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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 때론 삶이 서툴고 버거운 당신을 위한 110가지 마음 연습
서천석 지음 / 김영사 / 2013년 9월
평점 :
요즘 마음이 참 갑갑하다. 직장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어딜 보나 마음이 답답해질 뿐이다. 가끔은 전문가를 찾아가 속내를 몽땅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전문가는 이럴 때 어떤 조언을 해줄까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롯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는 선배 한 분은 가정 문제 때문에 상담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4년 내내 꾸준히 상담을 받고 있다. 1시간 상담을 하고 5만원을 주는 데 그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셨다. 처음엔 자기 못나고 모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마주 해야 해서 힏들었다고 한다. 결국 내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너무 마음 아프고 부끄럽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담이 계속될수록 내 이야기를 온전히 귀담아 들어주고, 적절히 코치를 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기쁘다고 하였다. 치유가 되고 서서히 내적 힘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상담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나쁜 이력이 붙을까 봐 조마조마 하는 편이지만 선진국에서의 상담은 감기 치료 받는 것만큼 자연스럽다고 알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아직은 상담을 받으러 간다는 게 생각 뿐이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스트레스가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르치다 보면 신체가 아니라 정신이나 마음이 아픈 아이를 가끔 본다. 요즘 교사들이 힘들다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정신과 마음이 아픈 아이가 전보다 상당히 많아졌다. 교사는 엄밀히 말해 이쪽 전문가는 아니다. 관련 연수를 받고 더 관심 있는 분은 따로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받기도 하지만 책의 저자처럼 정신이나 상담을 전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 전문가는 아니다. 책을 읽어보니 역시 이런 분야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단 생각이 굳어졌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조금 아는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해서 아이에게 적용하는 게 어쩌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이나 마음이 아픈 아이는 전문가와 꾸준히 상담을 하고 치료를 받는 과정이 있으면 아까 이야기한 선배처럼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상담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선입견과 편견이 많기 때문에 그냥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다 못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데도 담임에게 감추는 경우도 많다. 담임이 아이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까 봐 두려워서이다. 내 경험상 오히려 미리 알려주면 아이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인데 아직 학부모들의 생각은 전자가 강한 듯하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고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보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또 하나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 하는 무조건적 낙관론 또한 아이의 치료를 늦추는 듯 싶어 안타깝다. 주위 어른들이 하는 말, " 나이 먹으면 괜찮아져. 아이가 다 그렇지 " 등은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흐려놓는 경우가 있다. 아울러 매년 행해지는 정서 행동 발달 검사는 허울만 좋을 뿐 제대로 된 검사가 아니라고 본다. 아는 지인 중에서 자녀와 함께 이 검사를 전문 기관에서 해 본 적이 있는데 문항 수가 진짜 많다고 한다. 너무 많아 도저히 거짓으로 할 수 없다고 한다. 초반에는 정상으로 나오게 거짓으로 체크를 하다가도 후반이 되면 지쳐서 제대로 체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하는 정서 검사는 문항수가 얼마 안 된다. 얼마든지 아이가 정상이 나오도록 부모가 나쁜 맘 먹으면 거짓으로 표시할 수 있다. 물론 제대로 체크하는 부모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교실에서 담임이 볼 때는 충분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다 정상으로 표시해 놓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부모가 자녀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객관화하지 않는 경우, 아이의 상태만 더 나빠질 뿐이다. 이게 바로 맹점이다. 검사는 하고 있지만 과연 판별해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제를 직시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정신과 마음이 아픈 아이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학교 현장에는 상담 교사 한 명 제대로 배치되어 있지 않다. 이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전임지에는 상담 교사가 상주하고, 전문 인력도 교육청에서 나와 힘든 아이가 있을 때 도움을 받았는데 그마저 사라졌다. 복지가 좋아지긴 커녕 더 나빠졌다. 중고등학교 사정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중고등학교 교사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음이 아픈 아이가 오는 곳이 다름 아닌 도서실 또는 보건실이라고 한다. 딸에게 물어보니 중학교에는 상담 교사가 있긴 하나 그닥 도움을 받고 있지는 않는 모양이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가슴에 품고 사는가. 닭장 같은 교실에 가둬놓고 8시간 이상을 공부만 하라고 하니.... 아이들이 미치지 않고 버티는 게 대견하다. 책을 읽어보니 자살을 작정한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것만 해도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현대인은 오롯이 내 말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단 뜻이기도 하다. 잔소리 하는 엄마, 훈계하는 선생님 대신에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 말이다. 상대에게 털어놓는 사이, 감정은 누그러지고 스스로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다. 학교 뿐 아니라 군대도, 회사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군대에서 계속 사고가 터지는데도 뭐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시 행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내 마음을 읽어줄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또한 감기 걸렸을 때 내과를 찾듯이 마음이 답답할 때도 자연스럽게 상담가를 만나러 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저자도 말했듯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들리는 말에 교육 1번지라 하는 곳에 소아정신과 또한 가장 많다고 한다. 이 말은 그만큼 그 곳에서 성장하는 아이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반증인 셈이다. 우리나라 아이의 행복지수가 왜 자꾸 최하위를 기록하는가! 바로 사회 구조가 아이들을 행복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경쟁에 내몰려져서 유아 때부터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배워야 하고, 초등학교부터 스펙을 쌓아야 한다. 중학생 이상은 항상 잠이 부족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 시간, 취미 생활을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성적으로만 평가 받는다. 그렇게 힘들게 대학을 졸업한다 해도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며 비싼 물가와 높은 현실에 가로막혀 삼포자로 살아야 한다. 연애도, 결혼도, 집 장만도, 자녀도 그저 꿈일 뿐이다. " 힐링 힐링" 외치기 전에 상처를 주지 않는 사회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학생은 학생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것은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는 말이다. 덜 상처 받는 사회, 상대적 박탈감을 덜 느끼는 사회를 만들어야 구성원이 좀더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터인데. 그 길이 요원해 보이니 갑갑하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무엇하나 정의로운 게 없어 보여 막막하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은 세 가지란다. 하나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을 해결하는 것. 둘째 스트레스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는 것. 셋째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것. 나 같은 경우에는 셋째 밖에 답이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