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3시 40분 경,
잠을 자다 문득 내 옆에서 자고 있는 아들의 숨소리가 거친 듯 느껴져 이마에 손을 대보니 불덩어리였다.
체온계로 재보니 39.5 였다.
잠들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새벽에 고열이 나다니....
얼른 집에 있는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이마를 계속해서 닦아줬다.
자다가 아이의 열을 느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와 아들 사이에 텔레파시가 있는 것처럼
아들의 열을 감지하고 절로 눈이 떠지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난 이걸 엄마가 가지고 있는 직감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엄마에게 주신 제6의 감각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통 때면 세상 모르고 쿨쿨 잠들어 있을 그 시각에
아이가 아픈 걸 감지할 수 있는 것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세상 엄마들은 나와 같은 경험을 여러 번 하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와 한몸이었던 아이여서 그런지 엄마와 아이는 연결되어 있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게다가 평소에는 잠이 많은 나지만
애가 열이 나면 밤을 꼬박 새운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이다.
열이 내려가는지, 언제 또 열이 올라가는지 꼬박 옆에서 지켜본다.
계속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이마를 닦아주면서 말이다.
그런데 엄마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온이도 오빠가 아픈 걸 감지했는지
자지도 않고 오빠 머리맡을 지킨다.
보통때는 우리 발밑에서 자는데 이날은 딱 오빠 머리위에서 떠나질 않는 것이다.
평소에도 오빠가 울면
가장 먼저 달려가 오빠 곁을 맴돌며 위로해 주는 게 온이다.
온이와 오빠 사이에도 텔레파시가 통하는가 보다.
거기까진 좋은데
물수건 하기 위해 떠온 물을 맛있게 먹기까지 한다. 그건 좀 아닌 듯한데...
감기에 옮을 수도 있고 말이다. (사람과 고양이 감기 바이러스가 다르다고는 하지만서도)
지난 번에도 물수건 하러 떠온 물을 마시고 그 근처에서 재부랑거리다가
체온계를 물이 담긴 그릇에 퐁당 빠뜨려 고장날 뻔했다.
열을 체크해야 하는데 체온계가 먹통이라서 그 날 밤, 난리가 났었더랬다.
이번에도 체온계를 빠뜨릴까봐 얼마나 조심했는지 모른다.
하여튼 오빠와 교감하는지 한시도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오빠 곁에 있는 온이가 난 신기했다.
그렇게 엄아와 온이는 아픈 아들를 밤새 지켰다.
반면, 아빠와 누나는 쿨쿨 잘 잤다.
엄마와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아들은 어제에 비하면 열도 한결 내려가고 기운도 차렸다.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페이퍼를 쓰고 있는 거지.
개학을 하여 단체 생활을 하는 바람에 독감이 빠른 속도로 번지는 듯하다.
아무리 가정에서 조심을 시키고, 예방 접종을 해도 걸릴 것은 걸리는가 보다.
아들도 누나만큼 더 학년이 올라가야 면역력이 생기려나 보다 생각해야지.
그래도 이제 밤 꼴딱 새며 아들 간호할 때 나 혼자가 아니라 온이가 옆에 있어서 좀 든든하다.
그런데 온이가 나와 아들을 차별한다.
아들 손은 살짝 깨문 후, 핥아 주는데
내 손은 이빨 자국이 나게 꼭 깨문다.
아들은 온이가 나와 자신을 차별하는 게 무지 좋은가 보다.
고양이도 어린 아이와 더 통하는 게 있나 보다.
아님 아들 덕분에 자신이 우리집에 오게된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