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옆지기 빼고 자전거를 못 탄다.
난 대학 때 조금 배웠는데 그래도 많이 무서워하는 편이다. 거의 초보 수준이다.
운동 신경이 제법 있어 다른 운동은 빨리 습득하는 편인데 잘 못하는 게 수영과 자전거다.
딸은 2년 전 조금 배우다가 말아 거의 못하는 수준이고,
아들은 두발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옆지기는 셋이 못하니
자기는 초딩 때 짐자건거로 혼자 알아서 습득했다며 자랑이다.
(흥~ 배드민턴은 나보다 못하면서....)
아들이 어린이날 선물로 자전거를 사달라고 했는데
무려 4개월이 지난 어제서야 약속을 지켰다.
옆지기가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다.
자전거를 잘 타는 동료 샘한테 물어보니 인터넷으로 사면 조립해야 해서 복잡하단다.
차라리 가까운 오프 라인 매장 가서 중고 사서 1년 정도 타다 갈아타는 게 낫다고 하였다.
조언에 따라 가까운 곳에 삼천리 자전거 매장으로 온가족이 함께 갔다.
중고를 사려고 했으나 없어서 그냥 새것을 샀다.
17만원에 아저씨가 잠금장치를 서비스로 주셨다.
옆지기는 인터넷으로 사자고 하였으나 동료 샘 말대로 하자고 우겨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샀다.
그래야 고장 났을 때 서비스도 즉각적으로 받고 바람 빠져도 금방 넣고 하지.
우리 말고도 손님이 꽤 있었다.
집에와 폭풍 검색해 본 옆지기 왈, 온라인이 더 비싸단다.
잘 됐다.
온라인이 더 쌌으면 두고두고 옆지기 잔소리에 시달렸을 거다.
주인장께서 자기 말만 명심하면
자전거를 금방 탈 수 있다면서
몸소 시범을 보여 주시며 비법을 전수해 주셨다.
1. 초보자는 페달에 발을 절대 올리지 말 것.
2. 두 발이 땅에 닿도록 까치발 서듯이 할 것.
3. 두 다리의 힘으로만 자전거를 움직일 것.
이걸 계속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 후에 페달을 밟는 거라고 하셨다.
자전거를 대학 때 처음 배웠는데 이렇게 배우지 않았다.
여의도 광장에서 남자 선배한테 배웠는데
무조건 페달부터 돌렸더랬다.
조금 가다 넘어지고, 브레이크 잡는 법도 잘 모르고 우왕좌왕하다
넘어져 앞니가 조금 부러져서 지금도 자전거가 무섭다.
역시 지도자의 가르침이 중요하다.
넓은 곳에서는 좀 타나 좁은 도로는 엄두도 못 낸다.
그 때의 트라우마가 남아있어서다.
그 때 이 방법을 알았더라면 일찍 신세계가 열렸을 텐데...
자전거를 끌고 운동장으로 왔다.
아들한데 주인장이 말씀하신 대로 왔다갔다 하며 두 발과 두 다리에만 의지하여 자전거를 밀게 했다.
15분 정도 한 아들 이마에서 땀이 떨어졌다.
30분 시키려고 했다가 너무 힘들어해 딸에게 넘겼다.
그 다음, 딸 차례.
딸래미는 요즘 학교 스포츠 클럽에서 자전거를 배우고 있다.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잘한 일 같다고 하는 딸의 소원은
자전거 타고 학교나 학원 가는 것이란다.
아무리 자전거 배워도 자전거 통학은 말리고 싶다.
우리 나라는 너무 도로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도로가 갖춰진 것도 아니고
게다가 애들이나 어른이나 모두 헬멧 착용도 안 하고
안전에 너무 허술하다.
예전에 일본 갔을 때 보니 일본 학생은 거의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줄맞춰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모두 헬멧을 쓰고 있었다.
그 정도 되면 모를까.
딸이 말하길, 학교에서도 주인장 아저씨가 가르쳐 준 이 방법을 쓴다고 한다.
2년 전에 딸에게 사준 중고 자전거는 전문가용이라서 너무 무거웠다.
하여 조금 하다 포기하고 말았는데 이번 자전거는 가벼워서 금방 배울 듯하다.
몇 번 왔다갔다 하던 딸이
어느새 페달을 돌리며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드디어 해냈다.
신세계가 열려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정말 기분이 최고란다.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그 기분.
누나의 성공을 지켜본 아들은 기분이 급 우울해졌다.
그 마음 안다.
딸 다음에 나도 시도를 해봤는데
역시 잘 타졌다.
물론 술 취한 사람마냥 왔다갔다 하긴 하지만
역시 지난 번 자전거보다 훨씬 다루기가 수월했다.
누나, 엄마까지 자전거를 타자
드디어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자기 혼자 못 타는 게 속상한가 보다.
자기 자전거를 누나와 엄마가 연습한 게 못 마땅한가 보다.
아들 마음도 십분 이해되어
우리 가족 모두 아들을 위로해줬다.
특히 아들의 영원한 라이벌 누나가 동생을 잘 격려해줬다.
" 나도 못 탔어. 그런데 이렇게 금방 타잖아. 너도 할 수 있어. 금방 타게 될 거야" 라고 말이다.
아들의 신세계가 열리는 그 날까지, 무한 연습!!!
(아들아, 줄넘기도 어느 순간 되던 것처럼 자전거도 그럴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