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부터 독서 동아리를 하고 있지만 올해가 가장 활동이 뜸했다. 학교가 여러 모로 바쁘다 보니 그 안에 살고 있는 선생님들도 덩달아 바쁘다.  동호회 모이기도 힘들고 모여도 책 내용을 나눌 기회가 적었다.  알라딘 지인 희망찬 샘의 독서 모임은 여러 학교 선생님이 모였는데도 진지하고 잘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같은 학교인데도 모이기도 힘들고 모여서도 책 이야기는 좀체 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슬럼프였다. 왜 그럴까! 원인이 뭘까. 모임의 정체성도 모르겠고 하여튼 마음이 좀 심란했었다.  어찌 되었건 책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수다만 하고 갈지라도 계속 명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대선배 2분이 항상 출석해주셔서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던 차에, 조희연 교육감의 북 토크 소식을 들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가지고 학부모 대상 북 토크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그래?  무슨 책이지? 일단 학부모 3분을 추천해서 북토크에 보냈다. 우리 독서 모임도 이 책으로 한번 해보자 의견을 냈더니 모두 흔쾌히 찬성하셔서 책을 일괄 구매하였다. 이 책은 인문학 서적이므로 발제를 하기로 하였다. 혹시라도 안 읽은 사람을 위해 한 번 짚어주는 게 좋겠다 싶었다. 이 책을 통해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독서 모임이 살아있고, 활발하게 움직여야 학교와 사회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모두 4꼭지로 되어 있는데 1꼭지는 내가 발제한다고 자원하였다. 조희연 교육감이 추천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책을 읽었다. 서문을 읽자마자 빠져 들었다. YG양현석 대표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양현석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음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90년대 힙합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모두 말릴 때, 자신은 힙합이 좋아  힙합 그룹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 노래를 하지는 않았다는 인터뷰 기사였다. 워쇼스키 형제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였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게 인문학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있단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바람직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바라는 일을 하는 것,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즉 자신의 욕망을 쫒아 사는 것,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 인문학적 삶이라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저자는 그걸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그동안 인문학이 중요한지는 알면서도 어렵다는 이유로,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홀대해왔다. 그 결과 우리는 자살률 1위를 달리는 나라가 되었다. 모든 국민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경제 발전만 강조하다 보니 경제는 발전했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점점 피페해졌다. 개인이 피폐해가니 사회 또한 각박해져 갈 수 밖에 없다.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니 상대적 박탈감에 괴로와하며 몸부림친다. 인문학을 홀대한 결과이다.

 

  스티브 잡스 같은 기업인은 인문학이 돈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빨리 알아차린 사람이란다. 하여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는 못 해도 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보다. 인문학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이다.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통찰할 수 있는 지평을 열어주는 게 인문학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는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통찰력, 즉 감을 키우는 것이다. 앞으로 인간이 어떤 무늬를 그릴지 그 조짐을 읽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분 인문학 열풍은 학계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기업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이익이 되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 더듬이가 발달한 사람이 바로 기업인이다. 기업인은 인문학이야말로 이윤 창출을 해 낼 수 있는 보고라는 것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알아차렸다고 한다. 미래는 창의성, 창조성의 시대이다. 이 창의성과 창조성은 인문학을 통해서 발현된다. 남과 다른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기업인은 따라서 인문학을 붙들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왜 우리나라 학생들이 창의성이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인문학적 토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문적 성찰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치적 판단을 벗어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은 무슨 일을 두고 사유할 때 " 싫다. 좋다" 이분법적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귀고리를 하고, 머리를 기다랗게 늘어뜨리고, 화장을 한 남자를 보고 싫다, 좋다로 판단하는 사람은 아직 인문적 성찰과 거리가 멀다고 한다. 싫다, 좋다를 판단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이념, 신념, 가치관 등에 기인한다. 그 모든 것을 정치적 판단이라 한다. 그 정치적 판단에서 벗어나야 하는 게 인문적 성찰의 첫 관문이다. 저자는 싫다 좋다 이전에 질문을 던져 보라고 조언한다. (유대인의 교육과 흡사하다.) 왜 저 남자는 화장을 하였을까? 몇 년 전에는 저런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인류에게 무슨 변화가 있는 걸까?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인문학적 성찰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나라 호프집에서만 볼 수 있는 안주가 있단다. 바로 "아무거나" 란다. 이 부분 읽으면서 웃음도 났지만 참 서글펐다. 우리가 얼마나 남의 눈치 보면서 사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니까.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인문학은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거나 라니? 무슨 메뉴를 시킬 때면 겸손하거나 양보하는 듯이 "아무거나 좋아요" 고 말하는 사람이 꼭 있다. 이건 한 마디로 나는 생각이 없어요라는 말과 같다는 거다.  또 말투 중에 " ~~ 하는 것 같아요"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저자는 힘 주어 말한다.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 같아요 라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100% 공감한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말 중에서 인문학적 성찰과 대조된 것 2가지가 기억나 적어 봤다.

 

  이제 음식 주문할 때 옆 사람 눈치 보며 아무거나 라고 말하지 않도록 하자.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생각해서 자신 있게 말하도록 하자.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 같아요" 하지 않도록 하자. 내 생각을 제대로 말하는 훈련부터가 인문적 성찰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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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2-08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행자가 책이야기만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커트를 해야겠지요.
책을 읽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는것도 방법입니다^^

수퍼남매맘 2014-12-09 17:29   좋아요 0 | URL
제가 의외로 마음이 약해서 야박하게 책 이야기만 하자고 못 하겠더라구요. 제 능력으로는 안 되더라구요.
모임에 와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해서....
책 안 읽어오는 것도 그냥저냥 넘겨요. 발전은 없는 듯해요.
이번이 전환점이 되면 좋겠어요.

2014-12-09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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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17: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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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0 0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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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4 2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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