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6 #시라는별 70 

블랙워터 숲에서 
- 메리 올리버 

봐, 나무들이 
스스로
빛의
기둥으로 

변하며, 
계피와 
실현의 
짙은 향 풍기고 있어. 

끝이 뾰족한 
부들의 긴 가지들 
연못의 
푸른 어깨 위로 

솜털 터뜨려 흩날리고, 
연못마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이제 이름이 사라지지. 
해마다
내가 평생 배운 

모든 것들 
불과 상실의 검은 강으로 
돌아가지, 
강 건너편에는 

우리가 
영원히 그 의미를 알지 못할 
구원이 있지.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2005년 출간된 메리 올리버 시선집  『New and Selected Poems 1』 의 번역본  『기러기』를 휘리릭 대강 읽었다. 지난해 읽은 『천 개의 아침』만큼의 감흥은 얻지 못했다. 8장으로 구성된 이 시선집은 1963년부터 1992년까지 30여년 동안 메리 올리버가 쓴 시들을 선별해 묶은 시집이다. 무려 142편!!

삶이 끝날 때 나는 말하고 싶어, 평생
나는 경이와 결혼한 신부였노라고.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이었노라고.( <죽음이 찾아오면> 중) 

자연의 ˝경이와 결혼한 신부˝이자 ˝세상을 품에 안은 신랑˝으로 한평생을 살다 간 시인의 이 시선집은 자연과 삶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하다. 내 삶이 피곤해진 탓에 시도 책도 느긋이 읽을 여유가 없는 한 주를 보냈다. 그래서일까, 시어들이 몸속으로 스미지 않고 몸 밖으로 증발해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와중에 내 살갗을 툭툭 건드려준 시들을 꼽자면 <죽음이 찾아오면> <블랙워터 숲에서> <나방> <기러기> <나방> <스노벨트 너머>였다.

걸음을 멈추면 
고통을 
견딜 수가 없어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하면, 세상이 
구원되지 못할 것 같고,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지. (<나방> 중)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기러기> 중), 인생의 의미를 알 수 있든 없든, 메리 올리버가 말한 저 세 가지는 실천하다 떠나면 참 좋겠다. 생명 사랑하기. 삶을 끌어안기. 놓아주기.

사진은 빛의 기둥으로 변모해 겨울 향기 내뿜어준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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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6 11: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천개의 아침]은 제가 원서로 소장 중이 시집으로 자주 들춰보는 책입니다
[도그송]은 메리 올리버의 애견을 제가 랜섬으로 넘 ㅎ예뻐해서 원서로 소장 !ㅎㅎ
이번 마음산책이 출간 한 야심찬 시 합본북 [기러기]는
넘 많은 시를 한번에 쓸어담아서 읽다가 독자들이 치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마음산책 사장은 아침 출근 시간에 아무 시집이 펼쳐서 눈에 띄는 문장이 그날의 명구로 삼고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최근 몇달 전부터 시집을 뙁! 펼쳐요
오늘 눈에 들어 온 시는
[​네가 어렸을 때

너는 세 개의 차원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

높이, 너비 그리고 깊이

마치 신발 상자처럼.

그러다 나중에 너는

네 번째 차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

행복한책읽기 2021-12-06 18:59   좋아요 1 | URL
오호. 지두 해보겠습니다. 시집 펼쳐 읽기로 나홀로 출근 도장 찍기^^ 근데 scott님은 언제 일하고 언제 읽고 언제 쓴대요. 플친도 엄청 많으셔서 댓글도 다 달아주시고. 넘사벽 scott님^^

페넬로페 2021-12-06 13: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겨울은 겨울대로의 빛이 자연을 비추고 있어요. 사진 멋져요~~
시도 좋고요^^

행복한책읽기 2021-12-06 19:02   좋아요 2 | URL
어제 산책하다 저 풍경이 예뻐 찍었는데, 메리 언니 시가 따악 포착!! 넘 신기했어요. 시인도 내가 본 풍경을 다른 시간에 같은 마음으로 보았겠다 싶은 것이, 어깨 으쓱해지더라구요^^

새파랑 2021-12-06 14: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가방에 있어요 ^^ 가방에 세권이 있네요 ㅋ

‘세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시구 너무 좋더라구요 ㅜㅜ

행복한책읽기 2021-12-06 19:04   좋아요 2 | URL
좋다면서 왜울어요, 새파랑님. ㅋ 다른 두 권은 무엇일까요?? 요런 것 퀴즈 내보세요. 오늘 내 가방에는 어떤 작가의 무슨 책이 들어 있을까용?? 연말연시 이벤트루다^^

새파랑 2021-12-06 21:13   좋아요 1 | URL
전 너무 좋으면 웁니다 ^^ 다른 두권은 너무 예상이 되는 책들이어서 퀴즈까지는 안될거 같아요 ^^
이책과 사랑의 종말 그리고 프레이야님 책 입니다~!!

mini74 2021-12-06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시도 넘 좋아요 ㅠㅠ 시랑 어울리는 사진입니다. 세 가지 중에 내가 한 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네요. 시가 뭉클하네요.
 

20211129 #시라는별 69 

구원 
- 오은 

이 시가 너를 살렸어 
이 문장이 이 시를 살렸어 
이 단어가 이 문장을 살렸어 

네가 이 단어를 살렸어 
네가 물속 깊이 잠겨 있던 
이 단어를, 하나의 넋을 건져 올렸어 

너와 말은 공생한다 
힘들이지 않아서 힘들고 
보잘것없어서 대단한 

아름다운 공회전 

너는 이제 지구 어딘가에서 
돌 때까지 
겉돌다가 헛돌다가 마침내 감돌게 될 때까지 

이 단어가 
이단의 언어가 될 때까지 
너만의 단어가 될 때까지 

네가 이 시를 완성할 때까지 
내처 아름답다 


오은의 세 번째 시집 『유에서 유』를 3분의 2쯤 읽었다. 편수(55편)는 많지 않으나 한 편 한 편의 길이가 길어 더디 읽힌다. 게다가 처음 대충 훑었을 때 받은 인상, 유쾌함 발랄함 흥겨움이 밀려나고 난해함과 난감함이 교차하는 중이다. 아이고. 난해한 시를 왜 자꾸 읽니? 라고 물으니 시인이 답을 준다. 시가 나를 살렸거든.

한 달 전 독서모임에서 내 인생의 숨구멍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누구는 바느질이었고, 누구는 역마살이었고, 나는 책과 산이었다. <구원>이란 시를 읽으면서 나를 살게 하는 것들 말고 내가 살게 하는 것들, 내가 살리는 것들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었다. 내가 건져 올렸을지 모를 ˝하나의 넋을˝. 나와 ˝공생˝하며 아름답게 ˝공회전˝하는 것들을. ˝겉돌다가 헛돌다가 마침내 감돌게˝ 되었을 것들을.

11월의 마지막 주말에 합천 가야산을 다녀왔다. 다음날 서울 나들이를 가는 차 안에서 옆지기에게 가야산에 대한 짤막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ㅡ 여보, 설악산은 칼바람이 불어 바위들이 뾰족뾰족한데, 가야산은 순한 바람이 부는지 바위들이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한 거 있지. 아이들을 가야산처럼 키우면 좋겠다, 아니 사람이 가야산처럼 살아가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그러자 뒷좌석에서 핸폰을 들여다보던 중딩 딸이 고개도 들지 않고 콧방귀를 뀌며 시니컬하게 대꾸한다. 
ㅡ 하이고.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집에는 날마다 칼바람이 분다지요. 
ㅡ 뭐!!! 

나는 딸의 칼에 정곡을 찔려 으하하하!! 너털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렇다. 칼바람 속에도 웃음꽃은 필 수 있다! 나를 살게 하고 내가 살게 하는 것들에는 이 무시무시한 가족도 있다. 하여 나는 이 시의 마지막 연을 이렇게 바꿔 읽었다.

˝당신이 이 삶을 내려놓을 때까지 
내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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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29 15: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꾸해 주는 중딩딸이니라니! 잘 키우신거 아닌가요 ㅎㅎ 딸아이 넘 귀엽습니다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1-29 17:12   좋아요 4 | URL
앗 그런가요. 그 생각까진 미처 못했습니다. ㅋ 잘 키우진 않았고 스스로 크네요^^

프레이야 2021-11-29 15: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중딩따님 귀여워요 ㅎㅎ 님의 가야산 바람 참 좋습니다.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좋으네요.
눈이 시원 마음도 시원해요^^

행복한책읽기 2021-11-29 17:15   좋아요 5 | URL
저희딸은 아직도 쫑알쫑알거리는 중딩이랍니다. ㅋ 합천 가야산은 첨 가보았는데. 쫌 반했어요. 죽기 전에 한 번 더 가볼라구요. 다른 코스로요.^^;;

새파랑 2021-11-29 16: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봐도 시원하네요 ^^ 역시 산은 가야산~! 따님도 책읽기님 처럼 예리한거 같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11-29 17:17   좋아요 4 | URL
히히. 새파랑님 산에서 제 닉넴이 가야산이어요.^^ 근데 전 예리하지 못해요. 중딩 딸은 엄마 디스에 칼을 갑니다. 공부에 칼을 갈면 좋겠는데 말이죠. 아이고.^^;;;

페넬로페 2021-11-29 2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야산은 해인사가 있는 곳인데~~
정상까지는 못 가봤어요~~
사진도 멋지고^^
요즘 제 인생의 숨구멍은
책, 산책, 그리고 맥주입니다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1-29 23:37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저는 나중에 해인사를 느긋이 보러 와야겠다 생각했어요. 입구만 보았네요. ㅋ 책. 산책. 맥주. 크아~~~플친들이랑 산책하고 술잔 기울여 책 이야기 나누면 넘 잼나겠어요.^^

책읽는나무 2021-11-29 2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엄마처럼 똑똑한 딸인가요??ㅋㅋ
제 친구 중딩 딸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중딩 딸들도 이뻐요.아들들은 대꾸도 없잖아요???ㅋㅋㅋ
그나저나 산 너무 이쁘네요~
드러눕는다면???^^

행복한책읽기 2021-11-29 23:42   좋아요 3 | URL
똑똑하다기보다 아는 척. 똑똑한 척하고 싶어하는 십대 소녀랍니다.^^ 어머, 책읽는나무님, 가야산에 드러눕기 딱 좋은 마당 바위들 엄청 많았는데 혹 투시안으로 보신 것입니까?? ㅋ 햇살 곱게 내려앉는 넙적바위에 드러누워 바람 소리 들으며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싶더라구요.^^

scott 2021-11-30 0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행복한 책읽기님 인생의 숨구멍
책과 산!!

이제는 가족과 책 그리고 산!!

따님 엄마 생일 챙길때 부터 야무짐으로 가득!!

산행도 따라가고 사진도 잘 찍는 딸!!

행복한 책읽기님은
信사임당!!^^

행복한책읽기 2021-12-06 10:59   좋아요 1 | URL
scott님. 과찬에 몸둘 바를. 실상은 칼바람 휘날리는 엄마라지요.^^;;

희선 2021-11-30 0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 님은 자신이 살리는 것과 살게 하는 것을 생각하시다니, 저는 바로 그러 거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만 살게 하는 것 같네요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인가

가야산처럼 둥글둥글하게 살기, 많은 사람이 그러면 좋기는 하겠습니다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12-06 11:00   좋아요 0 | URL
희선님은 그 숨구멍 이미 갖고 계신걸요. 읽기와 쓰기요.^^ 둥글둥글 살기 쉽지 않지만 같이 노력해보아요. 그러면 정말 살기 좋아지겠죠^^

얄라알라북사랑 2021-12-02 2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의 숨구멍?

이 질문에 바로 ˝산과 책˝이라고 답하실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애정을 부으셨을까요?

사진만 봐도(특히 세 번째 사진^^), 숨이 팍 트입니다. 이렇게 사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2-06 11:03   좋아요 1 | URL
저리 말하고 써놓고 지난 한 주는 과연 그런가?? 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요. ㅎㅎㅎ ^^;;; 산 높은 곳에 이르면 저 탁 트인 풍경들을 볼 수 있어 숨구멍이 열리나봐요. 북사랑님이랑 동행을 해야 하는디....^^
 

20211122 #시라는별 68 


김치 담그는 날
- 오지연 ​

​쓰윽쓱 양념을 칠하시는
​엄마 손도 빨갛고
​버무려진 배추들도 빨갛고

​​한 포기 두 포기
​배추김치가 차곡차곡 쌓여 갈수록

​코 훌쩍이며 소매로 땀 훔치시던
​엄마 볼도 빨갛고
​찔끔찔끔 맛보던
​내 혓바닥도 빨갛다
​​​하아, 하아
​부엌은 온통 불바다

​온 집안이
​고추 냄새로 포위됐다.


1968년생인 오지연 시인은 제주 출신의 아동문학가로 1998년 제주문학 동화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후 동시를 계속 써오고 있다. 2003년 동시부문 새벗문학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했고 2009년 개정 초초등 국어 교과서에 <버려진 개들>과 <개날리 플루트>라는 시가 수록되기도 하였다. <김치 담그는 날>은 2013년 12월 2일자 경상일보에 발표한 동시라는데, 출간된 동시집들 중 이 시가 실려 있는 시집은 없었다.

2021년 11월 20일 토요일. 시댁에서 월동 준비 중 하나인 김장을 했다. 올해는 50포기. 해마다 이맘때면 한 달 내내 주말마다 김장 품앗이를 다녀야 했다. 시댁 식구들이 엄마표 김치를 원체 좋아해 집당 30포기에서 80포기씩(후덜덜) 김장을 했다. 그런데 여자들도 직장
전선에 뛰어들고 어머님이 연로해지면서 하나둘 김장 포기를 선언했고 올해는 우리집과 막내네만 김치를 담근다. 옆지기와 막내 아가씨는 앞으로 30년 이상 김장을 할 것 같다. 김치 욕심이 드글드글하고, 엄마표 김장에 목을 매기 때문이다.

김치는 속에 들어가는 양념만큼 사랑과 정성이 듬뿍 배는 음식이다. 절인 배추를 사서 예전보다 품이 조금 덜어지긴 했지만 김장은 손이 많이, 아주 많이 가는 작업이다. 절인 배추 물 빼기, 무우 씻어 채 썰기, 갓 씻어 싹둑 썰기, 쪽파 껍질 까서 씻은 후 대가리 십자모양으로 칼집 내 싹둑 썰기, 양념 버무리기(진짜 힘든 작업이다), 배추에 양념 발라 김치통에 차곡차곡 쌓기, 김치통들 김치냉장고에 넣기. 여기까지는 내가 본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맛난 양념을 만들어 주기 위한 시어머님의 보이지 않는 노고는 빠져 있다. 마늘 까서 빻아 놓기, 고추 빻기, 새우젓 곱게 빻기, 육수 내 찹쌀 풀 만들기 등등등. 시어머니는 올해 팔순이시다. 허리와 어깨 수술까지 하신 분이 고단함을 밀어내고 이 많은
일들을 해내시는 걸 볼 때면 감탄을 넘어 존경심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내 어미가 내게 하던 말을 이제는 시어머니께 듣는다.


ㅡ 야야, 니는 어째 그래 일머리가 없냐. 
ㅡ 그죠 어머니. 암만 봐도 잘 모르겠고 손이 빨라지질 않아요. 
ㅡ 니가 이걸 다 배워야 하는디 . . . . . . 
ㅡ 어머니~~~~ 아범 있잖아요. 저것 보세요. 눈도 빠르고 손도 빠르고. 기가 막히게 잘하잖아요. 
ㅡ 하기사. 쟈는 잘못 태어났는갑다. 내 아들이지만 차암 잘한다. 

옆지기는 자기 엄마를 닮아 일머리가 끝내준다. 결혼 후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살림에 점점 도통해지고 있다. 나는 이 사람의 욱하는 기질이 싫어 때로 갈라서고 싶다가도 그가 만들어주는 얼큰 찌개에 그 마음을 내려놓곤 한다. 어쩌면 나의 노후는 편해질지 모르겠다 생각하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세상은 서서히 발효의 시대로 옮겨 가고 있다˝면서 제1의 맛은 소금, 제2의 맛은 양념, 제3의 맛은 발효라고 예견한 바 있다. 서양의 발효 음식을 대표하는 것이 치즈라면, 대한민국 발효 음식의 대표주자는 김치일 것이다. 맛있게 익은 작년 김치가 아직 한 통 남아 있고, 1년 내내 식구들 입맛을 돋우고 배를 불려줄 김치통이 산처럼 쌓였다. 몸은 진짜 노곤노곤하지만 맘만은 흐뭇흐뭇하다.

《김치특공대》는 2년 전 아들과 읽은 어린이책이다. 글밥이 제법 많지만 그림만 보며 읽어도 아이들의 김치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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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11-22 11: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앙. 저 속 버무리(맞나요??^^;;)만으로도 맛있는 반찬이 될 것 같아요. 시어머님 ˝일머리˝ 말씀 너무나 정겨우세요. 옆지기님이 탁월하신 일머리를 보여주셨군요. 저는 일머리 특수 과외를 받아도 해결이 안될 수준이라^^;;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8:00   좋아요 3 | URL
앗. 북사랑님도 저랑 같은 과?? 아니아니 공부머리과?? 지는 이도저도 아닌, 그저 거드는과이걸랑요. 버무리 맞습니당^^

2021-11-26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6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2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11-22 11:3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김장은 사진만 봐도 힘들거 같아요 ㅜㅜ 그런데 김치는 맛있을거 같아요~!! 책읽기님 주말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휴식을~!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8:02   좋아요 3 | URL
저희집 김치 허벌나게 맛나요. 올해는 시어머님이 육수를 어찌나 찰지게 만드셨는지 양념맛에 모두들 탄성탄성. 오늘은 3일간 못 펼친 책 읽기로 휴식을 취했답니당. 아이 좋아라~~^^

미미 2021-11-22 11: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옆지기 상‘이 있다면 책읽기님 옆지기에게~♡ 등산도 함께해 주시고 김장솜씨도 있으시다니 최곱니다👍ㅎㅎ 사진보니 군침돌아요~^^♡

scott 2021-11-22 16:01   좋아요 2 | URL
동감 합니다
‘올해의 옆지기 상‘은 행복한 책읽기님의 영원한 반쪽님에게 👍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8:03   좋아요 2 | URL
옆지기에게 알려줄게요. 당근이지 할 거예요. ㅋㅋ

프레이야 2021-11-22 12:1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오홋 완전 배부르네요. 뿌듯!!
옆지기님 상 드려야 하나요. 대단해요.
전 깍두기만 어제 담구었어요.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8:04   좋아요 3 | URL
오호. 프레이야님 혼자 깎두기 담그신 거예요?? 대단하세요. 저는 아직 혼자 김치 담아본 적이 없다는^^;;

프레이야 2021-11-22 18:33   좋아요 2 | URL
후훗 저도 이번이 두번째예요.
걍 감으로다가 대충 했는데 맛은 뭐 괜춘하네요. 젤 쉬운 게 깍두기라고들 하더라구요 ㅎㅎ

2021-11-22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막시무스 2021-11-22 13: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ㅎㅎ 알차게 김장하셨네요! 든든하시겠습니다!ㅎ 가족이 모여서 머리수건쓰고 몸빼바지입고 김장하는 모습이 너무 정겨워요!ㅎ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8:08   좋아요 4 | URL
제 옆지기 되시겠습니다. 여인네들 아무도 수건 안썼는데, 저분만 김장 패션 고수하셨다는. 김장 끝내서 진짜 든든해요. 김치 쭉쭉 찢어 막시무스님이랑 막걸리 한 잔 하고파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12-02 23:18   좋아요 1 | URL
김장패션 장르는 첨 들어봤는데, 넘 잘어울리신다고 전해주세요^^ 가족애가 넘치는 김장씬~~^^

행복한책읽기 2021-12-06 11:49   좋아요 1 | URL
북사랑님. 이 댓글을 이제야 발견. 옆지기에게 전하겠습니다. 막내네 김장 돕는다고 저 패션을 지난주 한번 더 연출했다지요.^^

책읽는나무 2021-11-22 13: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옆지기 상에 저도 한 표 던집니다ㅋㅋㅋ
손이 보이지 않는 빠름 빠름!!!!^^
대단하십니다.저 높은 김치통을 쌓을만큼 김장을 하셨다니....정말 고생하셨어요!!^^
안그래도 이웃집에서도 주말에 김장 했다고 현관문에 김치 걸어 주고 가셨던데...김장 김치는 맛있게 먹기는 편해도 일 하신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김치는 보통의 김치는 아니죠!!!
그나저나 앨빈 토플러도 발효의 맛에 대해 언급했었군요??? 책 어려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친근감이???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8:12   좋아요 3 | URL
오호. 표가 많아지는데요. 직장일 살림 일머리 전국구 최오!! 이지 않을까 싶어요. 진짜 손이 빠르거든요.^^ 토플러 책은 저도 보지 않았는데, 김치 검색하니 꼭 등장하는 문구더라구요. 아는 척 아는 척!!!^^ 책읽는나무님은 맘 넉넉한 이웃을 두셨네요. 좋은 사람 곁엔 좋은 사람들이 붙는다죠^^

페넬로페 2021-11-22 17: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옆지기상, 멋집니다~~
포스가 주부 9단 입니다^^
저는 아직 시댁에서 김치하러 오라는 소리가 없어 기다리는 중입니다.
김치가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여요^^
일머리 없는 사람에 저도 한표입니다.
이건 책읽는거랑 상관없는듯 해요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8:14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주부 9단. 앉은 자세부터 주부포스 좔좔 나는 사람이에요. 일머리 없는 동지 늘어 저는 어깨가 으쓱으쓱해집니다.^^

scott 2021-11-22 18: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와 김치 스무통을 담그셨다니!
옆지기 상, 전국 대상을 받으셔야 합니다 👏👏👏
김치 속 버무리는 모습도 야무지신!
북플에서 나무님 집 표 김치에 침이 꼴깍 했는데 행복한 책읽기님 집 표 김치는
앞이 안보입니다 ㅎㅎㅎㅎㅎ
일머리 전국구 쵝오의 아드님을 낳으신 시어머님 말씀 ㅋㅋㅋ

행복한 책읽기님 겨울 양식 든든히!!

사랑가득 행복 가득

담 생엔 행복한 책읽기님 옆집에 살귀 ^ㅎ^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8:17   좋아요 4 | URL
히히히. 일머리 전국구 최오!! 칭찬 일색이네요. 김장철 되면 옆지기 몸값 엄청 상승한답니다. 어머님과 동생이 불러대싸서. ㅋ 날이 훅 추워져 겨울양식 든든히 준비해둔 개미 된 느낌이어요. 베짱이가 놀러오길 기다립니다. 노래를 들어야겠죠^^

라로 2021-11-22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제가 책님의 글에 처음 댓글을 단 것도 김치 담그시는 글이었는데 그 김치 사진에 뿅 가서 댓글을 달았더랬죠!!^^;;
그런데 이번엔 옆지기님이 팔 걷어붙이시고 담그셨군요!! 짝짝짝
남자들이 일머리만 있으면 여자들보다 김치를 더 잘 담글 것 같다는 생각을
이 글을 보면서 하게 되었어요!! 힘도 세고 말이지요!!^^;;
그런데 시어머니 김치의 맛의 비결은 육수 내서 찹쌀풀 만드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저는 정말 일머리가 없는데요,,그 일머리는 간호 하면서도 뼈져리게 느낍니다.ㅠㅠ
암튼, 김치 못 담그면서 김치 맛은 또 귀신같이 아는 저는 눈물만 흘리며 손꾸락 빨고요..^^;;;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8:21   좋아요 3 | URL
맞아요. 맞아요. 저는 북플에 댓글 다는 기능 있는 줄도 몰랐는데 라로님이 제 글에 댓글 달아준 첫 플친!! 그래서 라로님이 기억에 쾅!!! 박혔다죠^^ 김치맛 비결, 육수와 각종 양념의 배합!! 올핸 더 맛나게 되어서 김장하면서 라로님 맛보여 드리고 싶다~~생각했답니당. 진짜루요^^

mini74 2021-11-22 1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김장하는 날이 막 그려져요 ㅎㅎ일머리 끝내주는 옆지기 축하드려요. 저는 입만 살아있는 장금이 옆지기 반품하고 싶을때가 ㅠ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11-26 15:46   좋아요 1 | URL
ㅋㅋㅋ 미니님 저도 반품하고 싶을 때가 백 배 많답니다.^^

희선 2021-11-25 0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든이신 시어머님이 지금도 김치를 담그시다니 대단하시네요 모두가 함께 한다 해도 맛을 내게 하는 건 시어머님이시군요 김장하고 겨울 날 준비 해서 좋으시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님 남편분은 음식 잘하시는군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11-26 15:48   좋아요 2 | URL
그죠. 시어머님이 몸도 맘도 건강하신 분이라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게다가 김장 장인. 김치 속맛을 진짜 잘내신답니다. 월동 준비 끝내서 넘 후련하고 든든해요. 고마워요 희선님~~~^^
 

20211115 #시라는별 67 

읽다 만 책 
- 오은 

핑계는 언제든지 댈 수 있다
책 속에만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려워요 
재미가 없어요 
취향에 안 맞아요 
유행이 지났어요 
제목과 달랐어요 
시기를 놓쳐버렸어요 
결말을 알아버렸어요 
영화로도 나왔더라고요 
최근에 야근이 많았어요 
좀 한가해지니 앞부분이 기억나지 않았어요 
급하게 읽은 다른 책이 생겼어요 
더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왔어요 

끄집어내고 갖다 붙일 사연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가 
책 속의 주인공은 할 말이 있는데 
우리는 입을 다물린다 
책 밖에서는 우리가 주인공 
할 말이 많아서 
대사는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책 밖의 세계에서는 실시간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는데 
책 속의 주인공은 머뭇거리고 있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혹은 영영

다문 입으로
다 읽은 책은 말이 없다 
닫힌 입으로 
읽다 만 책은 말이 없다 

사다 만 책은 없다 
빌리다 만 책이나 버리다 만 책은 없다 
읽다 만 책만 있다 

다 읽은 책에는 먼지가 쌓인다 
읽다 만 책에도 먼지가 쌓인다 
하루하루의 더께 속에서 
기억과 망각이 동시에 일어난다 

당분간 책갈피는 움직이지 않기로 한다 
반쯤 열리거나 반쯤 닫힌 입으로 
산 입에 거미줄을 치는 표정으로 
제자리를 집요하게 더듬는 걸음으로 

무수히 접한 처음들 
무수히 남은 마지막들 

마음이 한번 마음먹고 얼면 봄이 돼도 녹지 않는다 


scott님 덕에 알게 된 오은 시인. 이력이 독특하다. 문학과 다소 거리가 먼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생업은 빅데이터 분석 기업의 사원이고, 본업은 시인이다. 시인지 뭔지 모를 글들을 끄적여놓은 것을 친형이 몰래 투고해 버려 얼떨결에 시인이 되었고, 시를 써아겠다는 순간이 와서 계속 쓰게 되었다. 오은의 시인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고.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이따금, 항상 쓰는 오은 시인의 『유에서 유』를 대충 훑어 읽다 ‘오호 통재라‘를 연발했다. 이런 유쾌함, 발랄함, 흥겨움을 보았나. 언어를 가지고 제대로 놀 줄 아는 시인이다. 묵직함을 가벼움으로 승화하는 재치와 유머가 음표처럼 날린다. 아이 재밌어,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시집의 제목 ‘유에서 유‘의 의미를 오은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당신(YOU), 있음(有), 말미암다(由), 놀다(遊), 흐르다(流)를 포괄하는 단어˝라고. 당신이 있어 같이 놀고 인생을 흘려보내리. 이것은 나의 해석이다.

55편의 시들 중 내 눈에 단연 띈 것은 <읽다 만 책>이다. 왜? 북플 내 프로필에 기록된 ‘읽고 있는 책‘ 수는 81권! 그 중 95퍼센트가 읽다 만 책! 으메 우쩔겨. 우쩌긴 우쩌, 시인의 말따나 ˝접한 처음들˝과 ˝남은 마지막들˝이 무수하나 봄이 여러 번 왔는데도 ˝마음먹고˝ 언 마음이 녹지 않으니 그저 또또 봄을 기다릴 밖에. 언 마음 녹기를 기다릴 밖에. 언젠가 녹아 글자들이 꿀처럼 내 속으로 흘러들 미래를 꿈꾸며.

꿀맛이 왜 달콤한 줄 아니?
꾼 맛도 아니고 꾸는 맛도 아니어서 그래.
미래니까,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몰라서 달콤한 말들이 주머니 속에 많았다.(<시인의 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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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5 10: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읽다만 책 왠지 공감이 되네요 ㅋ 읽다만 책만 현재진행형인 느낌이 들어요 ㅎㅎ 그런데 81권이라니 😅 언젠가는 8권으로 줄거라고 봅니다~!!

2021-11-15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11-15 23:54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저 숫자는 늘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을 것 같아요. 읽기 시작함 완독하는 새파랑님 부럽고 존경스러움요^^

붕붕툐툐 2021-11-15 14: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은시인 짱이다요~ㅎㅎ 저는 읽다 만 책에도 더이상 읽지 않겠다 선언한 책은 포함시키지 않아요. 그건 그냥 다 읽은 책과 동일~ 근데 스르르 읽다 만 책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ㅎㅎ 안나카레니나 2권 저도 빌려놓고 스탑 중이요!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1-15 23:58   좋아요 0 | URL
앗. 툐툐님 안나 1권 읽으셨군요. 지는 예상만큼 흥미롭지 않아 꾸역꾸역 읽고 있어요. 요건 다 읽는 걸루다^^~~~ 오은 시 학생들과 읽기 좋아요. 고급진 말놀이의 표본을 보여줄 수 있을 듯요^^

mini74 2021-11-15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다 만 책 ㅠㅠ 무릎을 탁 치며 읽었어요. 저건 내 이야기야 ㅎㅎㅎ 저는 그 중에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너무 좋아서 아껴읽는다고 하다가 까먹는 ㅎㅎㅎ 책읽기님 사진 참 좋아요 *^^*

행복한책읽기 2021-11-16 00:12   좋아요 1 | URL
그죠. 저두 어찌나 찔리던지요. 근데도 키득대며 읽게 되더라구요. 아껴 읽다 까먹는 책!!! 또하나의 사연^^ <조선의 살림하는 남자들> 남편님께 들이밀었더니 글밥 넘 많다며, 자신은 밥만 하겠다고 말하더라구요^^

희선 2021-11-16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은 시인 말놀이를 잘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읽다 만 책 별로 없어요 아주 없지 않지만, 읽기 어려운 책은 처음부터 피해요 어려워도 끝까지 보는 게 아주 없지 않기도 하네요 그것도 지금은 별로 없어요 잘 모르는 것도 봐야 할 텐데, 이건 새해가 오면 생각하고 시간이 가면 그냥 좋아하는 거 보자가 되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1:25   좋아요 0 | URL
와. 희선님은 읽다 만 책이 별로 없다니. 게다가 이미 오은 시인 알고 계신 찐 독서 고수!!^^ 맞아요. 어려운책 계속 붙들고 있음 머리만 아파요. 좋아하는 거 계속 보기. 희선님 말씀^^

얄라알라북사랑 2021-11-22 0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떨결에 시인˝ 등단한 오은 시인이시군요! 행복한 책읽기 님께서 ‘재밌어‘를 연발하며 읽으셨다니, 소개해주신 한편만으로도 끌리는데, 시집 전체가 흥미로운가봐요! 저도 오은 시인 이름부터 접수!

행복한책읽기 2021-11-22 11:28   좋아요 0 | URL
ㅋ 얼떨결 시인. 그러네요. 이분 말놀이를 말장난이라며 싫어하는 독자들도 있나 봐요. 저는 잼나게 읽고 있는데, 시가 다 길어서 언제나 다 읽으려는지. ㅋ 시간 쪼개 잘 쓰는 플친들 능력 갖고파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11-22 11:33   좋아요 0 | URL
형이 몰래 투고해서 얼떨결에 시인이 되었다는 소개글을 보고, 감탄 100, 부러움과 질투 1000^^
그냥 써도 작가적 능력 뛰어난 분은 감출 수가 없나봅니다^^
행복한 책읽기님도 시간 정말 잘 쪼개 쓰시잖아요. 저는 책읽기님의 김장 페이퍼 읽으러 가겟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김장까지하시다니!
 

20211108 #시라는별 66 

나의 떨켜 
- 이산하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며 죽음을 연습하고 
잎은 떨어지는 힘으로 삶을 연습한다. 
헝클어진 뿌리들도 자세히 보면 
그 얼마나 질서정연한가. 
그 어느 잔뿌리 하나 쓸모없는 게 있던가. 

사람이 죽으면 가장 깊은 정으로 맺힌 부위가 
가장 먼저 썩는다지만 썩어서 나무들의 떨켜처럼 
제 목숨의 무게만큼만 돋아나지 않더냐. 
나는 내 몸에 돋은 떨켜를 모두 떼어내 
나를 멸종시켜버린다. 


‘떨켜‘는 낙엽이 질 무렵 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곳에 생기는 특수한 세포층을 말한다. 주말에 관악산을 다시 찾았더니 알록달록 예쁘게 산을 물들여놓았던 나뭇잎들이 일주일만에 거의 지고 없었다. 이산하 시인의  『존재의 놀이』에 수록된 이 시가 떠올랐다.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며 죽음을 연습하고 
잎은 떨어지는 힘으로 삶을 연습한다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나도 한 그루 가을 나무. 몸의 어떤 부위가 삐거덕거릴 때면 잎이 투두투둑 떨어지는 가을 나무 같다. 죽음 또한 이전과 사뭇 다르게 성큼 다가온 듯한 느낌에 사시나무 떨듯 몸과 맘이 부르르 떨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떨어지는 힘으로˝ 살고 싶은 나무에 가깝다. 우리네 삶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기에 사실 연습이 불가하지만, 잎을 떨어뜨리듯 악착 같이 부여잡고 있는 무언가를 하나씩 내려놓으며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잎이 떨어진 자리, 잎자루와 가지가 붙은 지점에 돋아나는 ‘떨켜‘. ˝떨어지는 힘˝으로 생겨난 세포층. 이산하 시인은 자신의 ˝몸에 돋은 떨켜를 모두 떼어내 / 나를 멸종시켜˝ 버리겠다 말하지만, 나는 아직 나를 멸종시켜 버릴 수가 없다. 추락을 사는 힘으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쫓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생은 아물지 않는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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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8 11: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쫓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11월의 시~
행복한 책읽기님이 올려주신 시어 속에 오늘의 감사와 내일의 희망을 품으며
마지막 사진 속 붉은 열매 처럼
행복한 책읽기님 한 주 시작, 건강하게 ^ㅅ^

행복한책읽기 2021-11-09 12:42   좋아요 4 | URL
요즘 손이 넘 저려요. 목디스크가 도져서 핸폰도 들고 있기 힘들다는 ㅠㅠㅠ 건강하고 싶어 다시 치료 받으러 다닙니다. scott님 감사해요^^

미미 2021-11-08 13: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을을 잘 포착하신 행복한 책읽기님~♡ 벼랑의 꽃이 먼저 피나봐요. 이 글을 읽고나니 포착하는 시인의 삶은 분명 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11-09 12:45   좋아요 3 | URL
벼랑이 볕이 잘 들어 그렇겠죠. 위태로워 더 바쁘게 피는 꽃. 사람살이는 평지 꽃처럼 느긋하게 피어나면 좋겠어요. 그죠^^

새파랑 2021-11-08 1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며 죽음을 연습하고, 잎은 떨어지는 힘으르 삶을 연습한다니 너무 멋진 문장이네요 ㅜㅜ 역시 시인의 언어란 울림이 있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11-09 12:47   좋아요 4 | URL
시인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해 지는 읽기만 합니다. 허나 감상할 줄 아는 독자도 멋진 거겠죠. 공유로 공명하니 울리겠죠^^

mini74 2021-11-08 17: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통통 튕기는 공처럼 살아간다면 떨어지는 힘으로 더 높이오를텐데. 높이 오르는게 다 좋진 않지만요. 가을도 다 가나봐요. 이파리 하나 남은 나무 운치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11-09 12:50   좋아요 5 | URL
와. 통통 튀는 공처럼!!! 생각해보니 저 한때 그렇게 살았던것 같아요. 지금은 바람 빠진 공.^^;;; 근데 말씀대로 높이 오르는게 좋지만은 않다고 하신 것처럼 낮은 곳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듯해요. 인생의 가을도 즐겨보려구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11-10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책읽기님 덕분에 이산하 작가님의 시를 듣고,
시와 어쩌면 이렇게 사진이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요? 감동입니다.

2021-11-10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12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11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