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학교 계발활동 부서를 <그림책 읽기부>로 결정하고 

야심차게 출발을 하였다.  

몇 년 동안 저학년만 하다 보니 

중학년 이상 아이들의 독서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같아 그들의 독서력이 궁금해서였다. 

울 딸만 봐도 엄마가 읽어라 읽어라 해야 겨우 책을 들고 읽는 걸 봐서 

중학년 이상 되면 책과 가까이 지내기 보다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하는것 같다 

책과 평생을 친구로 지낼 지  아닐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가 바로 중학년이라고 들은 바가 있어서 

4학년 어린이들이 책과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 지 실험을 하고 싶기도 했다. 

자기들 보고 직접 책을 읽으라고 하면 싫어할 것 같아서 부담 없이 교사가 읽어 주는 걸 그저 듣기만 하는 

그림책 읽기부를 하면서 아이들을 좀 관찰하고 싶었다. 

더불어 몇 명 되지 않은 아이들만이라도 좋은 그림책을 읽혀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계발활동 첫 날 

<그림책 읽기부>이니 여자 아이들이 많을 거라 예상하였건만 완전 예상이 빗나갔다.

첫 날 온 아이들을 보니 13명 중에서 한 명 빼고 모두 남자아이들이다. 

남자들이 물론 책을 더 좋아할 수 도 있지만  내 경험상 남자 아이들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반에서 가위 바위 보에 져서 우리 부서에 온 것 같았다.

이 아이들과 1학년, 2학년을 함께 했던 나로서는 그 아이들의 면면을 알고 있다. 

대충 아이들을 훓어 보니 꽤나 유명한 아이들이 많았다. 

다시 말해 담임들이 여러 번 거명하던 이름들이 그림책 읽기부에 온 것이다. 

그 중에는 ADHD인 아이도 있었다. 

괜히 그림책 읽기부 했나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무늬는 4학년이지만 집중력은 1학년 보다 못한 이 아이들 데리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다.  

소란 피우지 않고 잘 듣고만 있어도 절반의 성공인데.. 과연....

야심차게 출발한 계발활동 부서가 심한 암초에 걸린 기분이 들었다. 

지네들더러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어 주는 걸 듣는 것이니깐 그래도 좀 낫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하였다.  

 
 

첫째 시간에는 <그림책을 무시하지 말라>는 주제로 그림책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림책은 유치원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주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 주부터는  3번에 걸쳐 다음과 같은 책을 읽어 주었다.



 

 

 

 

 

읽기 전에 집중해서 잘 들으라는 취지로 

책 읽기가 끝난 후 간단한 독서퀴즈를 해서 정답을 맞추는 아이에게 비타민을 준다고 꼬셔서 잘 듣도록 유도하였다. 

그게 어느 정도 먹힌 건지 그래도 3/4 아이들은 잘 듣고 내가 읽어 주는 책에 관심을 보였다. 

퀴즈를 제법 잘 맞히기도 하였다. 

그림책 읽기부에 온 아이들을 보면서 문화 체험의 부재가 얼마나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지 실감하고 있다. 

그건 우리 반 친구들도 마찬가지이고,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걸 다 경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은 우리 삶을 참 풍요롭게 해 주건만 

그걸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당연히 사고가 좁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우리 반 아이들도 아는 책에 대해서 4학년 아이들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인지 몰라서  

오늘 도서실 가서 책 좀 빌려와 보라고 미션을 주자 

진짜 얼토당토 않은 이상한 책을 빌려왔다. 책을 보는 안목이 없는 것이다.

어려서 부터 좋은 책을 가까이하고 자란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과는 얼마나 많은 차이가 벌어지겠는가 

싶었다. 

 

그림책 읽기부와  1년 동안 16번을 만나게 된다. 

첫 주 빼면 15권의 그림책을 읽어 주게 되는데 정말 고민이 된다. 

책과 멀어져 버린 이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킬 15권의 좋은 책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 지 말이다. 

위 3권은 반응이 괜찮았다. 특히 <샤를마뉴 대왕의 위대한 보물>은 반응이 뜨거웠다. 

여자와 남자의 독서 취향이 좀 달라서 그 점도 고려해야 하고....아무튼 매번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15권의 그림책이 이 아이들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 지는 자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전혀 안 한 것보단 좀 낫지 않을까 위로해 본다. 

이 아이들이 자라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아빠가 되었을 때  

자신의 자녀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골라주고, 읽어 줄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마음 밭에 뿌려져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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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5-1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부서도 가능하다는 생각, 해 보지 않았네요. 내년에는 한 번 도전 해 봐야겠어요. 저는 독서 토론부 하는데요, 제발 꼭 해 달라고 부탁부탁 하던 녀석들이 결국 우리 부서에 안 와서... 대신 작년 울 반 녀석들이 우리 부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책읽기 경험을 좋게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로 알고 열심히 할라고요. 샘님도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