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본교 도서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가래떡 데이 행사를 기획하였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도서실에서 책을 대출하는 아이들에게 쿠폰을 발행하였다.

가래떡 데이 당일, 떡과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이다.

 

오늘, 출근하니 벌써 도서실에 아이들이 쿠폰을 갖고 몰려왔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자습할 거리를 맡겨 놓고 도서실로 갔다.

아이들 줄을 세우고 떡이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9시 5분 전, 뜨끈뜨끈한 가래떡이 도착하였다.

사서선생님이 위생장갑을 끼시고 떡을 떼어 주시고, 난 꿀을 짜서 줬다.

쿠폰은 각자 상자에 집어 넣었다.

도서실 밖 복도까지 길게 줄이 이어졌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올라오셔서 보시고 깜짝 놀라셨다.

아이들이 너무 많고, 꿀을 질질 흘려서....

교장 선생님은 직접 휴지를 가져다 바닥을 닦으셨다.

1교시 시작 종이 쳐도 복도까지 줄이 이어져있었다.

하는 수 없이 다음 쉬는 시간에 오라고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아이들은 아쉽지만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아이들이 올라간 후, 윗분들이 궁여지책을 내놓으셨다.

떡을 교실로 올려보내자고 말이다.

윗분들 보시기에 너무 혼잡스럽고, 꿀도 흘리고, 아이들이 손으로 떡을 먹는 모습이 보기 그랬나 보다.

일단 위에서 그렇게 지시를 하시니

각반 별로 쿠폰 수를 조사해서 교실로 떡과 꿀을 접시에 담아 올려보냈다.

 

교실에 올려보내면서 문득 생각하니

쿠폰이 없는 아이들은 친구들 먹는 것을 보기만 해야 하는데 싶었다.

교실에 올려가면

담임 선생님이 쿠폰 조사하고, 떡 떼어주고, 꿀 발라주고 수고하셔야 하는데...

(도서실에서 진행하면

도서실 바닥만 지저분해지만...)

도서실에서 진행해야 도서실 행사인데

교실에 떡을 올려보내니 도서실 행사가 아닌 게 되어버렸다.

나중에 윗분들께도 이런 문제점을 알려 드렸다.

떡 못 먹는 아이가 서운할 수 있다고 말이다.

도서실에서 진행하면 쿠폰 있는 아이만 오니 서운할 게 없지만

교실에서 진행하면 바로 앞에서 떡 먹는 걸 보니 마음이 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남들 먹을 때 못 먹으면 서운하지 않나! 특히 저학년은 더 그렇다.

 

떡은 완전히 완판되었다.

 

행사를 끝내고 차분히 분석해 본다.

왜 이 행사를 기획하였나 다시 생각해 본다.

첫째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이 날이 농업인의 날임을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둘째 아이들의 발걸음을 도서실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목표달성을 하였나 점검해 본다.

첫째 가래떡 데이에 대한 홍보는 잘 되었다. 도서실 화이트 보드에 농부에 대한 감사의 쪽지가 많이 붙어 있다.

        학교에 빼빼로가 보이지 않았다.

둘째 아무래도 재미있는 행사를 하면 아이들이 도서실을 많이 오게 된다.

       월요일, 화요일보다 평소보다 많은 아이들이 도서실에서 책을 대출하였다.

      

개선점

첫째 꿀이 바닥에 흐른다(꿀을 하지 말까?)

둘째 갑자기 도서실 행사가 아니라 교실 행사가 되어버렸다.

셋째 떡 못 먹는 아이가 마음이 상할 수 있다.

 

예기치 않은 의견으로 갑자기 도서실이 아니라 교실로 떡을 올려보낸 점이 못내 아쉽지만

이것 또한 내 과제가 아님을 인정해야지.

복도와 교실 바닥에 꿀이 떨어져 얼굴 찌푸리는 선생님도 계셨다지만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욕 먹기는 마찬가지이다 싶다.

이것 또한 나의 과제는 아닌 듯.

 

사서선생님과 나는 교실로 올려보내는 바람에 고생이 덜했다.

9시 정각에 행사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너무 바빠 못 찍었다. 에궁! 아쉽다.

아이들이 떡이 뜨겁고 말랑말랑해서 정말 맛있고, 또 하고 싶다고 해서 뿌듯하다.

" 미안하지만, 내년까지 기둘려야 한단다."

포스트 잇에 감사 편지를 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11-11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1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11-1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꿀......우린 얄밉게도 직원덜만 꿀에 찍어 먹었어용.
님 덕분에 가래떡데이를 위한 예쁜 알림글도 만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수퍼남매맘 2015-11-11 21:18   좋아요 0 | URL
딸의 그림이 도움이 되었다니 제가 기쁘네요.
쿠폰에도 가래떡 캐릭터를 넣었더니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내년에는 꿀 없이 떡만 준비할까봐요.
윗분들이 꿀 흘리는 게 싫은가 봐요. ㅠㅠ

2015-11-11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3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3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