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진짜로 씨앗 심기를 하였다.
통합 교과서 <봄>에 씨앗 심기가 나온다.
그래서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지난 번에는 씨앗이 아니라 어린 모종을 심고, 그것도 거의 내가 다 심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처음부터 아이들 스스로 하게 하려고 어제 오후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자료실에서 모종삽, 강낭콩 씨앗, 옥수수 씨앗, 흙, 화분, 이름표 등등을 가져왔다.
4교시에 나가서 심어야 하는데
몇 명 아이들이 학습 속도가 너무 느려서
결국 5교시가 되어야 나갈 수 있었다.
저학년은 이렇게 학습 속도가 느린 아이들 때문에
계획했던 일들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속 상하게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알림장을 미리 쓰고
5교시가 되어서야
운동장에 나가 씨앗 심기를 모둠별로 할 수 있었다.
화분 구멍을 그물망으로 막고,
자갈을 깐 후
배양토를 담는다.
옥수수 씨앗 또는 강낭콩 씨앗을 네 알 심은 후
다시 흙을 살짝 덮는다.
물을 듬뿍 준다.
이제 " 인내심 "을 가지고, 싹이 트기를 기다려야 한다.
모둠별로 아이들이 다 심고, 난 물만 적당히 줬다.
내일 교실에서 모둠별로 이름표를 쓰면 된다.
새싹이 나는 씨앗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씨앗도 있을 테다.
어디서 먼저 싹을 틔울지 궁금하다.
모종이 아니라
직접 씨앗을 심어보니 더 정이 간다.
3월에 심은 모종들도 교실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난 식물 가꾸기 재능이 거의 없다.
기르다보면 꼭 시들게 해서 죄책감이 들어 집에는 화분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식물 기르기가 점점 재밌어진다.
고운 마음으로 식물을 기르는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 있다.
책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면
식물도 그런 것 같다.
리디아도 미스 럼피우스도 꽃을 기르면서 세상을, 이웃을 아름답게 변화시킨 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심은 씨앗이 잘 자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