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너무 컸나 봅니다. 수업 시작 종이 울리기 전, 방송이 나오면서 전교생 모두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묵념을 하는 학교와는 분명 거리가 멀었습니다.  어제 잠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어떤 학교는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내 세월호 1주기를 알리고, 함께 추모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는데...물론 학생들이 세월호 추모 행사를 하겠다고 하니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불허한 학교도 있다고 하구요. 몸 담고 있는 학교는 통신문도, 묵념 사인도 없었습니다. 교사가 보는 일일계획에 겨우 " 세월호 1주기"라고 써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여 우리 반 만이라도 1년 전 그 날을 기억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아무 잘못도 없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야 했던 304명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게 최소한 같은 나라에 사는 국민으로서 그들에게 지켜야 할 예의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겨우 1년 지났다고 해서 그들 모두를 잊어버린다면 얼마나 비통한 일입니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어떤 선생님께서 제게 선물해 주신 책이었습니다. 매년 4월 16일이 되면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합니다. 잊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꿈을 안고 배에 올라탔던 그들이 싸늘하게 죽어간 이유와 남아서 고통 받는 유가족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65명의 어린이문학 하시는 분이 쓰고 그린 그림책입니다. 임정자 작가가 쓴 서문과 송언 작가가 쓴 한 편의 이야기, 그리고 떠나간 언니를 그리워하는 동생의 마음으로 써내려간 다른 동화작가의 이야기를 읽어줬습니다. 더 알고 싶은 아이는 빌려줄 테니 읽어보라고 책꽂이에 꽂았습니다. 쉬는 시간에 어떤 아이가 " 이 책 읽어도 돼요?" 라고 물어봤습니다. " 그래. 읽어보렴" 대답해줬습니다.

 

1년이 지나니 저도 기억이 가물거렸습니다. 희생자가 몇 명인지도, 실종자가 몇 명인지도 정확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이런 기록이 더욱 필요한 듯합니다.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우리마저 그들의 아픔을 잊어버린다면 하늘에 간 그들이 얼마나 슬프겠습니까.

 

아들은 오늘, 현장학습으로 서울 투어를 갔습니다. 미세먼지에다 돌풍이 불고, 비가 내리고,  밤처럼 날이 깜깜해졌죠. 바람소리가 "우우" 울음소리처럼 들리기까지 하였습니다. 하늘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기억하며 슬피 우는 듯했습니다.  날씨가 궂어서 안전하게 돌아올까  아이를 기다리는 그 몇 시간도 좌불안석이었는데 1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는 가족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잔뜩 기대하며 갔던 아들이, "허탈하고 힘든 체험학습이었다"고 합니다. 1년 전 그 아이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제주도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말이죠.  이런 저런 말을 하다 아들이, 체험 학습 떠나기 전에 교실에서 30초간 세월호 추모 묵념을 하였다는 말을 전해줬습니다. " 와~ 선생님 존경스럽다"고 하였습니다. 갑자기 든든한 동지를 만난 듯 가슴 한 켠이 환해졌습니다.  딸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해 학교에서 어떤 행사를 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에게는 부모와 담임의 말 한 마디가 참 중요합니다. 아이가 몰라야 할 진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슴 아픈 역사도 제대로 전달해 줄 의무가 어른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좀더 많은 교실에서 세월호 이야기가 나왔으면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록한 다른 책들도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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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7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0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들꽃 2015-04-1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기고 쉬쉬하는 것이 더 아픈 것 같습니다. 아픔을 표현하고 애도하고 분노하고 함께 할 때 아이들도 치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수퍼남매맘 2015-04-18 08:36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아직 어리다고 숨기는 것보다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알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