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지님이 올리신 광고 칼럼( http://www.aladin.co.kr/blog/mypaper/1071228)을 보다가 생각난 것.

듀나는 영화 <중천>에 대한 평에서 김태희에게서 코미디 배우로서의 자질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단다.
내가 직접 읽은 것이 아니라 신랑에게 들었다.
모 휴대폰 광고를 보면 그 말에 수긍이 간다.
김태희의 표정과 태도를 보고 있자면,
십 수년 전 소녀시절 내가 좋아했던 그 배경 음악이 그렇게 웃긴 곡이었나 싶다.

어제 오랜만에 신랑과 TV를 보는데 이영애의 모 TV 광고가 나오자 신랑이 자지러진다.
이영애가 웃겨 죽겠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
"이영애랑 김태희랑 투톱으로 시트콤을 찍는 거에요. 어때요?"

잘 어울릴 것도 같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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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7-03-03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 지금도 힘든데..;

urblue 2007-03-0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뭐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김태희야 CF 말고는 뭘 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서도.

새벽별님, 반딧불님, 그렇군요. 그 생각은 못 했네요. -_-;

2007-03-05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9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12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aire 2007-03-1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애의 감독니임~ 하는 저 광고,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아요, 저는. 너무 웃기기도 하고, 뭐랄까 이상하게도 호러틱해서.. 글고 보니 이영애는 전설의 고향에도 어울리겠다는..^^

urblue 2007-03-15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감독이(박찬욱인가...) 이영애는 백지같은 배우라고, 감독이 쓰는대로 표현한다고 했다네요. 저 광고 보면서, 시킨다고 정말 다 하냐? -_-, 이랬답니다. ㅎㅎ
김태희도 이영애도 그로테스크한 코믹물이 어울린다고 봐요.
 

 8. 미완의 시대

 새 책을 교환받았는데, 오자와 비문이 다 교정되었는지는 모르겠다. 20세기 전반을 아우르는 홉스봄 개인과 세계의 역사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700쪽에 육박하는 책을 다시 읽게 되지는 않을 테니까. 
 


 

 9. 마왕

 별 기대 없었는데 의외로 재밌다. 작가는 파시즘에 대해 얘기하려 했던 건 아니라고 말하지만 소재며 내용이며 파시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형 안도의 이야기는 흥미진진 그 자체라 새로운 발견이라며 뻐져들었지만, 동생 준야의 이야기로 넘어가면 이상하다. 초점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한다. 그러니까, 파시즘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는 말이 나름대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왕"이 준야와 연결되는 것은 뜬금없다. 좀 더 작정을 하고 쓰던지 아니면 확실하게 다른 내용을 선택했어야 했다.



 10. 사신 치바

 내친김에 [사신 치바]까지.
 리뷰를 보면 [마왕]보다는 [사신 치바]의 평이 더 낫다. 근데 난 왜 이 작품의 설정이 뻔하게 느껴지는지. 음악을 좋아하고 일을 할 때면 항상 비가 내려 맑은 하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신 치바가 인간을 만나는 얘기. 다른 존재의 낯선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건 여태 많지 않았나, 사신은 아니더라도. 거기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일본 소설이 지겹다. 아직 안 읽은 몇 권이 있는데 당분간은 그냥 모셔둬야지. 

 

 11. 아파트 공화국

 이런 책은 내부에서 먼저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다. 저자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아파트 열풍을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테지만, 적어도 학자라면 이런 사회 현상에 주목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국 학자들이 게으른 건 아닌지.


 

 12. 비단

 어느 분은 이 소설을 읽고 '바람'을 떠올리셨고 또 어느 분은 '신기루'를 말씀하셨다. 그 느낌 그대로다. 보일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그들의 사랑은 아지랑이처럼 내 눈을 어지럽히고 사라진 반면, 내 가슴 속에는 안타까움이 묵직하게 남는다.
 건조하고 짧은 문장 사이로 넓게 퍼지는 감정과 의미의 파장은 내가 열렬히 좋아하는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떠오르게 한다.

 

 13. 희망의 인문학

 전반 '이론'에 관한 부분이 흥미진진했다.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여가며 열심히 밑줄을 그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인문학이 가난을 타파하는데 정말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이 더 강해진다. 믿지 못하겠다가 아니라, 더 많은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해야 하나.


 

 14. 생사불명 야샤르

 읽다보면 짜증난다. 이렇게 답답할 수가! 그것도 아지즈 네신이 바란 바일지도 모르겠다. 웃기다가 짜증나고 또 웃기고. 참 내. 
 야샤르가 결국 '카라캅르 니자미'씨가 필요없게 된 지경에 이르면, 이거야말로 해피 엔딩이 아니라 풍자의 극치다. 씁쓸하고 씁쓸해서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별다를 바 없다는 것도 헛웃음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기도 하고.

 

 15.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모님의 앙코르 기행 페이퍼를 보고 부러워 부러워를 연발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거기에 한술 더 뜬다. 가고 싶어, 가고 싶어!
 최근작 [느린 희망]보다는 사진이 적고 말이 많다. 좀 지겨운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재현이라는 사람의 시선은 믿을만 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이 책을 끝낸 게 지난 일요일인데 그 날 밤 마침 TV에서 똔레삽 호수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거대한 똔레삽 호수 주변에서 풍부한 어족 자원으로 그냥저냥 먹고 살 수 있었던 가난한 캄보디아인들은 이제 태국과 베트남의 거대 자본의 힘에 밀려 생계 유지도 어려워지는 판이라고 한다. 그런데 외국 자본의 거대 기업들은 남아도는 물고기를 말려 동물용 사료로 만들고, 그러고도 남는 죽은 물고기를 호수 한쪽에 그냥 버리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이런 사태를 조장하고 수수방관하는 동안 고생하는 건 역시 없는 사람들 뿐이지. 전세계 어디든 변하지 않는 진실이랄까.


 16. 캐비닛

 한참 재미있게 읽다가 끝부분에서 기분이 확 상했다. 그런 식의 잔혹함을 원체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대체 어떻게 마무리지을 것인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
 마지막 장을 덮고 '이게 뭐야' 이러다가, 첫 장을 떠올리니 그다지 나쁜 결말이 아닌 것도 같다. 하지만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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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01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많이 읽으셨네요. 메콩의 슬픈 그림자,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urblue 2007-03-0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메콩의 슬픈 그림자, 좋은 책입니다.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시길. ^^

nada 2007-03-0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알차게 읽으셨군요. 전 블루님 덕분에 눈과 피의 나라,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메콩의 슬픈 그림자는 읽고 나서 마음 정리 안 될까 봐 못 읽겠어요..^^;;

BRINY 2007-03-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똔레삽 호수 다룬 다큐멘터리 봤어요. 다녀와서 보니까 더 생생했던 그 장면들.

아영엄마 2007-03-0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님처럼 캐비닛, 한참 재미있게 읽다가 결말 부분에서 뭐 이래.. 싶더군요. -.-

mong 2007-03-0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단 마음에 드셨군요~!
마지막책 보관함에 담고 갑니다~

urblue 2007-03-0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눈과 피의 나라 재밌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메콩의 슬픈 그림자는, 그래도 보시는게 어떨까요? ^^

BRINY님, 여행기 올리신 거 잘 봤습니다. 올 연말 쯤 저도 가볼 계획이에요.

아영엄마님, 결말이 좀 그렇죠? 막 벌려놓고 수습 잘 안되는 상황이랄까.

몽님,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보셨나요? 그 책도 좋아하실 듯 한데. ^^

chaire 2007-03-0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 13번 얘기 특히 공감해요. 강모 선생님도 이렇게 말했던데, "우리 학자들은 아파트 연구하기 보다는 아파트 사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말에도 대략 동감..

urblue 2007-03-0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아파트 사는 일에 신경을 쓰면 문제점 같은 건 잘 안 보이겠군요. -_-

mong 2007-03-0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다를수 없는 나라....적었어요~
참 담은 책은 마지막이 아니고 15번이더군요 ㅎㅎㅎ

urblue 2007-03-0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은 제가 님한테 땡스투 했는걸요. ㅎㅎ
 

지난 토요일 신랑과 함께 등 경락마사지를 받았다.
항상 어깨가 아프고 조금만 움직이면 등이 뻐근해 예전부터 마사지 한 번 받아야겠다 생각해오다가
드디어 집 가까운 곳을 찾은 것.

마사지 받는 동안 엄청 아팠다.
목부터 꼬리뼈까지 등 구석구석을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누르고 주무르는데,
특히 엉덩이 부분은 어찌나 아프던지 절로 몸을 움찔거리고 신음을 흘렸다.

30분 정도의 마사지가 끝나고 비닐을 뒤집어 쓴 채 원적외선을 쐬고 있으려니
마사지사가 얼굴 앞으로 와서 내 상태에 대해 얘기해준다.
척추랑 골반이 많이 틀어져있으니 얼굴의 광대뼈도 심하게 좌우 차이가 나는 거란다.
(안그래도 얼굴에 살이 별로 없는데 특히 왼쪽 볼이 움푹 패어 보인다.)
장도 좋지 않은 것 같고, 골반이 틀어졌으니 당연히 자궁 상태도 별로일 것이라고.
또 허리도 아프고 피부도 나쁘고. ㅠ.ㅠ
뭐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치고 척추가 온전히 제 모양을 잡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을 테지만,
확실히 저런 문제들이 있긴 하니까 마사지를 좀 더 받아볼까 싶다.

문제는 돈이지 뭐.
지출 규모를 꽉 맞게 짜 놓은 터라 수십만원짜리 마사지 티켓을 끊기 위해서는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
(기보다는, 마음이 그렇다.)
뭘 줄일 수 있을까 곰곰 따져본다.
결론은... 책 값 말고는 줄일 게 없다는 것.
신랑은 몇 개월 간 책을 하나도 사지 말까 하지만, 뭐 그 정도는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만 주문할까.
지난 주말 오랜만에 마포도서관에 들렀더니 책이 이거저거 많이 들어왔더구만. 쩝.

사치를 부리지도 별로 돈에 구애를 받지도 않으며 살아왔는데,
결혼하고 적금통장이다 뭐다 만들고 나니 왠지 쪼들리는 느낌이랄까.
실제로는 쓸 거 웬만큼 쓰고 사는 주제에 괜히 알뜰한 척이다. 참.

아아. 아무튼.
마사지도 받고 요가도 하고, 지난 1년간 5kg이나 불은 이 몸을 정리 좀 하면서 봄을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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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7-02-2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키로나 불으신걸로 봐서는 책값이 아니라 식비를 좀 줄이셔야 하지 않을까 싶은.. 흠흠.
그나저나, 저도 척추마사지를 받아야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허리도 아프고, 피부도 나쁘고. 흑흑. (그래요, 문제는 돈이지요. 흑흑.)

urblue 2007-02-2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을 거에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서도 제가 먹으면 또 얼마나 먹는다고 식비를 줄이라고...흑흑... (미운 수단님!)

chaire 2007-02-27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방금 치니 님의 지압 페퍼를 보며 웃었는데, 블루 님도 마사지 받느라 신음하셨군요. 마사지를 딱 한번, 그것도 발 마사지만, 중국 여행 갔을 때 피치 못하게 받아본 적이 있는데, 부끄럽게도 너무 예쁘고 젊은 소년이 발을 주물러주시는 바람에, 시원한 기분은 하나도 없고 그냥 민망하기만 했더랍니다(발냄새 나면 어째요..). 사실은 그 친구가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고, 한편으론 마사지는 내 취향이 아닌가 보다, 하고 있지만, 그래도 간혹 찌뿌둥한 몸 좀 누가 시원하게 밟아줬으면 싶을 때가 있어요(늙었나 봐요). 결국 돈이 없어 못 받을 테지만, 실은 귀찮아서도 잘 못 가지 싶어요, 저는.


클리오 2007-02-27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혼여행 태국에서의 마사지가 너무나 좋아서, 동네에 있는 태국마사지샵을 늘 기웃한답니다. 이상한 곳이 아닌가 살피려구요.. 아가 키우니 정말 누군가 좀 만져줬으면 하는 날이 많아요. 아줌마들의 끙끙이 모두 실감이 난다니까요.. ㅋㅋ

히피드림~ 2007-02-28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잖아도 오늘 거울보면서 볼 양쪽의 광대뼈 모양이 다르다고 느꼈는데
또 평소에 바지끝단이 한쪽만 닳는 것이 단순히 걸음걸이 습관인줄 알았더니
그게 다 척추뼈하고 관련이 있는거군여 ㅎㅎ
책값 지출을 줄여서라도 마사지를 받는 건 괜찮은 생각인것 같아요.
요즘은 도서관에 신책비치도 잘 돼있고, 희망도서 신청해도 되구요^^

urblue 2007-02-2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haire님, 저도 중국 여행 갔을 때 패키지에 발마사지가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한 아저씨가 죽어도 양말을 못 벗겠다고(무좀이 있었다네요.) 우겨서 마사지 하는 사람이 그거 벗기느라 엄청 고생했더랬어요. 옆에서 우리끼리 킥킥거리고 웃었더랍니다. 발마사지라지만 허벅지까지 주물러주는 바람에 민망했지만 시원하기는 하던걸요.

클리오님, 마사지샵 검색하느라고 인터넷 뒤지다가 "시원한 마사지와 간단한 대화"라고 적혀 있는 곳도 봤어요. "간단한 대화"라니, 참...-_-
몸매 관리 해 준다는 곳에서도 대개 경락마사지를 한다니까 그런 데를 찾아보세요. 저는 신랑이랑 같이 가려고 몇 군데 전화해 봤는데 남자는 안 해준다는 데가 더 많더라구요.

punk님, 에...저는 바지 한쪽만 닳는 정도는 아닙니다만. punk님이야말로 마사지 좀 받으셔야겠네요. ^^
그러게요, 도서관도 가까이 있고 집에 안 읽은 책도 잔뜩 쌓여 있으니, 책값을 줄여도 될 듯 합니다. ^^

mong 2007-02-2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허리가....허리가
쌓인 책들보고 좀 밟으라고 할까봐요 -_-

urblue 2007-02-2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쌓인 책들이 밟을 수 있으면 딱 좋겠습니다. ^^
 
아파트 공화국 -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발레리 줄레조 지음, 길혜연 옮김 / 후마니타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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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통장도 적금 통장도, 물려받을 유산도 하나 없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했다. 재테크고 부동산이고 관심도 없고 꼭 집을 소유해야 하냐는 생각으로 속 편하게 살아왔지만, 치솟기만 하는 집값과 전월세 대란이라던 지난 가을 당장 이사할 집을 구하지 못해 생난리를 치던 친구를 보면서 앞날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맞벌이니까 소득이야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라지만 그 외엔 쥐뿔도 없는 이 하층 부부가 집을 가지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주택 청약을 통한 아파트 분양 밖에 없어 보인다. 아파트를 싫어한다는 취향 같은 건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결국 주택 청약 통장과 적금 통장과 펀드 계좌까지 만들었다. 몇 개의 통장을 받아 들고 은행을 나서는 길에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우울한 한숨이 들러붙는다.

도쿄로 여행을 갔을 때 남자는 왜 아파트가 눈에 띄지 않는지 궁금해 했다. 물론 일본에도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부터 대단지 아파트까지 있다고 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만 하더라도 고급 아파트와 관련한 사기 및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가는 곳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아파트단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좁고 길쭉한 2층집과 3~4층 규모의 공동주택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 땅덩이가 좁은 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아파트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상식이 진짜 상식이라면 인구밀도 높기로 유명한 일본이야말로 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하지 않을까. 지진 때문일까. 그렇다면 다른 고층 건물들과 아파트들은 어떻게 설명할까?

지난 몇 달간 이런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하던 부부의 눈에 띈 것이 이 책 『아파트 공화국』이다. 프랑스 지리학자가 한국의 아파트에 관해 썼단다. 여기 사는 우리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바깥에서 보기에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아파트에 집착하는 이상한 나라인가보다. 

저자는 먼저 한국 아파트 단지 개발의 역사를 보고한다. 1950년대 후반 최초의 아파트가 등장한 이래 60년대까지 서울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아파트가 70년대와 80년대의 개발 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정리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아파트가 개발 독재와 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대규모 사업으로 특정 건설업체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으며, 중·저소득층의 봉급생활자들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하여 주택 소유와 자산 소득 증가라는 혜택을 줌으로써 그들을 고도 성장시대 독재체제의 옹호자로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아파트 단지는 ‘중간계급 제조 공장’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서글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대다수 봉급생활자들은 일정 기간 저축으로 목돈을 마련한 후 아파트를 분양 받고 은행대출로 잔금을 메운다. 그리고는 다달이 적지 않은 이자와 원금을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 수 년씩 갚아나간다. 일단 아파트를 분양 받고 나면, 체제 변화는커녕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작은 변화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다.

프랑스와 비교할 때 한국 공공주택 정책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저소득 계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프랑스에서 국민주택이란 “저소득층이 자신의 수입 안에서 집세를 낼 수 있는 주택”을 의미하고, 공공주택 정책은 “국가가 주택 부문에 관여하여 부의 이전 및 재분배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공공주택 정책은 개인적 차원의 소유와 매매를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정부 정책에 부응해 주택 구입의 재정적 부담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아파트가 가격으로 평가되는 상품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는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집값이 떨어지면 경기가 침체되고 어쩌고 하는 내용의 신문 칼럼이 꾸준히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파트는 과연 우리에게 유일한 대안일까. 정부가 주장하고 우리 모두가 받아들인 “땅은 좁고 사람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맞지 않다고 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벨기에나 네덜란드에 대단지 아파트가 거의 없다는 사실, 국내에서도 대단지 아파트의 인구밀도가 오히려 낮다는 사실을 예로 든다. 또 “인구밀도에 대한 수학적 정의(인구/면적의 비례)에 기초한다고 해도, 아파트단지가 가장 조밀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은 것이 아쉽다. 그럼 우리 정부가 아파트단지 건설에 온 힘을 쏟아 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도시에 관한 총체적인 통찰 없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아파트단지는 분명 가장 저렴하고 가장 큰 이윤을 남기는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도시가옥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한국인 대다수의 ‘무심함’”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많은 한국인들이 아파트를 선호한다. 저자가 인터뷰한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로 ‘편리함’과 ‘현대성’을 꼽았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의 눈에 비친 한국 아파트의 모습은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현대식 아파트에서의 전통 공간의 ‘재구성’」이었다. 저자는 한옥과 아파트의 구조를 비교하면서 아파트 다용도실(혹은 베란다), 욕실 등에서 ‘플라스틱 슬리퍼’로 갈아 신고 움직이는 것이 한옥에서 마당이나 부엌으로 나갈 때 신을 신는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또 식탁이 있는데도 따로 상을 차려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모습에 주목한다. 즉 한옥의 불편한 점으로 지적되었던 사항이 아파트에서도 완전히 고쳐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상 한국인들은 실제 아파트의 ‘현대성’보다 “아파트가 갖는 현대성의 이미지”에 현혹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시의 형태에는 어떤 필연성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시 형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는 전적으로 거주민 및 정부의 비전과 정책에 달려 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어떤 도시 형태와 사회구조를 발전시키기를 원하는가? 그리고 그 기초 위에서 어떤 주택정책과 주거 공간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는가?” 과연 우리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는가. 단기간의 저렴한 해결책으로 거주자의 생활과 개성을 무시한 똑 같은 아파트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속에서 개성과 취향을 찾겠다고 아우성치는 이들을 위해 점점 더 호화롭고 비싼 아파트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아파트단지 밖으로 몰아낸 채 외면하고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저자의 마지막 말을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코앞에 닥친 문제이니까. 개인적으로는 소유나 재산으로서의 주택이 아니라 가족과 생활을 영위하는 주거 공간으로서의 집 한 칸을 합리적인 수준의 노력으로 장만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단지 아파트는 도처에서 대규모 도시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초점들을 결집시키며, 여러 형태의 감시체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대단지의 형태는 그 자체로 사회 공간적 차별화를 낳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러한 차별화를 고착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대단지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관리와 유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필연적으로 그 비용을 더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도시 형태의 견고함을 취약하게 만들어 프랑스에서처럼 쇠락의 길로 접어들거나, 한국에서처럼 일상화된 재개발의 결과를 낳는다. 주택이 유행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문제이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대단지 아파트는 서울을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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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3-0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향신문 1면에 이 논문이 소개되어 페이퍼도 쓰고 보관함에도 넣었지만 ..다른 책에 밀려 아직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리뷰가 너무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다른 분들이 리뷰를 책으로 대신할까 걱정될 정도네요.^^

urblue 2007-03-0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페이퍼를 보고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덕분에 재미있고 좋은 책 잘 봤어요. ^^
 

 

 

 

 

 

얼마 전 1인 출판사에서 발간한 두꺼운 인문학 책을 오자 30여 개 때문에 재발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사실 그 정도 오자야 용인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오자랑 비문이랑 일일이 찾아서 출판사에 팩스 보내는 짓을 곧잘 해놓고, 이제 귀찮아서 안하게 되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ㅎㅎ) 불량품을 수거하고 리콜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 분명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1인 출판사에서 사무실 보증금까지 빼가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의문이었던 것.

하지만 대형 출판사라면 얘기가 다르다. (뭐, 이 정도 차별은 해도 되지 않을까.) 오류가 있으면 얼마가 들든 다시 찍어야지.

<미완의 시대>를 읽다가 8~11장의 후주가 통째로 빠져 있는 걸 발견하고 알라딘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었다. 페이지는 제대로 찍혀 있으므로 설마 내가 받은 책만 잘못 인쇄된 건 아닐테지만 확인 차원에서. 역시나, 모든 책이 잘못된게 맞단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재발행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알려주었다. 현재는 "일시품절"로 뜬다.

근데, 후주 빠진 것 외에 본문 주도 잘못 달린 게 있고 뒤로 갈수록 오자도 많은데, 이거 다 수정되는 게 맞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간혹 개정판이라고 나왔는데도 이전의 오류를 거의 수정하지 않은 경우도 없지 않으니까. 개정판이 나오면 제대로 고쳤는지 확인 작업 들어가 볼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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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7-02-0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야말로 '미완의 시대'군여.

paviana 2007-02-0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구두님께 선수를 빼았겼네요.ㅋㅋ
새책 받으시면 염가에 방출하시라고 찌르려고 했더니요.
그럼요 민음사에서 그러면 당근 안 되지요.
1인 출판사에서도 안 그러는데..근데 그 출판사는 그렇게까지 안해도 될듯했는데요..

urblue 2007-02-0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뭡니까, 선물하라고??? -_-;

마냐님, '미완의 시대' 맞습니다. ㅎㅎㅎ

urblue 2007-02-0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 새책 받아서 방출하라구요? ㅋㅋㅋ 지금 보고 있는 책에는 제가 밑줄 쭉쭉 그어놓은데다 오래 붙들고 있어서 손때가 많이 탔고, 새책이 온다면 신랑이 또 그럴 것 같은데요. ㅎㅎㅎ

chaire 2007-02-10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1인 출판사 얘기는, 뭐 그렇게까지 하나 싶은 게 대견하다기보다는, 안쓰러웠어요...^^ 그나저나 민음사, 긴장해야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