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3일 연휴에 뭘 할까 고민고민하다 하루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체험 여행 코스 중 하나가 <감 와이너리 투어>. 일제 시대 만들어진 폐터널을 와인 보관 창고로 이용한다는 곳이다. 밀양의 영남루, 청도 와인터널, 청도 운문사를 하루에 들르게 된다. 거기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와인 터널에서 음악회가 있단다.

7시에 광화문에서 출발하여 11시 30분 쯤에야 청도 운문사에 도착했다. 음악회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와인 터널에서 가까운 운문사에 먼저 들르는 것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정말 먼 길이다. 고향에 가는 것 말고 이렇게 멀리 길 떠나본 게 얼마만인지.

 



운문사를 감싸고 있는 산은 호랑이가 편안하게 앉아있는 형세라고 가이드가 알려줬는데, 우리는 물론이고 가이드조차 대체 어떻게 호랑이 모양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빙 둘러 산이니 상쾌하긴 하더라만.

 



담이 낮아서 밖에서 대웅전 건물이 잘 보인다.

 



한 그루의 소나무가 저리 넓게 퍼져있다. 일년에 한 번, 소나무 잘 자라라고 막걸리를 열두 말이나 부어준단다.

 



근처의 평범한 식당에서 평범한 점심을 먹었다. 남들은 아침을 안 먹고 왔는지 여기저기서 밥 더 달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우리는 든든하게 먹었으므로 평소 먹던 만큼으로 끝. 덕분에 일찍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카운터 위에 말린 감 조각들이 바구니에 담겨 있다(감말랭이라고 부른단다). 청도, 밀양 등에 감이 유명하다지. 주인 아저씨가 감 맛보라고 하셔서 하나씩 집어들었는데, 이런, 엄청 맛있다! 슬금슬금 먹다보니 대여섯개씩은 먹었나보다. 더 먹고 싶었지만 뒷 사람들 생각해서 참았다. 흑흑.  

 

2시 반에 시작한다던 와인 터널의 음악회는 3시가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일단 짜증이 났는데, 뭔 놈의 말들은 그렇게 많은지. 촌 동네 사람들 촌스러운 거 알아줘야 한다. 와인 터널 대표가 인사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음악회에서 노래 부를 지방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자기 자랑에, 와인 회사 대표에게 하는 인사치레에, 심지어 하나마나한 곡 해설까지 하고 계신다. 기다리다 못한 관객들이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니까 좋은 음악회는 관객이 만드는거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또 떠든다. 제발 좀!

 



아무튼, 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시음용 감 와인을 따라준다. 감으로 만든 것도 와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했는데, '와인'에는 포도주라는 의미도, 과실주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잔을 받아들고 살짝 코 끝에 대보니, 음, 감식초같은 향이 난다. 식초 종류 엄청 싫어하는데. 그렇지만 향과는 다르게 맛은 제법 괜찮네. 두 번째 잔은 병을 따 두었기 때문에 향이 좀 날아간 상태여서 마시기 더 편했다.
여기서는 구입한 와인을 보관해 주기도 한단다. 직접 만든 라벨을 붙여서 1년이고 2년이고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찾을 수 있다는 얘기. 우리는 뭐, 그런거 귀찮아 하니까, 1병만 구입해서 들고 왔지만.

 

늦게 시작한 탓에 늦게 끝났고, 가이드는 마지막 코스인 밀양의 영남루를 생략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누군가가 거길 꼭 가야겠다고 했다.





영남루에서 내려다 본 밀양강. 요 앞 대나무 숲에는 하인에게 겁탈당할 뻔한 아가씨가 자결했다는 전설이 있대나 어쨌대나.

 



영남루에서 도로로 내려가는 계단. 계단과 경사로를 섞어서 재미있는 모양이다.

 

광화문에 도착한 시각이 밤 10시 쯤. 기사님이 엄청 밟아대더라니.
근데 시내에 들어와서 많이 밀린다. 아무리 크리스마스 이브라지만 대체 다들 차 끌고 나와서 뭘 하겠다는거야! 광화문에도 청계천에도 인파가 굉장하다. 뭐 루미나리에가 제법 볼 만하긴 하더라만.

 

하루 종일 좌석 비좁은 버스를 타고 다니려니 무지 힘들더라. 다음 번엔 여기 저기 들르는 거 말고 임실 치즈 만들기랑 영동 와인 터널이랑 두 군데만 들르는 걸로 가 볼까 싶다. 영동에선 산머루로 와인을 만든다고 하니까. (영동은 포도였나. 기억이 잘 안 나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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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2-2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문사..주차장에서 저쪽으로 돌아가면 일반인에게 비공개인 곳이 있는데 참 좋은데..아쉬운걸요? 그나저나 요식행위 음악회 때문에 시간 많이 걸려서 좀 그랬긴 해도 좋으셨을 듯. 해피 크리스마스였죠?? 와인이랑...^^

물만두 2006-12-27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 앞에 트리가 세워졌네요^^

urblue 2006-12-2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굉장히 큰 트리죠? ^^

반디님, 그 음악회 한다고 만원씩 더 냈거든요. 공짜였으면 그러려니 하지만 돈 주고 보는 건데 너무 엉망이라 화났어요. 힝. 그래도 애인이랑 같이 다니는 거니까 좋긴 했어요. 헤헤.

2006-12-27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aire 2006-12-2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 와인, 이란 것도 있군요. 꽤 달콤한 맛이 날 듯해요. 뭐, 애인이랑 같이 다니는 여행이었으니, 감 없이도 달콤하셨겠지만. :) 사진에 담긴 풍경에서 상큼새콤한 공기가 느껴지는 게 좋았겠다 싶어요.

sudan 2006-12-27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말랭이는 곶감이란 비슷한 맛이겠죠? 너무 굳은거 말고 주황색이 남아 있는 말랑말랑한 곶감 무지 좋아하는데. 맛있으셨겠어요. 루미나리에는 올해부터 루체비스타라고 부른대요. ^^ 상표권 분쟁때문이라던데요?

urblue 2006-12-2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haire님, 감 와인에 산머루 와인도 있다는군요. 감 와인은, 굳이 다른 곳에서 골라 사 마실만큼 맛있는 건 아니지만 '달콤한' 기념은 될 것 같습니다. ^^

**님, 그거 안 나오게 사진 찍고 싶었지만 위치가 워낙 절묘해서 말이죠. -_-; 아무튼, 잘 다녀왔습니다. ^^

수단님, 전 곶감 안 먹거든요. 근데 이 감말랭이가 너무 맛있어서, 어제 그거 구하겠다고 인터넷을 다 뒤졌다는 거 아닙니까! 결국 찾았어요, 청도감말랭이. ㅎㅎ
루미나리에는 일본에서 상표등록을 했다구요? 에..그럼 루체비스타라고 바꿔야 하나...

로드무비 2006-12-2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도 운문사 좋지요?
그런데 안주가 별로 신통치 않네요.=3=3=3
(괜한 트집.)

urblue 2006-12-2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안주라고 과자랑 치즈랑 감말랭이 쬐끔밖에 안 내놓더라구요. 그치만 집에서는 잔뜩 차려놓고 마실랍니다. ㅎㅎ

2007-01-03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05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09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딸기 > 마사이 마을에서.

어릴 적 보았던 소년잡지의 동물만화에는 마사이족이 곧잘 등장했다. 특유의 유선형 날이 달린 긴 창을 휘어잡고 사자를 좇는 마사이족은 야성의 상징이다. 케냐의 동서 고원을 가르고 있는 거대한 협곡은 모두 마사이족들의 땅이다. 개발의 길을 택한 다른 부족들이 나이로비와 뭄바사 같은 대도시에서 번잡한 현대인의 생활에 적응한 반면 마사이족들은 여전히 광활한 구릉과 협곡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케냐 남쪽 탄자니아 접경지대 암보셀리의 마사이 마을을 찾아갔다. 이 마을에는 182명이 살고 있는데 모두 4개 집안 사람들이다. 소, 양, 염소, 당나귀 따위를 키우고 세공품을 관광객들에게 팔고 집 구경을 시켜주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마사이의 소들은 건조기후에 적응해, 신기하게도 낙타처럼 등에 혹이 달렸다.
전형적인 마사이 마을에서 남자들은 울타리를 치고 여자들은 집을 짓는다. 하루 식사는 아침저녁 두 끼만. 우기와 건기에 맞춰 두 개 마을에 집을 지어놓고 연중 절반씩 거주하는데, 암보셀리에 지내는 동안 마사이족 아이들은 한국인 선교사가 지은 사마리아선교회 교회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고 한다.


암보셀리 공원 안에 마사이 마을이 있는데,
공원 입구에서 마사이족 소녀들이 목걸이랑 팔찌 따위를 들고 다니며 팔아요.


마사이 마을가는 길, 저렇게 돌로 된 표지판이 있어요


여기가 마사이마을이랍니다





흙벽에 초가지붕을 얹은 마사이족 야곱의 집에는 2개의 침실이 있었다. 하나는 부모 방, 하나는 아이들 방이다.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는 캄캄한 집안에 손바닥만한 창이 나 있고, 소가죽 침상에서 야곱의 가장 젊은 아내가 목걸이 구슬을 꿰고 있었다.
병원이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킬리만자로 숲의 약초에 의지해 살아간다. 중병에 걸려도 약초 뿐. 말라리아에는 에레미트라는 풀을 달여먹이고, 산모에게는 오르크콸라라는 것을 먹인다고 했다. 몇몇 남자들이 아카시아 나무와 백향목 줄기로 불을 피워 코끼리똥 말린 것에 불붙이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마을 구경의 마지막 순서인 마사이 장터에서는 여성들이 하루 종일 어두운 흙집에서 꿰어 만든 목걸이와 팔찌 같은 장신구들을 흙바닥에 늘어놓고 판다.
집집마다 여자들이 만든 물건들을 가마니 위에 `진열'해놓고 있지만 `자유시장'은 아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남자들 몇몇이 나서서 거간꾼이 되어 관광객들에게 강매하다시피 물건을 팔면 그 돈을 비교적 고르게 나누는 것 같았다.

마사이마을까지 동행한 레인저(안내원) 딕은 키쿠유족인데, "지금도 사자들은 마사이를 만나면 도망을 친다"고 했다. 설마 싶겠지만 사자들도 마사이는 알아본다는 것이다. 마사이의 빨간 옷, 그들이 몸에 바르는 독특한 향료가 있어서 그런 모양이라고. 마사이 사내아이들은 어른이 되려면 통과의례로 사자를 한 마리 씩 잡아야 했다. 암사자는 안 되고, 숫사자만 의미가 있다. 그러니 동물의 왕 사자들에게 마사이족은 그야말로 천적이었던 셈이다.
"사자들이 키쿠유족을 보면 도망 안 가나요?"
"어림도 없지, 우린 당장 도망가야지."
딕은 "사자들은 오직 마사이족만 구분한다"고 했다. 서양 식민세력들이 아프리카인들을 마구잡이로 `사냥'해가던 시절에도 노예화하지 못한 것이 마사이족이다. 노예상인들이 붙잡기만 하면 `죽거나 죽이거나' 둘중 하나를 택해 결국 끌고 가지 못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어 마사이 전사들이 관광객들 앞에 문을 열어주고 춤을 보여주며 돈을 벌지만, 국경도 국적도 그들에겐 여전히 의미가 없다. 킬리만자로 일대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은 군데군데 열려있는데, 동물들과 마사이족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철따라 그들은 자신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국경을 오간다.
마사이마을을 나와 다시 초원에 들어서니 톰슨가젤(영양의 일종)과 그란트가젤이 뛰어다녔다. 딕이 내게 물었다. "저기 타조 있네. 검은 것은 숫놈, 회색은 암놈. 알아요?" 야생동물은커녕 참새도 사라진 아파트촌에서 사는 내게 그런 상식을 기대하다니요. 그날 하루 종일 딕에게서 `동물 수업'을 받았다. 치타 두 마리가 얼룩말 떼를 쫓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먼지구름이 시야를 가렸다.

저녁이 되자 멀리 구름 낀 산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킬리만자로! 눈 덮인 산 킬리만자로, 조용필의 노래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산에 로망을 갖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 땅에 있지만 국경 아주 가까이 있어서 암보셀리에서도 자태를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철에는 낮 동안 내내 구름 모자를 쓰고 있다. 레인저(사파리 안내원) 딕이 "저녁이 되면 산 꼭대기가 보일 것"이라고 했는데, 거짓말처럼 낮 동안 하늘을 덮었던 뿌연 구름들이 걷히고 푸른 산이 보였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킬리만자로는 열대의 만년설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그 눈마저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녹고 있다고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잡지나 다큐멘터리필름 속 모습보다 `눈 모자'는 확실히 작았다.



저 산이 킬리만자로랍니다.


코끼리가족은 엄마가 맨 앞 아빠가 맨 뒤, 단란하게 다녀요
생후 2주 된(딕의 말에 따르면) 아기코끼리도 보았어요. :)


어둑어둑해진 초원을 코끼리 가족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루 나들이를 마치고 킬리만자로 기슭으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레인저 차량들은 모두 멈춰 코끼리 가족의 퇴근을 기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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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틀어놓고도 그 앞에 앉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등을 돌리고 싱크대 앞에서 일을 하면서 소리를 듣고, 가끔씩 고개를 돌려 화면을 보았다. 그러고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2003년 4월, 아버지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 드라마 속의 아버지처럼 매년 정기검사를 했고, 그 전 해에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암이 퍼진 속도가 어찌나 빨랐는지 암인걸 알았을 때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원에서는 어쩔 수 없다 했고, 아버지도 엄마도 항암치료를 원하지 않았고, 서울에 있는 자식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자식들은 웅담이니 상황버섯이니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만 집으로 부쳤고, 엄마는 시골에서 재배한 돌미나리를 사들여 아침저녁으로 즙을 만들어드렸다.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전화에 몇 번씩 고향으로 달려갔다. 낮일 때도 있었고 한밤일 때도 있었다. 안정이 되었다고, 괜찮아지셨다는 말을 듣고 그 날로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결국 두 달 만에 아버지는 가셨다. 

 

드라마의 아버지는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바닥에 주저앉아 운다. 장기이식도 불가능하고 항암치료를 한댔자 확률은 10%가 안 된다. 더 살고 싶은데, 아직 할 일도 많은데, 왜 내게 이런 일이. 어머니도 운다. 아버지가 암인걸 알았을 때, 아버지가 항암치료를 포기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냥 보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 저렇게 우셨을까. 엄마랑 알콩달콩 좀 더 살고 싶다고, 아들 딸 결혼하고 손자들 낳는 것까지 보고 싶다고, 이렇게 빨리 가기는 싫다고, 우셨을까. 얼마나 아프셨을까.

 

나쁜 일만 오는 건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아버지의 병으로 가족 간의 불화와 반목이 사라지고 서로를 좀 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부모에게 무심하던 못된 딸년은 아버지가 얼마 못 사신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야 집에 자주 전화를 하고 자주 찾아가게 되었다. 그제서야 홀로 남은 엄마와 사이 좋은 딸이 되었다.

 

아버지는 이제 안 계시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이 순간이 기적이라는 걸, 나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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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12-18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부작을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단순히 아픈 사람에 대한 비가, 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에게까지 보내는 위안.
작가가 모름지기 저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네요.

chaire 2006-12-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어무이는 취향이 하도 특이하셔서, 이 드라마를 봐야 한다는 저의 주장에 따라 1회는 같이 봐주셨지만, 이후로는 '게임의 여왕'을 고수, 결국 저는 1회와 4회 약간만 볼 수 있었어요. 얼마만의 노희경인데! 아쉬웠더랬죠. 근데 일부만 봐도, 자꾸 피하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조금만 몰입하면 울 거 같아서. 블루 님에게는 더더욱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였겠어요. 아픈 이들의 눈물은, 진짜 가슴이 미어져요.

Mephistopheles 2006-12-1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엄청나게 울었던 까닭에..
이 드라마는 외면해 버렸어요..

로드무비 2006-12-1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터리 샌드위치를 만들어 딸아이와 입이 터지도록 베어무는 이 순간이
기적이란 걸 자주 까먹어요.

아영엄마 2006-12-1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맴이 아프네요. (아버지는 그래도 치료라도 좀 받다 가셨지 엄마는 말기 판정받고 그냥 아파서 고생만 하시다 가셔서...ㅠㅠ)

깍두기 2006-12-1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였네. 어디서 한 거예요? 다시 보기 되나?

ceylontea 2006-12-1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맘이 아프네요..
사람이 살아있는 순간 기적임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urblue 2006-12-19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희경 작가의 아버님이 암으로 얼마전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버지와 불화하다 발병으로 화해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런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거겠죠. 우리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MBC에서 방영한 4부작 드라마입니다. 아마 다시 보실 수 있을거여요.
 



원작 만화야 워낙 재미있었지만, 과연 영화로 옮겨도 그 재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주진모는 좋아하지 않는 배우(가 아니라 싫어하는 얼굴)이고, 김아중은 CF 외에는 뭘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고, 근데 감독은 대체 누구야? 이런 악조건임에도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한 <조용한 세상> 대신 이 영화를 고른 건 그 전에 본 예고편 때문이었다. 그리고, 선택은 옳았다. (<조용한 세상>의 평이 아주 안 좋다. 김상경과 박용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감독을 탓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단 김아중. 연기도 잘 하고 노래도 잘 한다. 노래를 손질했으리란 건 당연히 짐작할 수 있으나 그건 소위 가수들도 마찬가지이므로, 가수보다 낫다. 뚱뚱하고 못생겼고(내 보기엔 절대 못생긴 얼굴은 아니다만), 그렇지만 인지 혹은 그래서 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어리숙하고 착하고 순진한 강한나에 제대로 어울린다. 그런데 이건 실리콘을 붙여 만든 때문인지도 모른다. 분장 후에 거리를 나갔더니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뿐더러, 실제 뚱뚱한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고 하지 않나. 연기이기보다는 단지 분장 덕을 본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전신 성형 후 제니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면서 사라진다. 완벽한 미녀로 변신했지만 남들이 눈치채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뚱뚱했을 때의 습관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그녀, 제니의 모습 아래로 한나가 겹친다. 그래, 그 느낌이라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감독 이름을 보지 못해서 나중에 찾아보니 전에 <오! 브라더스>를 연출한 사람이라고 한다. 코믹 전문인가. 하여간 이 영화만 놓고 보자면 감독은 꽤나 영리한 사람이다. 오락 영화답게 관객을 웃겨주다가 클라이맥스에서 감동 모드로 밀어넣는데, 좀 억지스럽긴하지만 못 봐 줄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만화를 그대로 영화로 옮길 수는 없으니(그런 건 일본에서만 가능한 일인듯.) 만화의 설정과 느낌만 따왔고, 그래서 원작 만화와는 별개로 영화로서의 힘을 가진다. 만화적인 캐릭터도 살아있고, 각각의 에피소드들도 재미있다.

 

한가지 흠이라면 상준씨(주진모)의 캐릭터이다. 초반에 소주 마시기 싫다고, 위스키 계속 마시기 위해서는 한나를 철저히 이용해야 한다고 야비한 얼굴로 말했던 사람이, 어째서 한나를 밀어주게 되었을까. 한번쯤은 너 자신을 위해서 노래하라고 격려해줄 수 있을까. 뭐 한 인간이 한가지 고정된 면만 가지는 건 아니라는 듯 왔다갔다하는 이중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넘어가려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주진모에 대한 비호감이 좀 없어졌다.

 

한나의 가장 친한 친구 역이 출산드라를 했던 김현숙이라고 한다. 이 친구도 노래 잘하고 연기 된다.

 

캐스팅과 시나리오와 연출이 잘 맞아떨어진, 웰메이드 오락 영화. 연말에 가볍게 웃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다만, 성형수술을 할까 고민하는 분이라면 비추. 전신 성형이라도 하겠다고 덤비면 곤란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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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2-18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 막내가 시사회 당첨되서 공짜로 보고 왔다고 하더군요..
"김아중"만큼은 대단히 이쁘게 나와요..하더니..영화에 대해 별반 말이
없더라구요.^^

sooninara 2006-12-1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고가 땡기더라구요. 만화도 재미있었는데..

sudan 2006-12-1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연말 보너스 받아서 가볍게 성형이나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면 안되겠어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믿으시나? ㅎㅎㅎ)
만화는 재미있게 봤는데, 그 개그가 영화에서도 통하긴 힘들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노래 연기가 어슬프면 가수로 성공하는 스토리도 너무 억지스러울 것 같았구요. 그런데, 얼블루님 리뷰 의외세요. 노래도 제법 되고, 원작의 느낌도 살렸다는거잖아요.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인데, 보고싶다는 생각 드는걸요?

urblue 2006-12-19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보다 더 재미있지는 않구요, 만화적인 영화이긴하지요.
제가 생각해도 좀 의외에요. 제법 재미있었다니까요.

김아중이 못생겼을 때의 기분을 잘 알거라고 하신 님, 처음에 무슨 말씀이신가 했답니다. ㅋㄷㅋㄷ
 

느닷없이 도착한 택배 송장에 적혀 있는, 낯설면서도 친근한 이름.

설마?!

서재를 처음 시작할 무렵 가까워졌지만 갑작스레 사라지셔서 늘 기다리고만 있는 그 분이다.

간간이 들르기는 하셨던 거구나. 보고 계셨던 거구나.

선물 상자와 편지를 받아들고 어찌나 반가운지 눈물이 다 글썽한다.

이런 인연을 어디에서 맺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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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5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12-1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은행나무 사진이랑 신혼여행 사진이잖아요. 뭘 만드시려고 저렇게 출력하신거에요?

urblue 2006-12-1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릇을 선물해주신 분이 제가 찍은 사진을 저렇게 출력해서 같이 보내주신 거여요. ^^

2006-12-16 0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12-1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건 정말 감동이에요. -_-b

2006-12-16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