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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 ㅣ 푸른숲 작은 나무 10
유은실 지음,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12월
평점 :
요즘 방학이라 세 끼도 모자라 간식에 야식까지 5끼를 차려 먹느라 죽을(?)맛이다.
애들은 방학일지 몰라도 난 학기보다 더 바빠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점심은 영양사가 해 준 맛있고 영양가 풍부한 급식이 있었는데.
새삼 급식이 고맙고 그립다.
생선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으니 매끼 반찬 걱정이 태산이다.
이 책을 보고
가사도우미가 있어 맛있는 밑반찬을 싹싹 만들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방자한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제목이 낯설지 않다.
이 책은 " 마고 할미" 전설 속에 나오는 마고 할미가 윤이네 가사도우미로 와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재미있게 쓴 창작동화이다.
유은실 작가는 "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때문에 좋아하게 된 작가인데
이 책의 저자이다.
윤이네 부모님은 맞벌이고 윤이는 외동이라 절실히 가사도우미가 필요했다.
윤이는 고작 9세였기 때문이다.
초2인데 혼자서 할 수 있지 않나 싶지만 이 때도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윤이네 집에 온 가사도우미는 윤이 아빠보다 더 키가 크고 발도 큰 장정 같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자신이 이 집에 가사도우미로 있으려면 세 가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첫째 내 방에 절대 들어오지 않는다.
둘째 집안 일은 내 맘대로 한다.
셋째 나한테 책 읽어달라고 하지 않는다.
어쩐지 주객전도된 느낌이 든다.
말끝마다
" ~~~ 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라고 싫어 타령을 하시는 할머니. 윤이는 그런 할머니가 무섭다.
코고는 소리는 어찌나 큰지. 똥은 또 얼마나 굵던지.
무시무시한 할머니와의 동거가 내키지 않은 윤이지만
할머니가 순식간에 만들어낸 12가지 반찬과
손만 댔다 하면 반짝반짝거리는 집 구석구석을 보고 윤이는 조금씩 할머니가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절대 책 읽어달라고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할머니 몰래 방에 들어와 책을 읽는데
읽다보니 할머니가 누구와 많이 닮은 듯하다.
'그래 마고 할미, 마고 할미가 틀림 없어.'
윤이는 도우미 할머니가 마고 할미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할머니는 절대 자신의 방과 물건에 손 대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도대체 할머니 가방 속에는 뭐가 들어있는 걸까!
윤이는 할머니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궁금한 분은 먼저 " 마고 할미" 전설부터 숙지한 다음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마고 할미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세상을 만들었던 그런 위풍당당한 할머니가
가사 도우미로 와 전쟁터 같은 집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설정이 참 재미있었다.
할머니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한 곳에 온 것일까?
윤이네와 같은 비슷한 처지의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아이와 집을 맡기지 못하는 가정도 많을 테다.
윤이네 가정은 그런 의미에서 복이 넝쿨째 굴러온 것이다.
인상은 좀 험악하지만 마고 할미는 일을 독단적(?)으로 아주 잘 처리한다.
이런 도우미가 집에 상주한다면 안심하고 직장 생활을 할 것 같다.
윤이네 가정처럼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는 집은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이다.
대부분 맞벌이 가정에서는 애를 혼자 집에 놔두거나
학원 투어를 시키거나 돌봄 교실에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집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더라도 눈 딱 감고 쉬는 날까지 견디거나
아님 직장 마치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와서 다시 집안 살림에 매달리거나....
그나마 친정이나 시댁 등 비빌 언덕이 있는 가정도 행복한 경우에 속한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면서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생각보다 진짜 힘들다.
아이 키워본 직장 맘은 다 안다.
아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다르고,
아이 하나일 때와 둘일 때가 또 다르다.
애 어린이집 맡기고 우는 일은 부지기수이고,
아이 맡기고도 여기저기 들려오는 나쁜 뉴스 때문에 좌불안석인 부모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결혼 안 하려는 사람이 늘어가고,
결혼 하고도 아이 안 갖는 부부가 늘어가고,
출산율이 저하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애 낳고 키우기 정말 힘든 세상이다.
하루빨리 아이를 마음 편히 낳고, 양육할 수 있는 복지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