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동학년과 함께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봤다.

지하철을 타고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는데도 사람이 무지 많았다.

90% 이상이 여성관객이었다.

뮤지컬 보러 가니 뮤지컬 매니아인 마노아 님이 떠올랐다.

예매하기 전에 마노아 님한테 어떤 것이 좋을까 자문을 구할까도 생각했었는데 못 했다.

장소는 용산구에 있는 블루스퀘어였다.

 

일 년 동안 곗돈을 모아 어렵게 VIP 석을 구매했는데

막상 좌석을 보니 전혀  VIP 석 같지 않아 너무 속상했다.

중앙에서 벗어나 무대 오른쪽에 위치해 있고

좌석 간극도 좁아 불편하였다.

연기자의 표졍도 잘 보이지 않았다.

좋은 좌석은 예매 오픈 날, 순식간에 다 팔려나간 듯하다.

우리가 앉은 좌석까지  VIP 로 지정하여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좀 부당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극장은 잠실에 있는 <샤롯데 극장>이 더 좋았던 기억이 난다.

거기서 <라이온 킹>을 봤을 땐 자리가 불편하단 느낌이 없었는데....

오래 전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서도.

 

뮤지컬 < 레 미제라블>은 공연시간이 170분이었다.

1부는 약간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어 다른 선생님들은 졸았다고 한다.

영화와 책을 읽어본 적 없고 대강의 줄거리만 아는 터라

난 재밌게 관람했다.

무엇보다 던져주는 논제가 참 마음에 들었다.

" 사람의 본성은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

두 인물이 강한 대조를 이룬다.

쟝발장은 자신이 그렇게 변했으므로 전자의 입장이고

쟝발장을 체포하고 평생을 쫓아다니는 형사는 후자의 입장인 셈이다.

여러분은 어떤 입장이신지....

 

어린이들이 알고 있는 쟝발장 이야기는 정말 서두에 지나지 않는다.

가석방 중이었던 쟝발쟝은 자신을 잘 영접해 준 주교의 은촛대를 훔쳐 달아나다 잡힌다.

하지만 주교가 자신이 준 거라며 쟝발장을 감싸고, 그보다 더 비싼 물건까지 쟝발장에게 준다.

이 주교의 깊은 사랑에 감동한 쟝발장은 그제서야 회심하고

좋은 사람이 된다.

쟝발장의 경우를 보면 사람의 변할 수 있다는 건데...

회심한 쟝발장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얼마 전 영화 <레 미제라블>이 히트하였을 때

줄거리를 찾아보니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는 정말 빙산의 일각일 뿐이어서

무지함에 스스로 놀란 적이 있었다.

 

주교의 사랑으로 180도 달라진 쟝발쟝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시장까지 된다.

그런 그가 가난하고 헐벗은 한 여인을 품어주지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

공장에서 쫓겨난 그 여인은 결국 사창가에서 전전하다 시름시름 앓게 된다.

그 여인의 마지막을 지켜보던 쟝발장은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예전에 주교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그녀를 품어주지 못했음을 한탄한 그는

그녀의 마지막 유언인 병약한 딸 코젯을 끝까지 지켜줄 것을 맹세한다.

 

그렇게 쟝발장과 코젯은 부녀의 인연을 맺게 되고

형사는 끝까지 쟝발장의 위선을 파헤치겠다며 그들을 쫓아다닌다.

그런 틈에 프랑스 대혁명의 불씨가 서서히 올라오고,

코젯을 사랑하는 마리우스는 그 혁명의 한가운데 서있다.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민군이 저항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였다.

518 민주 항쟁의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전남도청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였던 이름 모를 시민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저릿하였다.

 

지금도 그 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자유와 평등이 있을 것 같지만 면면히 들여다 보면 지금도 곳곳에 억압과 차별이 존재한다.

여전히 민중의 삶은 곤고하다.

 

뮤지컬을 보고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네 문화는 그런 것을 나눌 만큼 내 생각을 말하거나 남의 생각을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는 듯하다.

 

아쉬웠던 것은 주연진이 컨디션이 나빴는지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다.

또 하나 무대가 좀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 미제라블을 보고나니 조승우 씨의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졌다.

딸 미술 영재원 친구 중에 뮤지컬 매니아가 있는데

얼마 전 조승우 씨가 열연하는 " 맨 오브 라만차"를 봤단다.

그 아이 말로 조승우 씨가 잘한다고 하니 그 실력을 한번 직접 보고 듣고 싶어졌다.

지금은 "베르테르"를 하고 있다지.

아무튼 뮤지컬을 보고나니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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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2-1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픈 뮤지컬입니다

수퍼남매맘 2015-12-15 16:34   좋아요 0 | URL
보시면 저처럼 가슴에서 몽글몽글 뭔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드실 거예요.

2015-12-15 14: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5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