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은 실로 오랜만인 듯하다.

하늘에 구멍이 숭숭 난 듯 쏟아 붓고 있다.

조금만 밖에 있어도 금세 신발과 옷이 다 젖어 버린다.

 

그래도

실내에서 빗소리 듣는 것은 참 좋다.

공부 하지 말고 이럴 땐 괜찮은 DVD 보면 딱인데

진도 나가기 바빠서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없다.

애들은 방학이 가까와서인지 자꾸 손에 안 잡히고 튀어 나가 한 시간 한 시간이 전쟁 같다.

남자 10명 중에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듣는 아이가 고작 3명이라니...

말 다했다.

오전에는 그나마 낫다가 5-6교시에는 잠시도 가만 있질 못한다. 에휴휴~~

여자 아이들은 딴 생각을 하거나 멍 때리더라도

수업 방해는 안하는데 

이 남자 녀석들은 큰 소리를 해대며 수업 흐름을 끊어놓곤 한다.

진도는 느리고 수업은 해야 하고 

수업 방해하는 녀석을 가만 놔둘 수는 없고 말이다.

학기말이 되고 게다가 비까지 오니 더 심하다.

 

재난청 문자까지 받으니 슬슬 걱정이 된다.

비 피해가 많으면 안 될텐데...

동두천 의정부 쪽이 물난리가 나서

그쪽에서 오시는 선생님들이 지각을 하셨나보다.

길 위에서 4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폭설 때문에 지각하는 경우는 봤어도

비 때문에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나중에 들어보니 딸네 학교에도 선생님들이 지각을 하셔서

시험이 30분 미뤄졌다고 한다.)

 

우리 공주님 오늘부터 기말고사인데

기말고사 끝나는 날까지 계속 비 소식이 있다.

불행(?)하게도 첫날 1교시가 수학인데

떨지 않고 잘 풀었는지...

하도 수학 시험 볼 때 긴장한다고 해서

우황청심환 넣어 보냈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효과 있었단다. )

학교도 너무 하지.

기말고사를 어떻게 화~ 금까지 내리보게 하냐?

진짜 심하다.

주말을 끼어야 좀 수월하게 공부할 게 아닌가!

목금월화 이렇게 하던지

수목금월 이렇게 하던지 말이다.

아이들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험 시간표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딸래미 옆에서 감독하느라

독서를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ㅎㅎㅎ


이야기가 옆으로 잠깐 샜다. 

반 아이들 영어 보내고

교실에 앉아

태일이 3을 마저 다 읽었다.

3은 평화시장에서 미싱 보조, 재단 보조를 일할 때의 태일이의 이야기이다.


자신도 가난하지만

더 가난한 이들이 눈에 밟혀

그들을 위해 아낌 없이 자기 것을 내어주는 태일이를 보면

심성은 타고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에서 주인공이 포식자 유전자를 타고난 것과 반대로

태일이처럼 착하고 정의로운 유전자를 타고난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

평화시장에서 일하는 태일이를 보면서

어쩌면 그 중심에 깊은 측은지심이 내재해 있고

힘든 상황에서도 그걸 유지할 수 있었을까! 싶다.


제대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태일이는 자기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돕고 정의감마저 투철한데

태일이보다 더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악행을 일삼는 것을 보면

심성은 타고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반 아이들만 해도 그렇다.

내 속을 뒤집어 놓는 아이 중에 책 벌레가 꼭 있다.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인성이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태일이가 재단사가 되겠다는 이유도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입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타적인 이유에서이다.

나이 어린 보조가 너무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일하는 데다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바로잡고자 재단사가 되겠다는 태일이다.

떡입부터 다른 것 같다.


이회영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이라면

전태일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기 몸을 불사른 사람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사람을 기억하고 

앎을 삶으로 실천하였으면 좋겠다. 부디~~


 태일이 3을 마저 구매하여

이제 교실에 전5권이 다 있다.

아침에 교실에 일찍 온 순서대로 골라가서 읽고 있는 중이다.


제발 책만 보지 말고

제대로 읽고 태일이처럼 살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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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6-07-05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비 많이 오더군요.아침에 나갔다고 홀딱 젖어서 엄청 고생했어요 ㅜ.ㅜ

수퍼남매맘 2016-07-05 23:31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오랜만이에요 . 내일도 많이 온다 하네요. 조심하세요.

2016-07-08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8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