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6 #시라는별 70
블랙워터 숲에서
- 메리 올리버
봐, 나무들이
스스로
빛의
기둥으로
변하며,
계피와
실현의
짙은 향 풍기고 있어.
끝이 뾰족한
부들의 긴 가지들
연못의
푸른 어깨 위로
솜털 터뜨려 흩날리고,
연못마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이제 이름이 사라지지.
해마다
내가 평생 배운
모든 것들
불과 상실의 검은 강으로
돌아가지,
강 건너편에는
우리가
영원히 그 의미를 알지 못할
구원이 있지.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2005년 출간된 메리 올리버 시선집 『New and Selected Poems 1』 의 번역본 『기러기』를 휘리릭 대강 읽었다. 지난해 읽은 『천 개의 아침』만큼의 감흥은 얻지 못했다. 8장으로 구성된 이 시선집은 1963년부터 1992년까지 30여년 동안 메리 올리버가 쓴 시들을 선별해 묶은 시집이다. 무려 142편!!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어,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 <죽음이 찾아오면> 중)
자연의 ˝경이와 결혼한 신부˝이자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으로 한평생을 살다 간 시인의 이 시선집은 자연과 삶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하다. 내 삶이 피곤해진 탓에 시도 책도 느긋이 읽을 여유가 없는 한 주를 보냈다. 그래서일까, 시어들이 몸속으로 스미지 않고 몸 밖으로 증발해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와중에 내 살갗을 툭툭 건드려준 시들을 꼽자면 <죽음이 찾아오면> <블랙워터 숲에서> <나방> <기러기> <나방> <스노벨트 너머>였다.
걸음을 멈추면
고통을
견딜 수가 없어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하면, 세상이
구원되지 못할 것 같고,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지. (<나방> 중)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기러기> 중), 인생의 의미를 알 수 있든 없든, 메리 올리버가 말한 저 세 가지는 실천하다 떠나면 참 좋겠다. 생명 사랑하기. 삶을 끌어안기. 놓아주기.
사진은 빛의 기둥으로 변모해 겨울 향기 내뿜어준 나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