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파과>라는 소설 때문에 구병모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그녀의 문장은 처음에는 너무 낯설어서 잘 읽히지 않았다.

문장이 너무 길어 중간에 내용을 자꾸 놓쳐 몇 번을 읽어내린 적도 있다.

하지만 흡인력 있는 내용 때문에 그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다.

초반에는 작가의 문장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는 말도 있어

그녀의 초기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현재와는 달리 청소년문학으로 등단하였다고 한다.

바로<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책으로 수상을 하였다고 한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빵은 과연 어떤 맛일까?

행복하고 즐거운 마법도 들어 있지만

부두 인형처럼 남에게 해꼬지하는 마법도 빵에 들어 있다.

이런 부정적인 마법이 들어간 빵은 주로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오곤 한다.

이런 부정적인 마법이 들어간 빵을 주문하는 사람은

스스로는 상대를 어떻게 처치하지 못해

마법의 힘을 빌리려는 이들이다.


한 일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어떤 여학생이 위저드 베이커리에 빵을 주문했다.

배탈이 나는 빵이었다.

시험날, 여학생은 라이벌인 친구에게 마법이 들어간 쿠키를 먹였다.

그 아이는 시험 내내 배탈이 왔고 시험을 엉망으로 봤을 뿐 아니라

교실 바닥에 큰 실례를 하고 말았다.

낙심한 그 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빵을 주문한 여학생은 크게 후회하며

자신은 친구의 목숨까지 뺏을 생각은 아니었다며

위저드 베이커리에 항의 하러 왔다.

사장은 여학생의 항변을 듣고

그것 또한 여학생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못 박는다.

그러니 마법이 들어간 빵을 주문할 때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니 말이다.

 

이 이상야릇한 위저드 베이커리에 매일 들러 빵을 사가는 남학생이 한 명 있다.

껑충한 키에 말을 더듬는 게 특징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빵을 사가는 이 남학생이

어느 날 밤 다급하게 위저드 베이커리에 들이닥친다.

옷은 찢겨나가고, 얼굴은 누군가에게 맞은 채로 말이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소년은 이제껏 누구도 보지 못한 오븐에 숨어지낸다.

그 속에서 지내며 이 위저드 베이커리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소년이 말을 더듬기 시작한 건 4년 전이다.

친엄마가 청량리역에 소년을 버리고 갔을 때도

친엄마가 샹들리제에 스스로 목을 매달았을 때도 말을 더듬진 않았다.

아빠가 초등학교 교사인 새엄마와 재혼하고 나서 처음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엄마는 소년을 부담스러워하고,

아주 교묘하게 구박하였다.

소년은 점점 더 말수가 줄어들었고 급기야 말을 더듬게 되었다.

종래 자신의 끼니는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

소년이 매일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빵을 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소년은 배선생(새엄마)이 가급적 자신과 부딪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혼자 알아서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자기 방에 콕 틀어박혀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배선생이 데리고 온 배다른 동생 무희에게 나쁜 일이 생겼다는 걸 빨랫감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누군가 어린 무희에게 나쁜 짓을 한 것이다.

무희가 범인으로 영어학원 강사를 지목하였으나

그쪽에서 완강하게 범죄사실을 부정하고,

재판 과정에서 어린 무희에게 너무 심한 질문을 하는 탓에 무희와 배선생의 정신적 고통은 더 커진다.

이 과정에서 배선생은 엄청난 히스테리를 부리고

무희도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며 더 겁에 질리게 된다.

사건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던 찰나,

잔뜩 겁에 질린 무희가 엉겁결에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으로 오빠를 지목하자

이성을 잃은 배선생은 소년의 옷을 찢고 때리고 죽일 기세로 달려든다.

그 순간,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도망치는 것 뿐이었다.

이미 배 선생은 소년이 범인이라고 믿어버린 것이다.

그래야 이 지리한 싸움이 끝나니 말이다.

그렇게 소년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았으면서

이복동생을 건드린 파렴치한이 되어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숨어 지낸다.

 

소년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주문 내용을 알게된다.

온라인을 통해 들어온 주문은 하나같이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그득하였다.

그 중 부두인형 주문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주소가 익숙해서였다.

바로 소년 자신을 해하기 위한 주문인 것이다.

누가 주문한 것인지는 뻔한 일...

배선생은 죽이고 싶을만큼 소년이 미웠나?

무희를 그렇게 만든 진범이 소년이 아니란 것쯤을 알고 있을 텐데...

소년은 너무 비참하였다.

'내가 그렇게 죽이고 싶을만큼 나쁜 존재였던가'

소년이 이 주문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지....


식탁에 마주 앉는 것조차 역겨워 하는 배선생 때문에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는 소년의 신세가 너무 처량했다.

가족이긴 한데 가족이 아닌 유령처럼 지내야 하는 소년의 생활이 너무 딱했다.

급기야 동생을 건드린 파렴치한으로까지 내몰리고

그것도 모자라 죽이고 싶은 대상이 되어버린 소년.

이 소년의 아픔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소년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부두인형 주문을 사장에게 보일 건지 말 건지.

사장이 소년에게 마지막 준 타임 리와인드를 사용할 건지 폐기처분할 건지.

사장이 여학생에게 말한 것처럼

선택은 자유이나 그것에 따른 파장 또한 오롯이 소년의 몫이다.

소년의 아픔을 봤던 나는 소년이 타임 리와인드를 써서 배선생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갔음 했다.

그럼 적어도 말을 더듬거나 동생을 건드린 파렴치한으로 오해받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숙명이란 게 있어

또 다시 아버지가 배선생을 선택하여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이번에는 소년이 배선생과 당당히 맞서길 바랄 뿐이다.

전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지 말고 말이다.


<송곳>에서 구고신이 한 말처럼

인간은 자기 것을 빼앗기면 분노하고, 화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소년처럼 당하고만 있으면 상대는 더 강하게 압박해 들어올 뿐이다.

소년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어주길 바란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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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1-2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병모작가는 청소년 문학도 어두운 분위기네요^^
잘 읽었습니다, 수퍼남매맘님, 좋은하루되세요

수퍼남매맘 2015-11-30 14:19   좋아요 1 | URL
어둡고 칙칙한 이야기에 강한 분인 듯해요.
아직 2작품만 읽어봐서 단정할 순 없지만서도.
일단 이 작품은 문장이 길지 않아 좋았어요.

2015-11-30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30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