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파주 어린이책잔치에 갔다. 그 중 올해가 가장 썰렁한 기분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아마 첫째날이라서 그럴거야 마음을 달래보지만 그게 아닌 듯하다. 바로 도서정가제의 여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람들 손에 책 꾸러미가 안 들려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끌고 다니는 장바구니에 책을 그득 싣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책 꾸러미 자체를 보기 힙들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 겨우 2권만 구매하였다. 부스에서 책을 사는 사람도 없고, 항상 바글바글 붐비던 네버랜드(시공주니어 북마켓 )도 너무 한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간, 리퍼 도서 또한 10%만 할인하니, 너무 아까워서 살 수가 없었다.  절반 가격에 샀던 게 자꾸 생각나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책 잔치이니그래도 설마 하는 기대를 하고 왔건만 역시나였다.

 

  멀리 내다볼 때 도서정가제가 출판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출판사가 과연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나같은 소비자는 구간을 싸게 샀던 기억에 감히 지갑을 열지 못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신간은 예나 지금이나 할인율이 똑같으니 상관 없다. 그런데 구간까지 10% 할인 적용을 받아야 하니 싸게 구매했던 기억이 지워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다른 경기도 어렵다고 하지만 출판계는 더욱 심하다고 한다.  과연 이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얼마 정도의 출판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다.

 

  이번에 사온 책은 단 두 권이다. 둘 다 18개월 넘지 않은 신간이다. 가격이 꽤 비싼데 소장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여 질렀다. 보림 출판사 매니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진짜 책이 안 팔린단다. 책 잔치가 이 정도인데 보통 때는 두 말할 필요가 없겠지.

 

  이 책 보고 우리 가족 모두 입이 쩌~억 벌어졋다. 칼로 잘라낸 면들이 정말 압권이었다. 고급스러운 황금색을 기본으로 해서 하나하나 예리하게 오려낸 조각이 탄성을 자아냈다. 이제 수퍼남매가 웬만큼 컸으니 이 책을 망가뜨리지는 않겠지 생각하며 구매했다. 큰 아이 어릴 때, 사부다의 팝업 북을 여러 개 샀었는데 그 때의 느낌과 흡사하다. 아주 경이로왔다.

 

 

 

 

 

 

  이 책은 사람의 손으로 인쇄한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진짜 사고 싶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나가서 조금 망설였다. 3100개만 만든 데다 한정판답게 고유넘버가 적혀 있다는 매니저의 말에 이내 결심을 굳혔다. 색감이 장난이 아니다. 인도 전통 회화 "미틸라 예술"을 이용하여 만든 그림책이다.

 

 

 

책 잔치에 가서 달랑 두 권만 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쪼록 이 혹독한 빙하기를 잘 견뎌내고 출판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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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5-07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갑을 열게 만드는 페이퍼예요.ㅎㅎ~~~
파주 가고 싶은 이유가 북아울렛 매장에서 가득가득 장바구니를 채우면서 내 돈 쓰면서 돈 버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는데... 행사가 북적북적 돼야 제맛일텐데... 아쉽네요.

수퍼남매맘 2015-05-08 14:49   좋아요 0 | URL
그런 기쁨이 사라져서 너무 아쉬워요.
적은 돈 내고 그득그득 책을 사오던 때가 그립습니다.

순오기 2015-05-08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온 두 권 책값이 쎄네요.
책잔치가 그렇게 한산한다니...출판계가 얼마나 버틸지, 도서정가제가 문제긴 문제네요.
책을 읽지 못해서 안 사기도 하지만 솔직히 예전 할인받던 생각에 불쑥 살 수가 없어요.ㅠㅜ

수퍼남매맘 2015-05-08 15:01   좋아요 0 | URL
네~ 가격이 많이 나가서 두 권 밖에 못 사왔어요. ˝나무들의 밤˝은 다음 기회에....
지난 가을, 민음사 패밀리 세일했던 기억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제 그런 즐거움은 못 누려볼 듯해요.

2015-05-08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8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