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하죠. 즐겁고 행복했던 5월을 지낸 아이들에게 6월은 어쩜 정반대의 느낌을 요구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일단 전 왜 호국보훈의 달인지부터 설명을 한참 합니다. "호국보훈" 이라는 말 자체가 아이한테 어렵고 생경하잖아요.  6월은 현충일도 있고, 6.25 전쟁도 있어서 특별히 "호국보훈의 달"로 정했다고 알려줍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다져보고,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거나 다치신 분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달이라고 조금 풀어서 설명을 해 줍니다. 지금 현실을 보면 나라가 국민을 위해 해 주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지만서도.  어찌 되었건 지금까지 한국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 덕분인 것은 분명하니까요.

 

  우리 학교 도서실에서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평화책"을 선정하여 읽고, 겉표지를 창의적으로 그려보는 행사를 진행하였어요. 어제 학교 신문 원고를 달라고 하여 그동안 들어온 작품을 쭈욱 검토하는데  꽤 괜찮은 작품이 많더라구요. 시상도 없고, 고작해야 작품 제출하면 막대 사탕 하나 주는 것인데 정말 열심히 정성스럽게 해 온 아이가 있더라구요. 참 마음이 예쁘다 싶어요.  잘한 작품만 신문에 실을까 하다 생각을 바꿨어요. 제출작 모두 사진에 실어서 원고를 써 학교 신문 담당자에게 보냈어요. 사진이 이쁘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작품 제출한 아이들이 제 작품이 학교 신문에 실린 걸 보면 조금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 학교는 여느 학교처럼 다독상 시상이니 이런 것을 하지 않아요. 제가 여러 가지 독서 연수를 관심 있게 쫓아 다니며 듣다 보니 기존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저 또한 도서실 행사를 하고나서 또는 학기말마다 다독상을 시상했을 거예요. 교실에서도 독서 오름길을 만들어 놓고 한 권 읽을 때마다 스티커를 줘서 붙이게 했겠죠. 가장 빨리 도착한 아이를 칭찬하거나 상을 주고 말이에요.

 

  독서운동가들 말씀이 책을 가지고 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걱정 하시더라구요. 그게 아이들에게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옳지 않은 독서 방향으로 이끈다고 하더라구요.  다독만 하면 상을 받는다? 이건 아니잖아요. 다독을 강조하다 보면 책을 제대로 안 읽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병폐 때문에 지금은 다독보다는 정독을 권장하고 있답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고 공감하고, 더 나아가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맞지 않을까요? 책만 많이 읽는다고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비록 책 한 권도 읽지 않아도 양심껏 제대로 사는 사람이 많아질 때 행복한 사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 권을 읽더라도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우리 나라 독서 교육의 실패 원인 중 하나도 그동안 양적인 성장만 부추기고, 질적인 성장은 간과한 까닭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왜 실패라고 쓰냐면 독서 교육이 성공했다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이 책을 좋아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잖아요.  저학년이 가장 책을 많이 읽고, 중고등학생은 책과 담 쌓고 살잖아요. 어른이 되면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부지기수구요.  지금도 많은 학교와 교실에서 독서 오름길을 만들어 놓고, 책 한 권 읽을 때마다 스티커를 붙이고, 다독상 시상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게 정말 아이를 평생독서가로 이끄는 방법인가 다시 한 번 고민해봤음 좋겠어요. 얼마 전 읽었던 책 내용 중에서 "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이전의 지식을 버리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공감가는 말이 아닌가요? 이전 것을 버리지 않고서는 새 것이 들어설 자리가 없잖아요. 비워내야 채울 수 있지요. 

 

  얼마 전 들었던 연수 중에서 이런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아이로 하여금 책을 싫어하게 만드는 3가지가 있다고 하네요. 첫째 독서 퀴즈, 둘째 독후감. 셋째 권장 도서.  공감이 팍팍 됐어요. 이 세 가지만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는 책과 계속 가까이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알기로 아직도 많은 학교와 교실에서 독서퀴즈, 독서 골든 벨을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딸 학교도 독서 골든벨을 한다고 옆에서 알려주네요)  그게 정말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일까요? 오히려 책에 질리게 하는 방법은 아닐까요? 얼마 전까지 저도 했던 일이에요. 그게 독서 교육의 올바른 방법인 줄 알았던 거죠. 아직도 교사 중에는 저같이 시행착오를 하는 분이 꽤 많아요. 학부모 중에서도 권장도서 목록을 가지고 아이에게 강요하는 분도 있을 거예요.  내 아이의 독서 수준에 맞게 읽어야하는데 학년 권장 도서를 굳이 읽히려고 하는 분이 꼭 있어요. 또 소위 세계 명작이라고 하는 작품을  꼭 읽게 하려고 하는 분도 있구요. 아이가 독서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위 세 가지를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고 힘 주어 말씀하시더군요. 전 완전 100% 동의합니다. 

 

  다시 도서실 행사 이야기를 하자면 시상을 하지 않으니 도서실 행사를 하더라도 참여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요. 상이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라요. 우리반 애들한테도 다 참여하라고 하였으나 고작 3-4명 정도 했더라구요. 제가 여러 번 잔소리를 했으면 더 많이 했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요. 읽기 까지는 해도 뭔가 생각하여 그리고 쓰는 것은 더 힘든 게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시상을 할 계획은 없습니다.  참여율은 높지 않지만 단골 고객이 꼭 있어요. 항상 참여하는 아이들 말이에요. 평생독서가가 될 확률이 아주 높은 아이들이죠. 아이가 자발적으로 원해서 하는 것이니만큼  질도 우수하구요. 아무 상도 없는데 이렇게 열심히 해 오다니.... 참 기특합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 작품 한번 구경해 보세요. 맨 아랫쪽에 있는 작품이 제가 보기에 가장 우수했어요. 일부러 사진에 잘 나오라고 맨 아랫쪽에 배치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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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6-20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희집 아이 셋의 모습과 학교 아이들의 현모습들이 차례로 떠오르네요~~올해 이사하는 바람에 둥이들은 전학을 하고 아들은 중학교란 곳을 갔는데요 여전히 책읽는 것으로 인해 고민이 많았어요
전의 학교는 도서관에 사서샘이 계셔 독서행사가 매달 있어 둥이들은 1,2학년때다보니 죽어라고 선물 받으러 독서퀴즈등 행사에 참여!! 당첨되지 않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월별 다독자 10인에 들면 훈장받은 것처럼 기뻐하고 그러더라구요? 아들은 5학년까진 평소엔 도서관 출입안하다 사탕준다하면 행사참여하더니 6학년땐 그마저도 안하고 시크하게 일관!ㅜ

그러다 전문 사서샘이 없는 학교 도서관이 있는 학교로 와선 일단 도서관 규모의 차이에 놀라고 도서관 행사도 많지 않아 그런지 전교생 아이들이 그리 도서관을 즐겨 찾지 않는 것에 놀랐고 대부분이 만화책을 대여해가는 것에 또 놀랐죠ㅜ 그래서인지 둥이들도 독서에 약간 시큰둥~~~요즘은 제가 도서도우미 신청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도서관에 가서 책들을 살펴보니 양서가 갖춰질 것들은 골고루 갖춰져 있었고 제대로 활용이 안되고 있었더라구요~안타까웠어요ㅜ

그래도 요즘은 신간들이 많이 들어오기도하고 아이들도 조금씩 책 읽으러도 많이 오는 것같아요 둥이들도 이제 책 읽는 것에 탄력받았고요 이것을 지켜보니 독서행사 같은 당근이 없어도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것!! 이것이 진정한 독서가 아닌가!!저도 요즘 그것을 깨닫는 중입니다 아들을 보면 더욱더 그래요~~중학교 들어가니 시간도 시간이지만 점점 책에 손을 놓는게 아닌가?싶을 정도로 도서관을 멀리하더라구요ㅜ 수동적 독서의 폐해가 아닌가?싶어 후회가 되어 요즘은 니가 읽고 싶은 책을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사줄테니 읽어라~~~고 또 강요?하게 되더라구요ㅜ 안그럼 진짜 책에 손 놓겠다 싶어서요
암튼 중학교서도 독서기록장 같은 책을 하나 가져왔더군요~기록 다하면 연말에 각반 세 명씩 시상한다고 적혀 있더군요? 이것 또한 행사?이겠죠!!

너무 제 넋두리만 늘어놓았나요?^^
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면서 특히 아이들의 자발적인 독후화가 넘 이쁘고 부러워서 몇 자적는다는 것이 글이 길어졌네요ㅜ
님의 반 아이들은 평생 독서가가 많이 나올 것같아요^^ 부럽네요 님의 반 아이들이요~~좋은 선생님을 둬서 말입니다^^

수퍼남매맘 2015-06-20 17:27   좋아요 0 | URL
먼제 제 글에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분이 계셔서 기뻐요.
중학교 도서실은 정말 엉망이라 할 말이 없더라구요. 아닌 데도 물론 있겠지만서도.
그래서 한 사람이 달라지고 변화하는 게 정말 중요하단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학교 도서실 담당자, 사서 선생님이 철학이 정말 중요한 듯해요.
저희 딸 학교도 여전히 똑같은 책을 순환도서로 돌려서 읽히고, 그걸 독서기록장에 기록하는 일을 버젓이 하고 있더라구요.

도서실 행사 뿐 아니라 교실에서 이뤄지는 교육에도 당근을(시상, 스티커, 상품 등)줘야 시동이 걸리는 게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었죠.
특히 저학년 같은 경우 교실 어딘가에 상벌 스티커 판을 게시해 놓고 누가누가 상스티커를 많이 모으나 내기하고
모둠끼리 경쟁을 시키기도 하고 말이죠. 이런 모든 게 깊게 생각하면 경쟁을 부추겨서 참여를 높이는 방법이잖아요.

전 올해부터 교실에서도 모든 경쟁 체제를 없애버렸답니다. 처음이에요.
경쟁을 없애도 교실에서 교육이, 질서가 유지될까 싶었는데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잘 돌아가고 있어요.
오히려 아이들끼리 더 협력을 잘하더라구요.
유럽 교육은 협력을 통해 아이들이 학습을 하게 만드는데
우리 나라 교육은 경쟁을 통해 학습을 하게 만들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패배한 아이가 갖는 상처는 어마어마하죠.
상스티커 많이 받는 아이는 학교 오기가 기쁘겠지만
그 반대의 아이는 아니겠죠.

내적 욕구가 충만하여 독서나 그밖의 학습을 시작해야 오래 아니 평생을 갈 수 있는데
우린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죠.
아이 스스로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찾아내기도 전에
부모나 교사가 무조건 독서해야 돼. 공부해야 돼 강요했으니까요. (한글 공부도 마찬 가지죠)
스스로의 고민과 노력 없이 외부적 강요나 외부적 요구(시상, 스티커, 상품 등등)
에 의해 출발한 아이들은 오래 가지 못할 수밖에요.
내적 욕구에 의해 출발하지 않은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지고, 급기야 공부도 책도 손에서 놓게 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 아니었나 반성해 봅니다.
저도 이제서야 그걸 깨달았답니다.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게 아니라 협력에 의해 아이들은 더 발전한다는 것을요.
또 내적 욕구가 충만해야 즐기면서 오래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요.

아이 스스로 내적 욕구가 충만해져 출발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2015-06-22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2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