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공개수업이 좀 빨라졌다.

시기도 빠른 데다 5교시라서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문가는 주변 조건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지만서도

설상가상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에 알러지 비염까지 재발하여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공개수업 전날 주사를 맞아 몸살 기운(근육통)은 사그라들었지만

목소리는 코맹맹이에다 잘 나오지 않았다.

전날, 수업 시간에 사용할 인절미를 사놓지 않아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쑥찰떡을 밤새 녹였다.

아침에 일어나 콩고물을 발라 인절미를 만들었다. 휴우~~ 다행이다.

수업 시간에 쓸 중요한 준비물인데 깜박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건데 책읽기 수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책을 선정하면 흥미가 낮아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책을 선정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순오기님과 희망찬샘께 자문을 구해 몇 권의 책이 물망에 올랐지만

요즘은 옛이야기에 매력이 빠져 있어서 옛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책 선정을 가지고 며칠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옛이야기였으면 좋겠고 역할극으로 표현하기 좋은 책이었으면 싶었는데 마침

도서실에 새롭게 들어온 700권 중에서 한 권이 내 레이다에 잡혔다. 심 봤다~~

바로 이 책이었다.

 

따끈따끈한 신간인데다 "인절미" 즉 우리 전통 음식에 대한 이야기라서

수업하기에 딱이다 싶었다.

거기다 마침 독서 토론 연수를 받아 두 가지 팁을 얻었다.

수업 도입 부분과 정리 부분에 써먹으며 좋겠다 싶었다.

이렇게 책이 선정되고

도입과 마무리 활동이 선택되자 지도안 구상이 되었다.

책읽기 수업은 기존에 나와 있는 지도안이 전무하기 때문에

지도안 짜기도 온전히 내 몫이다.

 

하지만 정작 공개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상태가 좋아야 한다.

그런데 5월, 5교시 그 조건이야말로 수업이 어떻게 흘러갈지 판가름 짓는 중요한 변인이 된다.

1학년 아이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예상해야 한다.

 

공개수업 때문에 아이들에게 점심 먹고 오늘만큼은 바깥에 나가지 말고 교실에서 놀아라 하였다.

교실에 갇힌 아이들은 어찌할 줄을 몰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날씨도 화창한데 밖에 나가 놀고 싶은 아이들은 좀이 쑤셔 난리를 쳤다.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면 5교시 수업 때 과잉행동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

아이들을 모아 놓고 열심히 운동이라도 시켜 에너지를 빼는 게 낫겠다 싶었다.

무용 동영상을 틀어주고 무용을 시켰더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학부모들이 뒷자리에 한 분 두 분 서 계시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조금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아이들 보고 수업 중에는 인사 못하니 미리 부모님과 인사하라고 시간을 주었다.

자기는 엄마가 안 왔다고 하는 아이가 있어

"친구 부모님도 다 내 부모님이고, 선생님은 학교 엄마니까 서운해 하지 말고, 씩씩하게 수업 잘하자"라며 격려해 줬다.

1학년 아이들은 부모님이 참관을 오시지 않으면 굉장히 서운해 하고, 불안해 하는 경향이 짙다.

간혹 부모님이 참관오시지 않았다 하여 수업 훼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아이 부모님은 끝까지 오시지 않았는데 그 아이는 의젓하고, 씩씩하게 수업을 잘했다.

 

아마도 매 시간 수업을 하고나서 만족하는 교사는 없을 테다.

나 또한 매번 공개 수업을 하면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하지만 이번 공개 수업하고 나서는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 정리 부분에서 아이들에게 공개 수업을 한 느낌을 색종이로 표현해 보라고 하였을 때

아이들이

"웃는 입"  "웃는 얼굴" 등을 표현하였다.

그 이유는 수업이 재미있고, 즐거워서 하고 말해 줘서 기뻤다.

작년 공개수업 때는 한 아이가 자꾸 수업 흐름을 방해해서 수업 끝나고 나서 내내 찝찝했었다.

어떤 해는 부모님이 지켜보시자 아이들이 얼어서 평소보다 발표를 안 해 애를 먹은 적이 있기도 하였다.

이번 우리 반 아이들은 평소대로 잘해줬다. 평소대로 해 주는 게 가장 좋다.

(솔직히 짝과 함께 이야기 만들기와 모둠별로 역할극은 연습 때가 훨씬 잘했다. 아이들도 나름 긴장했나 보다.)

부모님이 지켜본다고 해서 기분이 업되어 과잉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지켜보니 평소보다 발표를 잘하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다. 무대 체질인가 보다.

 

선배 교사가 우리 반 아이들이 발표를 잘한다고 칭찬해줘서 기분이 으쓱해졌다.

그동안 목소리 크게 하라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잔소리를 해댔다.

후배 교사가 내가 책을 진짜 실감 나게 잘 읽어준다고 칭찬해줘서 또 한 번 기분이 업되었다. ㅋㅋㅋ

5교시에 책을 읽어줘야 하는데 중간중간 목소리가 잠겨서 걱정스러웠는데 그래도 목이 끝까지 잘 버티어 주어 고맙다.

좋은 수업이었다고 소감을 써 준 학부모들 덕분에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한 보람을 느꼈다.

책읽기 수업은 아이들도 책을 함께 읽는 것이지만 부모님도 함께 읽는 시간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어주면서 책을 통하여 자녀와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겉표지, 면지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깊고 나눌 이야기들이 참 많은데 그동안 우린 그런 것들을 너무 간과해 왔었다.

독후활동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책읽기 전 활동과 책읽기 활동은 너무 쉽게, 너무 빨리 지나쳐 버린 경향이 있었다.

내 수업을 통해 그런 것들을 깨달았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수업과 역할극이 재미있었고, 인절미가 또 먹고 싶다고 말해줘서 행복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콩고물 묻혀 인절미를 준비한 덕을 톡톡하게 봤다.

인절미 책을 읽고나서 인절미를 직접 시식해 본 것이 아이들이 재미있게 느낀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앞으로도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교사이고 싶다. 이번에 독서 토론 연수 덕을 좀 봤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두려워하지 않는 교사이고 싶다. 인절미 시식을 할까 말까 하다 하였는데 역시 한 게 좋았다.

매 시간은 아닐지라도 공개수업 만큼이라도 아이들이 기억에 남는 수업을 하고자 노력하는 교사이고 싶다.

(직히 매시간 수업을 이렇게 준비할 순 없다. )

무엇보다 좋은 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교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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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5-1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많으셨어요. 아, 그 수업 참관 정말 하고 싶네요. 입 안에 들어오는 인절미 하나와 함께 말이지요. 도입과 정리 부분에 사용하신 팁이 궁금합니다. 인절미 맛보기???
저도 지금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얼른 지도안을 짜야지 자문을 구할 텐데, 생각보다 진도가 계획에 맞게 나가지지는 않아요. 그래도 열심히, 두 주먹 불끈!!!

수퍼남매맘 2014-05-18 09:25   좋아요 0 | URL
도입에 써먹은 활동은 짝과 협력하여 네 가지 낱말(물론 그림책에 나오는 낱말이죠)을 가지고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거예요. 전 부엌, 시루, 인절미, 잔치 라는 낱말을 주었어요. 남자 아이가 앞에 두 낱말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면 나머지 두 개의 낱말로 여자 짝이 이야기를 완성하는 활동이에요. 의외로 창의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단 하나의 낱말로 하나의 문장을 만들라고 미리 말해주세요.
(예를 들어 부엌에 시루가 있었어요 는 안 돼요)
정리 부분 활동은 색종이로 내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활동이에요. 절대 연필을 써선 안 되구요.
찢거나 오리거나 구기거나 해서 "공개수업을 하고 난 느낌"을 색종이로 표현하는 거예요.
다른 수업에서도 써 먹을 수 있어서 저는 자주 애용해요.
이 활동도 아주 재미있어하고, 독창적인 것들이 많이 나와요.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이 표현한 것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구요.

희망찬샘 2014-05-18 17:34   좋아요 0 | URL
우와, 색종이 느낌 표현 좋군요. 한 번 따라 해 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