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숲이 있다 - 마오우쑤 사막에 나무를 심은 여자 인위쩐 이야기
이미애 지음 / 서해문집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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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원도 정선, 산골짜기에서 자란 나는 사막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절대적인 고요와 지평선까지 사람의 것이 아닌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보는 것에 대한 동경, 과 매섭게 춥고 생명이 살지못하게 뜨겁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살고싶다는 생각은 절대 안해도 한번쯤 지중해의 푸른빛을 구경하는 것보다는 더 경건한 마음으로, 사막에 가보고 싶었다.

2. 사막에서 숲을 만들며 사는 인위쩐과 바이완샹 이야기. 코뿔소처럼 단단하고 힘이 장사라는 인위쩐, 바보처럼 한심한듯이 표현되지만, 마음착한 그녀의 남편 바이완샹.  

사막에 나무를 자라게 하고 숲을 만들었다는 것보다, 어떻게 그런 바보같은 시도를 했을까에 대해 당연히 궁금한데, 이 부부의 사연은.... 참 할말이 없다.

사막을 닮은게다. 거기서 나고 자라 , 사막처럼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마음착한 사람들이 사막처럼 포기할 줄 모르고 강해진거다. 그래서 사막이 자신의 한쪽을 숲으로 내주고 마는게다.

3. 나는 정말 착한책을 싫어하는데. 가난하고 어려워도 열심히 열심히 노력하면 마침내 '행복하게 잘산다'는 거짓말은 지금 행복하게 잘살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것처럼 사기친다. 그리고 지금 부자로 사는 사람들은 마치 모두 정직하게 열심히 노력해서 그렇게 된것처럼 거짓말한다. 그래서 태어날때 가난한 부모밑에 태어나면 실은 가난하게 사는거고, 절대 부자들과 법앞에 평등하지도 않은 현실을 교묘하게 감추는 착한 책들을 싫어한다.

4.  사기치지 않고 정직하게 착한책.

출판사 서해문집에 대한 신뢰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작자 이미애는 주로 다큐를 쓰는 작가라는데, 글을 잘쓴다. 너무 무겁지 않고, 가볍지 않고, 소박하지만 존중할 만한 이들 부부의 삶을 극적으로 잘 표현했다. 이 글쓰기를 애정을 갖고 했을거라는 느낌도 있고, 적절한 표현들이 즐거운 대목이 많다.  

중국 네이멍구 사람의 이야기를 그들의 작품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작가가 직접 쓰는 책을 기획한 것도 칭찬할 만한 일이다.

5. 착한 사람들의 삶을 착한 출판사가 기획해서 착한 작가가 썼다는 거다.

문득, 착한 독자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리고,

더 늙기 전에 그녀의 사막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문득,

나의 삶을 한박자 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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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 - Art 020
마쓰오 바쇼 외 지음, 가츠시카 호쿠사이 외 그림, 김향 옮기고 엮음 / 다빈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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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의 미학에 대한 지식이 없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편집과 가격으로 이미 훌륭하다.

이정도의 도판과 배경지식을 포함한 시의 맛을 알려주려면 실은 매우 전문적인 책이 되버리고

그러면 가격도 엄청 뛸거다. 도판이 있는 그림 책들이 흔히 그렇듯.

이정도로 충분하다. 가격이 저럼한것이 좋다.

그렇다고 딱히 가볍지도 않다.

절묘하게 짧은 시와 함께 마음이 탁 와닿는 작품은 몇개 안되지만

잘 이해할 수 없어도 그림이 그대로 좋고,

시도 그대로 좋다.

2.

흔히 일본을 두고 가깝고도 멀다고 하는데, 잘 모르는 일본의 문화를 알것도 같고.

그렇게도 열광하는 일본 추리소설의 배경이 되는 그들의 문화는 이런거구나 싶고

예를들면 '옥문도'의 중요한 배경인 그 병풍말이다. 이런 그림일거라고 생각하니 재미있더라.

가볍지 않다. 역사가 잛지도 않고, 그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반이 되어주는 일본 선조들의 문화수준이다. 칼의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숭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묘하게도 살짝 퇴폐적이고, 초월한듯도 하고 세상을 비웃는 듯도 하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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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법정
마이클 S. 리프.H. 미첼 콜드웰 지음, 금태섭 옮김 / 궁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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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초였던가 작년 말이었던가, 한겨레 신문에 왠 검사가 '(경찰, 검찰) 조사받는 법'을 총4회에 나누어 연재하려다가 딱 한회만 쓰고 그만둔 일이 있다.

그 검사는 경찰이나 검사에게 조사받는 사람에게 원래 있는 권리인데 사람들이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권리들을 가르쳐 주는것으로 첫회의 연재를 시작했었다. 그랬더니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동네가 난리가 나서 한마디로 말하면

"너, 미쳤냐? 너도 검사쟎아. 너도 우리편이라구. 그만둬. 안그만두면 너 이바닥에서 밥 먹고 살기 힘들어질걸." 하고 협박을 했고, 더러우면 그 바닥 뜨면 된다고 생각할 줄 모르겠지만, 뜨면 변호사 해야 하는데 그 바닥과 사이가 좋아야 전관예우 받고 먹고살지, 실은 변호사도 그바닥이거든. 그래서 꼬리내리고 얼마후 변호사로 개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은 나는 궁금하다. 아마도 그는 변호라로도 밥먹고 살기 쉽지 않을거다. 잘난척한 새파란 후배를 그바닥의 검사출신인 판사들이 예뻐하겠어. 오히려 판사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그 변호사의 사건이라면 무조건 형을 세게 하는 치사한짓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하여튼 그때

"아니, 세상물정 모르고 감히 '상식'적으로 법을 얘기해놓고, 곰방 이렇게 꼬리내리는 이 검사는 누굴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가 이책의 옮긴이 금태섭이다.

음---, 세상물정 모르고 잘난척한 댓가로 고생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후회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후련해하며 박수친사람도 있으니, 비록 지금은 꼬리 내렸더라도 부디 속으로 칼을 갈고 있기를 바래본다.

2. 법학과 학생들의 기본교양서 정도의 책이다. 금태섭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문장에 대한 이해력도 있고. 잘 번역된 책이다.

3. '법학과 학생들의 기본교양서' 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1) 마치 최선을 다하면 좀 어려워도 법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더 자유롭게 발전하는듯이, 그런 철학으로 서술되어 있다. 자본주의가 법에 대해 선전하고 싶은 대로 씌어 있다는 뜻이다. 실은 법은 돈많은 사람 편인걸. 법학과 학생들도 정의수호 보다는 특권츻을 향한 욕망이 더 많은걸 세련되게 감추는 책

이 책은 저자가 미국인들로 하여금 자기네 법정이 객관적이고 사려깊으며 매우 인간적이라고 믿게 만드는데 성공한책이다.

그래도 인상적이고, 그래도 이책을 이땅에서 소개하는 것은 지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름위에서 높으신 양반끼리 논하는 법을 우리 가까이 일단 끌어내리기 위해서라도.

2) 검사나 변호사가 하는 '질문'은 이미 사건을 위한 편집이라는 것이 매우 재미있게 여기저기서 보여진다. 즉 진실은 누가 더 그럴듯하게 편집하는 논리를 만드느냐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진짜 정의는 변호사나 검사의 혀 위에 있지 않다고 나는 믿는다.

재판에서는 돈많이 주고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야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사실을 말하고 상대가 거짓을 말해도 나의 변호사가 무능하면 나는 이길수 없다는 거지.

법은 공정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다.

심지어 변호사의 능력이 '논리'가아니라 인맥과 관과의 친분관계임을 인정하는 '전관예우'라는 개같은 일이 공공연한 뻔뻔스런 법정이 대한민국이다.

3) 혹시 이 책을 보고, 미국의 법정 드라마를 보고 그러듯이 우리의 재판도 이럴거라고 착각하면 살다가 고통을 격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재판방식은 이 책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나라의 재판이나 법에 대해 알려면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을 보시길.

4) 우리가 더불어사는 공동체에 다양한 '쟁점'들의 속뜻과 의미를 알 수 있다는 미덕은 매우 큰 장점이다. 잘만들어진 책이다.

 

4. 어쨌거나 나는 대한민국의 법대를 나와서 이땅의 법을 뜯어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 모든 법대출신들에게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그것들이 과거의 습관위에서 저하나 잘먹고 잘살자고 외면하고 있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금태섭은 어쨌든 법정이 세상을 정의롭게 바꾸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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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한국배우
백은하 글, 손홍주 사진 / 해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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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 좋은 미덕은 '그'를 이해하려는 작자의 눈길이다.

감각적이고 발랄하게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가볍다고 나무랄  수준은 아니다.

누가 스타를 가장 잘 알까.

주로 개인기를 반복해서 보여주며 가벼운 말장난으로 가득찬 모든 토크쇼들이 좀 배웠으면 좋겠다.

 

2. 스타들에 대한 정확한 표현을 여러대목에서 느끼는데, 아마도 그런 작가의 눈길때문일거야

 

3. 이들중 몇몇 스타에 대해서는 그의 연기인생에 대한 글이 나올때도 되었다.

기본기는 있는 가벼운 소품이다.

 

4. 스타를 사람으로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점이 가장 좋았어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읽고 싶고, 그가 '진짜로' 는 어떤 향기가 나는 사람인지 알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적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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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저항
방현석 지음 / 일하는사람들의작은책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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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목이 '아름다운' 저항일까?
흔히 사회주의자는 현제의 시간에 대해 비관적이고, 미래의 시간에 대해 낙관적이라고들 한다. 그럼, 과거의 시간은 아름다운가? 물론 과거의 모든 시간이 아니라 '저항'의 시간을 말하며 아름답다고 하지만, 형용사가 적절하지 않다.

20세기 한국사회에서 일어났던 저항들은 식민지 시대부터 유신이나 독재시절을 거쳐 신자유주의가 생존권을 위협하는 지금까지 너무도 치열하고 눈물겹게 진행되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1970년 전태일열사가 죽으며 외친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말은 2004년의 시간에도 유효하다.

그럼, 현제의 저항도 아름다운가? 굳이 최근에 죽어간 열사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 철거민과 농민들...... 눈물겹다. 차라리 지겹다. 반복되고 있는 자본의 폭력과 모진 투쟁의 시간들을 경과하면서 아직도 되풀이 되고 있는 투쟁의 시간이 멀미가 난다.

아름답게 회상하는 것이 옳바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노동자,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폭력은 그것에 저항하는 사람과 역사까지도 고통스럽게 한다는 말이고, 그 무거움에 비해 아름답다는 회상은 이르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야만적인 자본의 폭력이 이제는 사라졌다고 판단되는 시대가 되거든 그때의 후손들이나 우리의 저항을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각 시대별로 선별한 사례들은 적절하다. 전체적으로 20세기 한국사회에서의 노동운동을 정리하기에 좋다. 인터뷰는 현장감이 있고, 지금 현제 그 역사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표현한것은 작자 역시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에 대해 미래를 준비하는 자로서의 시선이 있다. 수필처럼 가볍게 읽어야 하기 때문에 소제목이 '노동운동사 산책'이다. 아름다운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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