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정원 베틀북 그림책 112
오스카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민유리 옮김 / 베틀북 / 201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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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내용도 좋고, 그림 또한 뛰어나다.

읽는 내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스카 와일드>의 글에 핀란드 출신 <리트바 부틸라>가 그림을 그렸다.

그림풍이 아주 세밀하여서 깜짝 놀랐다.

꽃잎 하나하나, 거인의 수염 한 올 한 올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

마치<그 집 이야기>를 그린 로베르토 인노센티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책의 편집 또한 평범하지 않다.

펼쳤을 때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머리에 작은 그림 하나를 넣었다.

작은 그림은 큰 그림과 연관되어 있다.

작은 그림이 큰 그림의 어느 부분일까 맞춰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그림 크기도 다른 그림책에 비해 크다.

가로로 2/3 정도 되는 크기로 그림을 배치하고, 왼쪽에 글을 배치하여 그림을 더 잘 감상할 수 있게 배려하였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거인의 정원에서 신 나게 뛰어 놀곤 하였다.

거인의 정원은 너무 푹신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7년 만에 돌아온 거인은 자신의 정원에 아이들이 들어와 뛰어노는 것을 보고

"누구든 정원에 들어오면 큰 벌을 받게 하겠음" 이란 경고를 붙여 놓는다.

그 후론 아무도 정원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멈추자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거인의 정원에 더 이상 꽃이 피지 않고 새도 지저귀지 않은 채 추운 겨울만 계속 되는 거다.

아이들의 발걸음과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듣고 정원에 있는 나무들이 아름다운 이파리와 꽃을 피웠던 건가 보다.

아이들이 더 이상 정원에 들어오지 못 하자

겨울 요정들은 이 때다 싶어 거인의 정원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이제 거인의 정원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이대로 계속 겨울인 상태로 내버려 둬야 할까

아님 다시 아이들을 오게 하여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야 하는 걸까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주제도 명징하고, 결말 또한 약간의 반전이 있다.

무엇보다 그림이 정말 아름다워서 푹 빠지게 되는 그림책이었다.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거인의 정원에 꽃이 만발한 모습이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유독 한 곳만 아직 앙상한 겨울 나무가 보인다.

그 곳에 키가 작은 꼬마 아이가 나무에 오르지 못해 슬피 울고 있다.

거인이 이 광경을 보고 어떻게 했을지 상상해 보시라.

하나 더, 이 꼬마 아이가 이야기의  아주 중요한 조연이다.

스포일이 될 수 있으므로 여기까지만.


천국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혼자만 보려고 했던 거인은 얼마나 욕심꾸러기였던가!

"나누면 기쁨이 두 배가 되고, 함께해야 더 행복하다."는 진리를 늘 기억하고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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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0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어렸을때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던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 때 좋았던 책들은 나중에 아이들에게 물려주려고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어요. 손주들이 생기면 읽어주어도 좋겠죠ㅎㅎ 멋진 그림책을 보고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수퍼남매맘 2015-10-05 16:20   좋아요 0 | URL
손주에게 손 때 묻은 그림책 물려주고 읽어주는 일, 상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림책은 정말 아이들 자랄 때 마르고 닳도록 읽어주던 거라, 쉬이 버려지지가 않더라고요.
저도 잘 가지고 있다 손주한테 물려줘야겠어요.

2015-10-06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6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