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서유럽을 가기 위해서였다.

콜 택시가 오지 않아 리무진 버스 타는 곳까지 트렁크를 덜덜덜 밀고 걸어갔다.

리무진 버스는 인천공항까지 45분만에 데려다 줬다.

 

인솔자와 만나고 여러 가지 수속을 끝마친 후,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좌석 공간이 너무 좁았다.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난 중간이라서 화장실에라도 갈라치면 옆사람이 일어나야 한다.

이 상태로 11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파리를 가는 건가!

하지만 꿈은 어이 없이 깨졌다.

비행기 부품 결함으로 이륙을 하지 못한단다.

부품 교체 하는데 2시간이 소요되었다. 정작 가는 데는 20여분 이었으나 부품이 오는데 나머지 시간이 걸렸다.

그 좁은 좌석에서 견디느라 너무 고되고 지루하였다.

여행 하기도 전에 진을 다 뺀 듯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이 비행기가 무사히 파리까지 갈 수 있으려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난 이렇게 불안한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에어 프랑스여서 프랑스 사람들이 꽤 많았다.)

유럽을 여행하고 나서야 왜 사람들이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그게 유럽 사람들의 기본 자세였다.

불편해도 참는 것,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리는 것에 이골이 난 사람들이었다.

 

비행기는 염려와는 달리 무사히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하였다.

인천 공항의 위세와는 달리 파리 제1의 공항이라는데도 소박하였다.

비가 약간 흩뿌렸지만 이내 맑아졌다.

여행은 날씨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일정 내내 날씨 운이 있었다.

인솔자와 버스 기사의 의사 소통이 안 되어 버스를 잘못 탔다가 다른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도 달랐다.

크기는 45인승인데 좌석을 빼곡히 배치하여 57인승이었다.

팀이 26명이라서 널찍하게 앉아 다녀 외려 편했다.

 

곧장 관광이었다.

현지 가이드와 만나서 몽 마르뜨를 갔다.

예술가의 거리, 몽 마르뜨.

"몽"이 언덕이라는 의미여서 "몽 마르뜨 언덕"은 잘못된 표현이란다.

사람이 무지 많았다.

지인이 몽 마르뜨 가면,  카페 오레를 꼭 먹으라고 하였는데 먹을 시간은  커녕 구경할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였다.

기념 엽서만 샀다.

소매치기가 많다고 하여 잔뜩 긴장을 하여 지갑 꺼내기도 무서웠다.

예술의 거리 답게 거리 화가들이 아주 많았다.

언덕 입구에 있는 파리 성심 성당은 이슬람 사원처럼 동글동글 아주 예뻤다.

그 아래 많은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 파리 시내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많이 올라온 것도 아닌데 파리 시내가 다 보이는 게 신기했고, 파리의 건물들이 모두 낮은 것 또한 서울과 달리 특이했다.

서울은 온통 빌딩 숲인데 파리는 신시가지를 빼고는 모두 6층 이하의 건물들이었다.

버스를 타고 에펠탑으로 이동하면서 본 파리 시내는 방사형 거리로 참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전깃줄이 덕지덕지 없어서 좋았다.

거리가 더러운 게 좀 실망스러웠지만서도.

나 뿐만 아니라 파리에 온 사람은 파리병에 걸린다고 가이드가 말해줬다.

파리병이란 꿈에 그리던 파리와는 다른 모습에 급실망하는 병을 뜻한다.

 

현지가이드가 에펠탑 관람 예약을 해놓아서 기다리지 않고 올라갈 수 있었다.

줄이 아주 길~었다. 항상 그렇단다.

에펠탑은 사진이나 그림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위용이 있고 고급스럽고 아름다웠다.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아름다웠다.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탑이라고 하니.....

그냥 단순한 철 색깔이 아니라 금빛이 살짝 도는게 가이드 말로는 밀크 커피 색이라고 하였다.

철색은 당연히 아니고, 금색도 아니고, 고급스러운 색이 참 맘에 들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에펠"이 만든 300m의 탑으로 파리를 대표하는 문화재 내지 관광지라고 할 수 있겠다.

3단계로 나눠져 올라가는데 우리는 2단계까지 올라가 파리 시내를 조망하였다.

아까 몽 마르뜨에서 본 파리 시내도 멋졌는데 에펠탑 전망대에서 보니 더 멋졌다.

파리 날씨가 자주 흐리고, 변덕스러워 비도 자주 내린다는데 이 날은

쾌청해서 멀리까지 파리 시내가 다 보였다.

세느강도 보이고, 노트르담 대성당도 보이고....

살짝 노을이 지고 있어서 더 아름다웠다.

 

에펠탑에서 내려오니 약간 어둑어둑해졌다.

9시가 되어가는데도 빛이 있는 게 이상했다.

지난 주까지는 10시까지 해가 안 지고 있었다니 낮이 정말 길겠구나 싶었다.

세느강 유람선을 타러 갔다.

파리 야경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파리에 이렇게 한국인들이 많을 줄이야!

가장 자리 좌석을 맡아야 사진 찍기 좋은데 벌써 다 차서 가운데에 앚게 되었다.

파리 시내에 불이 하나둘 켜지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파리에 가면, 꼭 유람선을 타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도 깜깜할 때. 야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서울도 세느강 못지 않은 한강이 있고, 유람선이 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는다.

무슨 차이일까?

한강 주변에는 높은 아파트만 즐비하지만

세느강 양쪽에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있어 정말 낭만적이다. 그게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파리가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놔둔 채 개발을 하였다면

서울은 예전의 모습을 거의 다 부수고 개발을 하였다.

파리 시민들은 그래서 불편해도 참는다고 한다. 하도 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한다고 한다.

그 점이 가장 큰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 어디를 가도 2014년이 느껴지지 않고 중세가 느껴지는 반면, 서울은 궁궐에 가야 옛것이 느껴진다.

그러니 누가  돈 내고 한강 유람선을 타려고 할까!

세느강 유람선은 양쪽으로 중요한 건물이 다 있어서 비싸도 타고, 줄이 길어도 기다려서 타고,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단다.

불 켜진 에펠탑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너무 추워서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마음에 담고 있는데

딸은 추위도 아랑곳 안 하고 배 앞머리에 나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추위를 참고 고생한 보람이 있어 에펠탑 야경이 아주 멋지게 나왔다. 다른 일행들도 부러워하였다.

유람선을 탈 때는 꼭 두툼한 옷을 챙겨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겠다.

 

하루가 무척 길었다.

장시간의 비행에다 오자마자 관광까지.

인솔자 말이 3일까지 일정이 빡빡하단다.

가장 힘든 관광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빡빡하게 일정이 돌아가 시차 적응이고 뭐고 숙소 가서 자고, 모닝콜이 울리면 일어나 나왔다.

파리 사람들은 정말 바게뜨와  크로와상을 좋아하나 보다.

호텔식으로 나온 게 그게 전부다. 참 간단해서 주부가 편하겠다 싶다.

 

일찍 서두른 탓에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까지 보게 되는 행운이 왔다.

원래 밖에서만 사진 찍는 일정이었는데

개방이 되어 내부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뾰족뾰족 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노틀담의 곱추>로 더 유명해진 그 곳.

어제 유람선 타고 지나갔는데 직접 내부에 들어가니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된 성당의 모습에 압도되었다.

딸은 초를 사서 기도를 하고 단상에 올려 놓고 왔다.

여행이 무사히 끝나기를 기도하였다.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을 보러 갔다.

개선문이 샹젤리제 거리에 있었다.

유럽 여행에서 힘든 게 화장실 사용인데

인솔자가 돈 내고 가는 화장실은 사립 학교,

돈 안 내고 가는 화장실은 공립 학교라고 칭했다.

샹젤리제 거리에 맥도날드가 공립학교라서 얼른 들어갔는데

너무 지저분하였다.

샹젤리제 거리에 명품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하여 구경하려고 하는데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바캉스를 대부분 떠났기 때문이다.

바캉스의 어원이 원래 " 텅 비었다"인 것처럼 파리가 텅 비어 있었다. 원래는 교통 체증이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루이비통" 본점이 열려 있어서 가봤다.

검정색 양복을 입은 경비원들이 현관을 지키고 있어서 좀 기가 질렸지만 당당하게 들어가서 구경만 했다.

역시 본점 답게 럭셔리하였다.

중국 관광객들은 돈 구애 안 받고 물건을 잘 샀다. 어디서나 말이다.

샹젤리제 거리를 올라오면서 개선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곳이 바로 "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노래의 그 곳이다.

 

다음은 바로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모나리자 만큼은 꼭 봐야지 다짐을 하였는데 과연 인파를 뚫고 볼 수 있을까!

40만점이 전시되고 있다고 하니 세세히 보면 일 년을 봐도 다 못 볼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루브르 박물관 앞에 세워진 유리 피라미드는 좀 실망스러웠다.

이 것도 밤에 봐야 빛을 발할 듯 싶다.

루브르는 에펠탑보다 더 사람이 많았다.

수신기를 끼고 가이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려갔다.

모나리자 앞에는 역시나 사람이 많아서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는데

딸은 그나마 키가 작아서 이마만 봤다고 내내 안타까워 했다.

미술 교과서에서 보던 작품들이 내 눈 앞에 있으니 정말 신기했다.

역시 실물로 보니 감동이 배가되었다.

아쉬운 것은 시간이 1시간 정도 밖에 없어서 정말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점.

다음에 파리에 올 일이 생긴다면, 그 때는 루브르만 꼼꼼하게 몇날 며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나폴레옹 대관식>이었다.

어쩌면 옷감 하나하나 그렇게 세밀하게 표현을 하였는지. 그려진 사람만 해도 160여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경이로왔다.

 

스위스로 GOGO!!!

 

<tip>파리를 갈 때는 두툼한 옷과 우산을 꼭 챙기기.

유람선은 꼭 밤에 타기

소매치기를 항상 조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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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8-2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파리, 에펠탑, 세느강, 루브르박물관, 몽마르뜨, 노틀담성당.........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중 하나예요^^
스위스로 고고~~~ ㅎㅎ

수퍼남매맘 2014-08-25 18:51   좋아요 0 | URL
파리는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곳 중의 하나이죠.
전 조금 실망하긴(거리가 더러워서) 했으나 일 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루브르는 1시간 정도 밖에 못 봐 너무 아쉬워요.
집에 와서 계산해 보니 40만 점을 보려면
하루에 30작품씩 계산하고 매일 빠짐없이 관람한다손 치더라도 거의 37년이 걸려요.
어마어마한 양이죠.
꼭 가보세요. 꿈은 이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