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의 화두는 2가지이다. 융합과 진로다. 학교마다 진로교육 때문에 직장 체험을 많이 다니는 모양이다. 지난 번 중1인 우리 딸이 친구 2명을 데리고 부모님 직장 체험을 다녀간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인근에 있는 중학교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한 모양이다. 난처해진 교감 선생님께서 나를 비롯해 2분의 선생님께 부탁을 하셨고, 좋다고 허락을 하여 중2 진로체험단 3명이 교실에 오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미리 말하지 않으면 지난 번처럼 엉겨붙고 흥분하기 때문에 전날 미리 말해줬다. "이번에 올 언니 오빠들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학교와 교실을 체험하러 오는 것이니까 너희들이 잘해야 해요. 너희들이 흥분해서 난리치면 선생님 꿈을 포기할 수도 있어요"라고 말해줬다. 수요일이 체험날짜인 줄 잘못 알고 화요일에 가게놀이를 잡아놨는데 미루면 아이들이 너무 실망할까 봐 어쩔 수 없다 하는 마음으로 그냥 강행했다.
무서운 중2병이라고 했던가! 교무실에서 첫 미팅을 하는데 전혀 그래 뵈지 않았다. 첫인상은 완전 범생이 느낌이었다. 교복을 다 입은 채로 탐방을 왔다. 이럴 때는 교복이 참 단정해 보인다. 9명 학생을 학부모 한 분이 인솔해서 오셨다. 인사를 끝내고 교실로 데려왔다. 간단하게 이름만 소개하고 교실 뒤에 마련한 의자에 앉히고 우린 가게 놀이를 시작하였다.
음식을 파는 가게도 있어서 체험단에게 떡꼬치와 과일 꼬치를 사서 줬다. 여기저기서 "싸요 싸요" 하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에 시끄러웠을 게다. 난 익숙한 소리인데.... 중간에 받아쓰기 채점을 부탁했다. 학생일 때 가장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교사만 할 수 있는 채점이 아닐까. 세 명이 나눠 하니 금방 끝났다. 다음에는 "친절한 가게 주인"투표를 하는데 투표 도우미를 해달라고 했다. 체험단의 도움으로 결과가 빨리 나왔다. 친절한 가게 주인으로 뽑힌 여섯 명의 아이는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4교시는 수학 시간이었다. 마침 또 놀이 마당이었다. 이 날은 완전 놀이 활동으로만 짜여 있었다. 체험단이 1학년은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하는 줄 알지도 모른다. 절대 아닌데....아니지 놀이도 공부의 일종이다. 짝과 연산하면서 하는 놀이인데 즐겁게 활동하였다. 마지막 나와 모둠장이 한 판을 겨뤄봤다. 날 이기면 그 모둠 전체에게 카라멜을 줬다.
점심은 밖에서 매식을 해야 해서 내보내줬다. 뭐 먹고 왔냐고 물어보니 학교 앞 상가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특하게도 우리 반 아이들 준다고 사탕 한 봉지를 사온 게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5교시는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 책 읽어주기-이므로 그 때 알림장 확인 받으면서 나눠주라고 하였다. 우리반 꼬맹이들은 사탕을 보자마자 눈이 반짝반짝 거렸다. 체험단 1명에게 나 대신 알림장 사인도 부탁했다.
5교시, <가부와 메이 >4권 후반부를 읽어주고, 만화 영화도 함께 봤다. 체험단도 관심 있게 보는 듯했다. 누가 봐도 재밌고 감동적인 내용이니깐. 드디어 체험단과 헤어질 시간이 되자 꼬맹이들이 너무 아쉬워했다. " 선생님, 언니 오빠들 내일도 와요?" 묻는다. " 아니,내일은 안 와" 하루임에도 금방 정이 들었나 보다. 아주 오래 전 처음 교생 실습을 갔던 때가 기억난다. 아차산 밑에 있는 동의초등학교로 실습을 나갔더랬다. 고작 1주일이었는데도 2학년 꼬맹이들과 정이 듬뿍 들어 헤어질 때 나도 아이들도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났다. 이 날, 우는 아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서운했었나 보다. 체험단이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부탁해서 다같이 책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했다. " 얘들아. 개구리 뒷다리~ ~ 해 봐" 찰칵!!
하교지도를 한 후, 체험단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이 학교는 협조 부탁하는 공문부터 제대로더니 일 하는 게 매우 체계적이어서 마음에 든다. 다른 중학교도 협조 요청을 했는데 이 학교가 가장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다. 아마 진로 담당 교사가 베테랑인가 보다.
체험단이 한 질문 중에서 기억나는 몇 가지가 있다.
1. 어떻게 교사가 되었는가?
- 고2 때, 약대를 가려고 생각 중이던 차, 형부가 평생 아픈 환자 보는 약사보다 싱그러운 아이들 보는 교대가 어때 ? 하는 제안에 넘어갔다. 그 때 처음으로 사대가 아닌 교대를 알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교사가 되었다.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러분은 중학교 때부터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2.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 업무를 다루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 그게 먼저다. 의사는 환자를 사랑해야 하며, 성직자는 신도를 사랑해야 하듯이 교사는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3. 교사로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
- 조금씩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때이다.
4.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언제 무엇인가?
- 독서에 관심을 가지면서 처음으로 했던 공개수업이다. <종이 봉지 공주>라는 그림책을 읽어주고, 모둠별로 역할극을 하는 수업이었는데 아이들도 나도 신 나게 했던 수업이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5. 교사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에 비해서 개성이 강해진 아이가 많아진 점과 실추된 교권이 마음 아프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도 체험단에게 몇 가지를 물어봤다.
1.왜 초등 교사가 되려고 하는가?
- 엄마가 중학교 교사인데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는 힘들 것 같아서.
- 2명의 답변은 못 알아 들었다.
2.학교 생활을 통 틀어 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세 명 모두 한 번도 없단다.
3. 어떤 교사가 가장 싫은가?
- 지루한 교사
- 감정 변화가 심한 교사
- 깐깐한 교사
인터뷰까지 끝내고 교무실로 내려갔다. 다른 팀들은 3-4학년이라서 조금 늦게 내려왔다. 다른 2분의 멘토 선생님들도 한결같이 이번 체험단은 아주 진중하고 예절 바르고 교사를 꿈 꾸는 사람 답게 성실하였다고 평하였다. 요즘 다른 반은 교생 선생님이 와서 조금 부러울 수도 있는데 더 싱그러운 중학교 언니, 오빠가 와서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체험단이 단체사진을 보내줬는데 " 개구리 뒷다리~~"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쁘다. 체험단도 지금 가진 꿈 꼭 이뤄서 좋은 선생님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은 우리 딸이 학교에서 진로 체험을 간다고 한다. 어딜 가냐고 하니 연극 공연단을 간다고 한다. 엥? 자신은 웹툰 작가가 꿈이여서 거길 지원하였으나 취소가 되어 희망자가 적은 곳에 가게 되었다고 한다. 진로 교육이 강조되면서 여러 가지 직장 탐방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장 사정 때문에 순탄하게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나마 학교는 열린 마음으로 체험단을 맞이하고 있으나 일반 회사나 자영업소는 체험단을 기피하는 곳도 많은 듯하다.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딸 같은 경우도, 자신의 꿈인 만화가를 체험하려면 만화 작업소를 찾아가야 하는 게 도움이 될 터인데 이런 저런 여건들이 허락지 않아 공연단을 찾아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꿈 따로 체험 따로라고 할까. 물론 다양한 체험을 해 보는 게 진로 교육의 일환이기도 하겠지만 알맞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여건들이 제공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빈 껍데기 뿐인 진로 교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 입장에서만 보면 체험단이 오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엄마 입장에서 보면 내 아이가 자신의 꿈에 맞는 진로 체험을 하길 바라기 때문에 더 많은 공간이 오픈되었으면 좋겠다.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과 직접 만화가가 작업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체험하는 것과는 굉장히 차이가 날 듯하다. 진로가 교육의 화두라면 좀더 내실 있게 이뤄졌음 하는 바람이 있다.
연극단을 체험하고 온 딸이 말한다. " 엄마, 연극배우들 연봉이 300만원이래. 씁쓸하지? 2-3달 연습해서 무대에 올려도 8만원도 못 받는대" 한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적은 액수다. 그걸로 생계 유지는 당연 불가능해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연극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란다. 물론 잘 나가는 연극 배우들은 연봉 7억을 벌기도 하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일이고... 연극단을 체험하고 나서 "연극배우"를 꿈 꾸는 아이가 과연 존재할까. 현실은 정말 이렇게 잔혹하다. 딸은 무엇을 느꼈을까! 기회 되면 더 대화를 해보고 싶다. 연극 체험도 했는데 춤을 잘 춰서 상품으로 CD를 받아왔다. 난 딸이 연극 배우를 한다며 고집하면 과연 허락할 수 있을까. 딸이 하겠다는 일도 먹고 살 만큼 돈 버는 일은 아닌데 말이다. 이상과 현실 , 큰 간극이 존재한다.
진로 체험 여건이 이러하니 좋은 그림책으로 간접 체험하는 방법도 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일과 사람 시리즈>이다. 도서정가제 실시되기 전에 이 빠진 책을 얼른 구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