6. 뒤로갈 수록 의식적인 장광설과 수다스러운 허례허식의 언어가 지루해진다. 느긋한 휴일에 천천히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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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2 - 제1부 대망 - 인질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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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세의 영웅들의 이야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매우 당연하게도

난세의 민초들의 삶은 보여주지 않는다.

영웅이라는 사람들이 귀족이나 무사로 태어나 가슴에 세상을 제패할 뜻을 품고 있을때,

그들의 종이나 머슴들은 그저 기꺼이 복종했다고?

밭과 논을 갈고 물고기를 잡아 하루하루 살아간 사람들이 마음다해

칼로 목숨을 위협하는 귀족, 무사 영웅을 존경했다고?

믿을 수 없다. ^^ 오히려 저주스러웠을걸.

끝없이 이어지는 싸움이 지루해진다.

2.

난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세란 결국 힘이 없을때는 몸을 낮추어 뜻을 숨기고

힘이 있을때는 마음껏 세상을 호령하며 유린하는 것이구나.

3.

결혼을 하면 시집의 귀신이 되어야하는 조선의 여성들보다

어차피 정략결혼, 정세에 따라 양가가 원수사이가 되면 이혼하는 것이 가능한 일본의 여성들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시 정략결혼 하는 거지.

쿨하게 전남편을 정리하고 다음남편에게 다시 복종하고.

약육강식의 칼의 시대에 목숨을 부지하고 살기위해 뭔들.

힘이 가장 좋은 명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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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장 캐드펠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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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야기가 너무 무난하고, 극적인 장치도 없고,

2. 캐드펠 수사의 지적이고 유쾌한 농담도 거의 없고

3. 몇년만의 장사로 활기찬 중세 영국의 도시에서 부지런히 활보하는 캐드펠이 아니라

매우 피곤하고 귀챦아하는 캐드펠인 느낌도 있고,  

4. 그래도 캐드펠 시리즈다. 좀 심심하기만 중세의 거리를 걷듯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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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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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제든 영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늘어놓고 리스트를 만들어보고 싶다. 브론테 자매와 제인오스틴, 버지니아 울프와 아가사 크리스티까지. 독특하고 개성적인 필체를 가진 여성들인데, 기묘하게도 안개가 낀듯도 하고 현실과 꿈이 뒤섞인듯도 하고 축축하고 음울한 어두운 느낌의,

그녀들은 모두 뚫어지게 일상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문제에 대한 성찰을 직관처럼 풀어놓는다.

2. 세터필드는 아니다. 그녀가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선배 여성작가들의  감성을 얼마나 이해하는 지는 모르겠는데,

3. 내가 소설을 읽으며 싫어하는 점들을 이것저것 많이도 갖고 있다.

앞부분을 읽으며 이미 내가 싫어하는 종류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이런 경우 대체로 그 즉시 책을 덥는데, (봐야 할 책은 많고 시간은 없으므로, 그게 더 현명한 일인데) 오히려 하도 부피가 두꺼워서, 어디 뭐가 더 있나 보자는 심정으로 마지막을 넘겼다.

있기는 뭐가 있어. ^^

4. 출생의 비밀, 쌍둥이, 유령, 근친상간, 구구절절이 예민한척하는 문체, 미친 주요등장 인물들, 핏줄,

이런것들은 마치 뭔가 있는 척하면서 삶의 비밀에 대해 뭔가 근사한 것이 숨겨져 있는듯이 하면서 실은 아무것도 없음을 숨겨주는 장치, 모든 것은 우연이고, 반대로 운명이고, 핏줄이라고, 그러니 따지지 말라는 거지.

도대체 알수없음. 열세번재 이야기도, 등장인물들의 감정 상태도, 진부한 소제에,

제인에어나 이성과 감성같은 책들에 대한 애정을 자주 표현하는데, 그 책들은 나도 좋아한다. 그런데 이책은 아니다.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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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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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다보면 죽이고 싶도록 미운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가끔 준거없이 미운사람이 있기도하고, 미운털이 박혔는지 까닭없이 미운사람도 있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마련이고 그런 사람을 실제로 죽여야 속이시워하냐면 그건 다른 문제이다.

물론 어떤 재벌회사 회장놈은 지 아들 팼다고 조폭 불러서 손수 죽도록 패버리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고, 구속된 후 시간 좀 지났더니 아니나 달라 아프다고 한달동안 형집행정지라더군. 내 그럴줄 알았지. 쫌 있으면 병보석이든 집행유예로 나오든 나와서 다시 보복하겠지.

비상식적으로 돈이 많아서 몰상식한 것들 말고

평범한 우리의 철학 수준에서는 고민스러운 문제이긴하다.

2.

문학에서도 사회악인 사람을 죽여도 되느냐는 오랫동안 주요한 소재로 이용되기도 하고

이 소설의 배경의 일부가 그런 문제다.

소름끼치게 나쁜 놈을 정당방위로 죽였다. 그 다음이 문제인데

3.

추리소설은 흔히 작자와 독자의 범인을 숨기고 찾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경우는 범인은 알고 있는데 어떻게 완전범죄로 만드는지의 과정과

형사는 어떻게 범인을 찾아나가는지의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으면서

반전으로 독자들이 책장을 넘기며 '아하' 하고 감탄하게 만드느냐이다.

'실제있었던 사실'과 '의도해서 보여주는 편집' 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의 문제로 보여지기도 하고

사실 의외의 인물이 범인인 추리소설의 경우 그가 범인이라는 사전의 자료제공을 작자가 충분히 하지 않으면 재미없다. 자료제공을 하면서 속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절대 알수 없게 하고 하는 반전은 허무해진다.

4.

그런데, 딱히 그렇지 않아도 재미있다. 객관적인 자료제공이 거의 없는 소설이다.

수학자의 범죄를 물리학자가 찾아가는 과정은 논리적인 근거나 증거가 아니라 물리학자가 알고 있는 수학자에 대한 과거의 기억과 지식에 근거한 느낌때문에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것에 기반해 추리를 한다.

그래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책장이 넘어가는 이유는 개성적인 등장인물과 개연성이 있는 인간관계의 설정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삶에 연륜이 묻어나는 여유있는 문체가 억지스럽지 않게 한다.

범인을 찾는 재미 뿐 아니라, '범죄' 에 대한 심리나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등장인물들의 삶이 설득력있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 때문에 별다른 자료제공없이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왔을때 '아하' 그랬구나, 하면서 소름끼치게 동의하게 된다.

5. 재미있다. 다만 별이 세개인 이유는 요즘 나의 감성이 어둡고 무겁고 슬픈 스토리를 받아들이기 싫어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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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잘 읽었습니다. 저도 뒤늦게 읽은 소설인데 괜찮긴 했지만 입소문 만큼 대단하다는 감명은 못받았었죠. :)

팥쥐만세 2007-08-2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저두요. 무슨 상받았다는 소설들이 의외로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가 종종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