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간의 달콤한 연휴는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연휴 첫날인 토요일엔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지한테 다녀왔다.

모처럼 엄마, 작은언니, 수퍼남매와 함께 말이다.

아버지는 다른 곳은 괜찮은데 좀 야위셨고, 배가 쏘옥 들어갔고, 잘 드시지 않으며

무엇보다 발이 많이 부어 있었다.

팔 쪽에 불긋불긋 혈전 같은 것도 보이고 말이다.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우리는 많이 놀랐다.

심장이 제 기능을 못 해서인가보다고 거기 간호사가 그랬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

아버지는 다른 가족은 다 못알아보는데 엄마는 "마누라" 라고 알아본다.

엄마를 내내 찾아다녔는데 못 찾아서 자신이 없으셨다는 말을 하셨다.

엄마가 많이 그리웠나 보다.

수퍼남매가 있으니 엄마더러

" 애들 돌봐야 하니까 어서 가라" 고 하신다.

애들 돌봤던 기억은 있으신지...

 

둘째날은 우연히 벨기에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을 보게 되었다.

옆지기가 채널을 돌리다가 걸렸는데 잔잔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 어떻게 살 것인가?"

" 정의란 무엇인가?"

이런 화두를 떠올리게 하는 잘 만든 영화였다.

영화를 잠깐 소개해본다.

병가 중이던 산드라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회사가 1000유로 보너스와 산드라 해직을 놓고 투표를 제안했는데

동료들은 돈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친구를 통해 전해 들은 산드라는

사장에게 재투표를 제안하고 이를 인정한 사장은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제 산드라에게 남은 시간은 48시간.

주말 동안 산드라는 동료를 찾아다니며 자신에게 한 표를 던져 줄 것을 호소한다.

금요일 그렇게 돈을 택한 것에 대해 죄책감과 미안함을 감추지 못한 사람도 있고,

정반대로 끝까지 자신은 돈을 택하겠다고 하는 사람도 만난다.

후자를 만날 때면 마음이 오그라들어 포기하고 싶은 산드라 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남편이다.

벨기에 하면 복지가 아주 탄탄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자행되다니...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월요일 아침,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16명의 동료가 재투표를 한다.

결과는 8 : 8

과반수가 넘어야 산드라가 복직할 수 있는데 딱 절반이라 무산된다.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라커를 정리해서 나올 때쯤 사장이 산드라를 부른다.

그리고 아주 달콤한 제안을 하나 한다.

산드라를 복직시켜주는데 16명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계약직을 재계약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계약직은 자신이 재계약에서 제외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산드라 편을 들어준 바로 그 사람이었다.

사장의 달콤한 제안을 들은 산드라, 어떤 결정을 내릴까?

계약직을 물리치고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차지할까?

돈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고 고약해지는 인간의 모습,

자신을 거부하는 대상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

불의와 맞서기로 하였지만 매순간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

그 속에서 어떻게든 바르게 살고자 몸부림치는 산드라 부부의 모습이 큰 감동을 전해주었다.

1000유로에도 이렇게 동료를 배신하는데

요즘 뉴스에 자주 거론되는 법조계 인사들 보니 액수가 장난이 아니다.

그 정도의 액수로 꼬시면 다 넘어갈려나!

그래도 안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위로와 희망을 준다.

 

연휴가 3일 이라, 이불 빨래를 좀 했다.

우리 엄마가 해가 좋으면 빨래 하고 싶어진다 하시더니

내가 그렇다. 모전여전인가!

어제는 좀 흐렸지만

그제는 해가 쨍해서 빨래하기에 딱 좋았다.

어릴 때 살던 집처럼 옥상에 이불을 널 수 없어

거실에 깔아놓긴 하였지만서도 말이다.

이불에서 햇빛 냄새 나면 진짜 좋은데 말이다.

가끔 일광욕 오래 한 온이한테서 햇빛 냄새가 나 킁킁 맡곤 한다.

 

 

연휴 다음 날이라 신체 리듬이 아직 적응을 못 했는데

1-4교시까지 교과 시간이다. ㅎㅎㅎ

5-6교시 수업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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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6-07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위로가 되시겠네요. 5-6교시만ㅎ
아버지...짠합니다.

수퍼남매맘 2016-06-07 16:13   좋아요 0 | URL
요즘 고현정 씨 나오는 ˝ 디어 마이 프렌드˝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요.

2016-06-07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07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