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딸의 수학 점수 때문에 수학 학원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고대 수학과를 나온 학원장이 딸의 상태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

"수학에서 연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일단 빨리 풀 수 있어야 시간이 모자라지 않다고...

그 말씀에 100% 공감했다.

원장님이 

"연산을 잘한다고 수학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산을 못하는 아이가 수학을 잘하는 경우는 없다"고 하였다.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상담을 마치고 딸이 문제 푸는 걸 자세히 관찰해 보니 사실이었다.

연산이 느리니 일차 방정식이고 뭐고 문제 푸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연산에 자신이 없으니 수학에 겁을 먹게 된 것이었다.

연산이 빠르지 못하면 다른 수학 영역에서도 난항을 겪게 된다는 것을

딸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아들과 지금 3학년은 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라고

마르고 닳도록 잔소리를 해대고 있다.

 

기억을 거슬러가 보니

딸이 연산이 느려진 이유가 3학년 때 연산 훈련을 안 시켰기 때문이었다.

이해력은 있으니 그냥저냥 익힘책 풀고, 문제집 푸는 걸로 만족했더랬다.

그런데

아뿔사!

연산 훈련을 따로 안 시켰더니 나눗셈이 빨리 안 되는 거였다.

나눗셈 방법은 알고 있으니 연습 부족으로 연산 속도가 매우 느렸다.

세상에나 깜놀 그 자체였다.

내가 학교 다닐 때랑 딸을 비교해 보니

정말 연습 부족 탓이었다.

나눗셈은 몫이 얼마나 될지 어림해야 하는데 이게 안 되니 한없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였다.

요즘 4학년 아들은 누나를 교훈 삼아 연산 훈련을 따로 하는데

확실히  매일 꾸준히 하니 연산 속도가 빨라지는 게 느껴진다.

누나와는 달리 잘하고 싶은 욕구도 있어서 더 잘하는 듯하다.

 

수퍼남매의 경우를 통해 보니

3학년에서 중요한 연산의 기초가 모두 나온다.

1학년은 덧셈과 뺄셈

2학년은 구구단과 곱셈

3학년은 곱셈과 나눗셈

 

이러니 사칙연산의 기초가 완성되어야 할 학년이 바로 3학년인 셈이다.

이말인즉 수학을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3학년에서 판가름난다고도 할 수 있겠다.

 

1학기에 곱셈을 가르치다 보니

아이들이 구구단이 완벽하게 안 되어 있단 걸 알게 되었다.

삼 칠은 ? 이러면 한 참 있다 틀린 답이 나오곤 하였다.

아이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매일 구구단 놀이를 하였다.

"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삼 육?"

이렇게 내가 물으면 한 명씩 돌아가며 정답을 말하는 놀이다.

물론 긴장하여 답을 말하지 못하거나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는 아이가 여럿 있었는데

매일 하니 차차 좋아졌다.

 

이걸 2학년 때 학교나 가정에서 매일 꾸준히 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어 있으니 완전 학습이 안 되어

3학년 때 곱셈을 배우는데도 얼른 답이 나오지 않는 거였다.

 

수학은 단계 학습이라서

앞에 배운 게 제대로 메타 인지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다음 학습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1학기 내내 구구단 놀이를 한 덕분에 지금은 사칠은? 하면 얼른 28이라고 답이 나온다.

하지만 점점 곱셈이 어려워지자 못하는 아이가 속출하고 있다.

한 명씩 불러다 풀려 보면 이해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연습이 부족한 것이다.

40분 수업에, 집에서 푸는 익힘책 가지고는 연산 연습이 턱없이 부족하다.

어제 같은 경우 두자리수 곱하기 두자리수를 하는데

아이들이 엄청 틀렸다.


47 x 52 

이런 문제들인데 받아올림이 나오자 어느 자리에 답을 써야할지 헤맨다.

이제부터는 수학도 책읽기처럼 매일 30분씩 공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얘들아, 뇌과학자의 연구 결과, 수학 잘하는 머리는 없다고 해요.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느냐 안 했느냐가 수학을 잘하고 못하고 결정 짓는다고 해요. 

그러니까 연습을 많이 하면 누구나 수학을 잘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라고 희망적인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내가 수학을 좋아해서 그런지 

수퍼남매도 반 아이들도 수학을 즐겁게 공부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 책에서 보니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수학을 잘하니까 좋아하는 것이고,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는 못하니까 싫어하는 거라고 한다.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듯하다.

내가 수학을 좋아하게 된 것은 수학을 잘했기 때문이다.

그건 딸이 미술을 잘하니까 미술을 좋아하는 거랑 똑같다.

나는 미술을 못하니까 미술을 싫어한다.


여러 개의 교과 중에서

아이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과목을 물어보면

자신이 잘하고 재능이 있는 과목을 좋아한다고 답한다.

못하는 과목은 자신감이 없어져 더 못하게 되고, 못하게 되니 싫어하게 되고 말이다.

당연한 귀결인 듯하다. 


1학년 때는 거의 대부분의 아이가 수학이 좋다고 하다가

벌써 3학년 부터는 수학 좋아하는 아이가 반에서 서넛만 남게 되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이들은 벌써 2학년 때부터 수학에서 좌절을 맛본 듯하다.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과 받아내림이 있는 뺄셈이 잘 안 되는 아이는 그 때부터 수학이 싫어진 게다.

게다가 구구단, 곱셈까지...

다른 아이보다 연산이 잘 안 되니 수학이 점점 싫어지게 된 모양이다.


우니나라 수학교육과정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학습량도 많고, 수준도 매우 높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학에서 전공으로 배우는 미적분을 우린 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확률이 중학교 2학년으로 내려왔다.

중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이 초등학교 교과서로 내려온 경우도 있다.

어려운 내용을 넣는 게 능사는 아닌데 말이다.


수학도 얼마든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데

아이들 지적 수준에 맞지 않는 너무 어려운 것을 단기간에 집어 넣으려고 하니

아이들 입장에서 수학은 어렵고 지루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듯하다.


내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말 스릴 있고,

답을 찾아냈을 때의 그 쾌감이 참말 짜릿하기 때문이다.

다른 과목에 비해 명쾌하다는 게 수학의 매력이다.


우리 아이들도 수학을 배우면서 그런 기분을 맛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수퍼남매의 연산을 도와준 책과 함께 수학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아이와 함께 읽을만한 동화책을 소개해 본다.

아! 처음에 소개한 책은 "왜 쓸데 없이 사는데 별 도움도 안 되는 수학을 공부해야 하냐?" 고 묻는 아이가 주변에 있다면 꼭 읽어주면 좋다.

왜 수학을 공부하는지 명쾌하게 나와 있다. 

책읽기도 그렇지만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수학 잘하는 비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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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5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6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5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6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9-0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교과는 아이들 눈높이가 너무 어렵게 돼 있는 듯...ㅠ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생각케 되는...ㅠㅠ

수퍼남매맘 2015-09-07 12: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교과 내용이 너무 어려워요.
중2 수학만 해도 허걱하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15-09-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산 시켜야겠군요??이런~~~
큰일났군요^^

수퍼남매맘 2015-09-07 12:52   좋아요 0 | URL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하시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