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본교는 교생실습학교가 되었다.
내가 원해서 된 건 아니고, 윗분들이 원해서 되었다.
이거 하고 싶은 학교가 그렇게 많다나!
승진할 사람에게는 교생 실습 학교가 정말 중요하단다.
실습 교사들은 완전 파김치가 되어 가고 있다.
옆에서 보니 참 딱하다.
난 실습 교사 안 하길 정말 잘했다 생각하고 있다.
승진 안 할 거니 점수도 필요없지만서도
점수에 상관 없이 위에서 시켜서 하는 분도 꽤 있다.
지난 주부터 나의 후배들 즉 서울교대 2학년 학생들이 교생 실습을 오고 있다.
지난 주에 40명이 왔다갔고,
이번 주에는 다른 팀 50명이 와서 학교가 시끌벅적 바글바글하다.
지난 주 팀은 인사를 안해서 내가 먼저 인사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번 팀은 인사성이 아주 바르다.
교생들이 인사를 잘 안 한다는 항의가 실습 당담 교사에게 들어가 실습생들에게 인사 잘하라는 말이 들어갔나 보다.
하여튼 지난 주 실습생들보다 인사성도 바르고, 활기차다.
싱그러운 젊은이들이 정장 쫙 차려 입고 학교를 왔다갔다 하니 보는 이마저 즐거워진다.
역시 젊은피가 좋다.
난 교생 실습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반에는 교생 선생님이 들어오지 않지만
오며가며 마주치면서 옛날 내 모습도 떠오르고, 일단 보는 것만 해도 즐겁다.
말 들어보니 교생 실습반은 아이들이 교생들에게 엉겨붙어서 난리도 아니란다.
심지어 우리 일학년 아이도 남자 교생 선생님 본 지 2초 만에
"여자 친구 있어요?" 라고 물어봤다하니
고학년 교실은 오죽 하겠나 싶다.
교생 선생님에게 편지며 선물이며 볼 뽀뽀며 난리가 났다고 한다.
교생이 모두 가고 나면 아이들이 한동안 멘붕 상태가 될 성 싶다.
교생 후유증이라고 해야 하나?
나도 첫 실습학교에서 2학년 아이들을 맡았는데
떠날 때 아이들이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서 얼마나 놀랍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지난 주에는 아이들이 교생 선생님들의 진가를 모르다가 엉겁결에 헤어졌다.
그 아쉬움을 안 아이들이
이번 주에는 필사적으로 교생 선생님들에게 매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있을 때 엉겨 붙자."
드디어 교생 실습반을 지나가던 우리 반 꼬맹이가
" 왜 우리 반은 교생 선생님이 안 와요?" 물어본다.
" 응~ 부장님 반에만 오는 거야" 라고 대답해 줬다.
싱그러운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좋은데
동학년이 모이지도 못하고,
아이들은 붕붕 뜨고,
실습 교사들은 연구 점수를 얻는 대신 스트레스 엄청 받고,
옆에서 보는 동료 교사들도 덩달아 쫄아서 살고 있다.
학교가 너무 정신이 없고 빡빡하다.
지난 주 동아리 시간에 교생들이 참관하러 계속 들락날락하니
나도 아이들도 제대로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내일도 동아리 활동이 있는데 교생들이 들랄날락 거리겠지?
담임이 매일 먹는 밥이라면
교생은 특식이나 간식에 해당되니
아이들이 얼마나 설레고 좋아할까!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교생 실습 때문에 원화 반납도 1주 연장시켰다.
다음 학교가 부산인데 우리 학교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니 사정을 봐주셔서
이번 주까지 전시하고 보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