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호 교수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에 보면

지금의 학교에서

뭔가 다른 것을 해보려고 하는 소위,

개혁적인 교사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느끼는 것은

교장, 교감도 학생도 아니고 바로 동료교사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을 읽으면서 나도 몰래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이런 경험이 좀 있기 때문이다.

학교 사회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개혁을 하고자 의견을 내 놓으면

오히려 교장, 교감보다 동료 교사들이 지레 겁을 먹고,

" 뭘 바꿔? 그냥 하던 대로 해. "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깊은 슬픔을 느낀 적이 있다.

 

엊그제만 해도 그렇다.

이번에 독서교육을 담당하고서

2년 동안 운영했던 <책 읽어주는 엄마>를 좀더 다르게 운영하고자 기획을 올렸다.

작년까지는 책 읽어주는 엄마가 도서실에 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곤 하였다.

이게 한 학기에 2회로만 그쳐서 난 별로 효율성이 없어 보였다.

그냥 흉내만 낸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나처럼 매일 교실에서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가정에서도 부모가 책을 안 읽어주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살펴보자면

책 읽어주는 선생님도, 책 읽어주는 부모님도 만나지 못한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 아이들을 배려하고 고려하는 게

먼저라고 본다.

책 읽어주는 엄마라도 자주 와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게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1-2학년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하려면 그 횟수를 늘려야 하는데

도서실은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다른 학년 수업이 겹치기 때문에....

그래서 희망찬 샘이 했던 것처럼

아침자습시간에 책 읽어주는 엄마가 각 교실로 가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형태도 진행하면

격주로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거의 연 12회 정도가 나온다.

이것도 결코 많은 횟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작년에 비하면 3배 정도이니 그나마 도움이 될 듯했다.

마침 학부모 독서 동아리도 세 팀이나 있으니 이 엄마들을 잘 설득하여

운영하면 1-2학년 어린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을 선정하여 읽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획안을 올렸고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고 하신 교장, 교감님은 오케이를 하셨다.

 

그런데 교실로 엄마들이 찾아가는 것이므로 1-2학년 샘들께 여쭤봐야 할 듯하여

작년 것과 올해 것 중에 어떤 것이 좋겠냐 여쭤 보니

한 분 빼고(전교조 선배 교사다.) 모두 작년 것이 좋다고 대답하셨다. 순간 괜히 물어봤다 싶었다.

이유는 아침자습시간에 엄마들이 교실에 오는 게 싫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더 자주 그림책을 읽어주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보다

샘들의 아침자습시간이 누군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 일단 싫으신 것이다.

교장, 교감님의 허락도 있었겠다

이번에 독서교육이 학교 특색 사업이겠다

담당자인 내가 밀어붙여서 나가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담임들의 의견도 존중해줘야 할 것 같아

작년 방식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경우를 보면서도 역시 새로운 것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동료구나를 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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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3-0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당연히 선생님들도 좋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저희 학교는 고맙다고 하셨거든요.
아, 안타깝네요. 정말!!!

수퍼남매맘 2014-03-10 15:15   좋아요 0 | URL
정말이에요. 저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어요.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