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목소리가 콱 잠겨서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목이 따끔거리는 것은 약을 먹어서 좀 나아졌는데
수업을 하느라 계속 목을 사용하다보니 목소리가 완전 가버렸다.
어젯밤 집안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무조건 자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여전히 목소리가 안 나왔다.
교실에 와서 아이들에게 말을 하는데 내가 듣기에도 영 거북한 목소리가 나왔다.
하는 수 없이 인간 마이크를 사용하였다.
우리 반 중에서 목소리가 큰 아이를 불러
선생님이 한 말을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재방송하라고 부탁 하였다.
심@@이 아주 마이크 역할을 잘해 줬다.
처음에 부탁하였던 이@@는 부끄럽다며 거절을 하더니
4교시 정도가 되자 자기가 다시 마이크 하고 싶단다.
별걸 다 샘내신다.
목이 콱 잠겨 도저히 설명하는 수업은 할 수가 없어서
학교 시간에는 <학교 생활 그리기>를 하고
국어 시간에는 카드를 뜯고, 순서대로 맞춰보고, 자음자 쓰기를 하였다.
자투리 시간에는
<구름빵>애니메이션을 조금 보여줬다.
수학 시간에는 억지로 소리를 내서 공부를 하였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책 반납하러 갔는데
교실에 남아 있던 아이 둘이 싸워서 아이들이 신고를 하여
재판하느라 또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말을 안 해야 빨리 낫는데.....
둘의 이야기 들어보니 진짜 별거 아닌데 말다툼을 하였나 보다.
서로 화해를 시켰다.
오후에 한 어머니가 상담을 오셔서 또 말을 하고,
3시에 학부모 독서 동아리 팀장 세 분과 미팅이 잡혀 있어서
또 이런저런 말을 했더니 지금은 더 잠겼다.
학부모 독서 동아리를 관리하는 담당자라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여 잠깐 오시라고 하였다.
우리 반 어머니들 중에서 독서 동아리 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팀에 들어가도 될 듯하다.
물론 같은 반끼리 하면 더 자연스럽고, 빨리 친해지기 쉽겠지만
이렇게 반과 학년이 다른 분들이 모이는 것도 나름 장점이 있어 보인다.
세 팀 중에서 두 팀은 인원을 모집 중이라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해 보면 좋을 듯하다.
가장 오래된 <다락방>팀 어머니께서 독서동아리 사례집 한 권을 주고 가셨다.
2년 전 상경초에 처음 부임해서 1학년 담임하던 때로 기억한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간사님이 독서교육 강사로 오셔서 엄청 카리스마 있게 강의를 잘하셨다.
그 때 그 자리에서 결성된 학부모 독서 동아리팀이다.
그 팀이 꾸준히 모임을 하고 있었고
이렇게 변화된 자신들의 모습을 책으로도 펴내신 걸 보니 정말 감동적이었다.
문학 기행도 다녀오시고, 우리 교사 독서 동아리보다 훨씬 낫다.
내일도 목소리가 이 상태 그대로이면 인간 마이크를 또 사용해야 할 듯하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쑥스러워 서로 안하려고 하더니
후반부에 가니 서로 하겠다는 아이들이 몇 명 있다.
선생님 역할 놀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후후훗 귀여운 아그들!
책 좀 읽으려고 하면 자꾸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책이 재밌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유정 작가 최초 에세이가 나왔다고 문자가 왔던데....
아무튼 이 분 대단하다.
<7년의 밤>읽으면서도 여성 작가답지 않다고 느꼈는데
이 작품도 역시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든다.
다음에는 어떤 소설을 쓸지 정말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이다.
그런데
이렇게 재밌는 책을 읽는데도 자꾸 눈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