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변할까?
영화 속에서 누군가가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대사를 했던 것도 같고... 어쨌거나 내 경험으로 보자면, 사람은 변한다, 하지만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
1984년 동독, 십수년 동안 능력있고 신념있는 비밀경찰로 활동해 온 비즐러의 새로운 감시 대상은 잘 나가는 극작가 게오르그 드라이만이다. 애인이자 배우인 크리스타와 함께 살고 있는 집에 언제나처럼 도청장치가 설치되고, 건물 꼭대기에서 감시를 시작한다. 시작은 그랬다.
'감시'에서 '감정 이입'과 '동화'로 바뀌기 시작한 지점은 어디였을까? 어느새 비즐러는 드라이만의 서재에서 <브레히트 시집>을 꺼내 읽고, 크리스타를 안는 드라이만과 함께 느끼고, 드라이만이 연주하는 피아노에 눈물을 흘린다. 급기야는 크리스타와 드라이만을 감싸기까지 한다.
비즐러는 왜 변했을까? 그가 변하는 이유를 대기라도 하듯, 그의 단조롭고 삭막한 생활이 그려진다. 썰렁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아파트에서 국수에 인스턴트 소스를 비벼 먹으며 작은 TV를 보는 것 뿐인 생활, 이웃들은 그가 비밀경찰이라고 수군거리고, 그가 집에서 대화라고 나누는 것은 돈을 주고 산 여자 밖에 없다.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사랑과 열정이 비즐러를 바꾼 것일까?
포스터에는 "5년간 내 삶이었던... 타인의 삶"이라고 적혀 있다. 그래, 5년이었다면, 비즐러가 5년 동안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를 감시하면서 바뀌어갔다면, 이해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감시 기간은 불과 2~3개월 뿐이다. (대체 저 5년이라는 표현은 어디서 나온거야?) 십년 넘게 비밀 경찰 일을 해 오면서 누군가를 감시한게 처음도 아닐 터인데, 그들 중에 드라이만과 크리스타만큼 열정적인 사람이 없어서 그동안은 변하지 않았다는 말인지. 비밀 경찰 업무에 신념을 가진 사람이라는 설정치고는 설득력이 약하다.
하지만 뭐, 저 정도의 약점은 봐 주자. 기간을 5년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얘기니까.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해서 몰입하는데 문제가 없다. 위에서 말한 불만도 영화를 볼 당시에는 별로 의식하지 못했다. 페이퍼를 쓰려고 생각하니까 의문이 들었다는 말이다. 상투적이지 않고 인상적인 결말도 좋다. 스스로 의식했든 하지 않았든 비즐러는 선택을 했고, 대가를 치뤘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어진 선물로 보상받은 셈이다. 그러니까 이건 해피 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