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학년도 첫 부장을 하게 되면서 참 걱정이 많았더랬다.
교육과정도 새로 바뀌는 해이기도 하였고,
처음 해 보는 부장이라서 잘할 수 있을가 두렵기도 하고 말이다.
좋은 동학년 선생님들 만나서 일 년 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잘 지냈다.
모난 분도 안 계시고, 각자 학급 관리 잘하시고, 학년일에 협조적이셔서
초보부장은 정말 일 년 동안 근심걱정 없이 잘 지냈다.
이런 학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우리 엄마 말씀이 " 넌 인복이 많아!" 하시더니
이번에도 그랬다.
학년이 해산하면서 학년부장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고 선물을 하는 관례가 있다.
작년에 우리 학년 부장님은 동학년을 다 모아놓고
" 전 선물 안 받습니다. 학년부장이라고 해서 일 더하는 것 없고, 각자 학년에서 자기 할 일을 하는 건데
학년부장이라고 선물 받는 그런 관례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카리스마 있게 말씀하셨다.
그때 학년 회비 관리를 맡았던 나는 부장님 선물을 준비하려고 했다가
부장님의 생각이 너무 강경하셔서 거스를 수가 없었다.
남은 회비로 모두 양말 세트를 사서 동학년이 나눠 가졌다.
지금 그 때 산 양말을 신고 있다.
동학년이 의미 있는 선물을 사서 나눠 갖는 것도 그 때 동학년을 기억나게 하는 방법인 듯해서 참 좋다.
이 양말 신을 때마다 생각나니까 말이다.
마음 속으로 그 부장님의 언행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도 다음에 부장을 하게 되면 꼭 저렇게 말해야지 결심했더랬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 학년에서 그렇게 말했다가
선배님들한테서
" 했던 대로 해요" 라는 말을 들었다.
난 카리스마가 없었나 보다. ㅋㅋㅋ
내가 우리 학년에서 제일 어린 탓이겠지.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드릴 선물을 준비했다.
내가 선물 필요없다고 하는데도 굳이 주신다고 하니
몸둘 바를 몰라서 책이라도 한 권씩 드려야 마음이 편할 듯하다.
취향을 몰라서 세 종류를 골랐다.
보건 선생님도 우리 동학년이신데 이번에 전보를 가시기에 먼저 고르시라고 기회를 드렸더니 <인생 수업>을 고르셨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시는 두 분은 <책은 도끼다>를 고르셨다.
나머지 바로 윗선배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인생 수업>을 고르셨다.
나의 든든한 동기에게는 초등학교 딸들이 있으므로 <놓치면 안 될 우리 아이 책>과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 딸을 위해
<신기한 붓>을 선물하였다.
학년부장으로부터 마지막에 선물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기뻐해주셔서 다행이다.
나는 올해 비로소 이렇게 헤어질 때 조그만한 선물이라도 드려야 함을 깨달아서 실천하고 있는데
어여쁜 우리 후배는 이 학교가 첫 발령지인데 벌써 그런 소중한 가치를 알아
엊그제 청첩장과 함께 예쁜 양말 하나씩을 전교직원에게 돌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이도 어린데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였을꼬!
나이가 많다고 해서 마음이 넓고, 깊고, 통찰력이 좋은 것은 분명 아니다.
사람을 향한 사랑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 후배를 보고 다시 깨달았다.
그 후배는 매번 동학년 해산날, 동학년 샘들에게 작은 선물을 돌렸다고 하는 미담을 들었다. 음~~
나보다 어른이었군!
어제도 전체회식에서 전보 인사를 하는데 첫정이 잔뜩 들은 그 후배가 인사하다 말고 울어서 우리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물론 첫 발령지라서 남다른 애정이 간 것도 사실이지만(나도 첫학교 떠날 때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여러모로 정이 많은 후배였던 듯하다. 동학년을 한 번도 못해봐서 서운하네.
청첩장 잘 놔뒀다가 결혼식에 꼭 가야지.
이제 또 새로운 동학년 샘들을 만나게 되겠네. 기대된다.
새로운 아이들도 만나게 되겠네. 설레인다.
사랑 받는 동료, 사랑 받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