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이들과 생활할 날도 9일 정도 남았다.

앞으로 분반을 하고, 장기 자랑을 하고, 통지표를 나눠주면 아이들과 이별이다.

이 아이들의 새 담임 선생님이 책을 읽어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매우 희박하기에 남은 기간 만이라도 좋은 책을 읽어줘야겠다 다짐하고 이 책을 읽어줬다.

 

중국 당나라 시대 실존했던 화가 한간의 이야기이다.

특히 말 그림을 아주 생동감 있게 그려서 마치 살아 숨 쉬는 말 같았다고 한다.

그런 한간의 재주 때문에 이런 전설 같은 이야기가 생겨 난 듯하다.

아이들은 자주 볼 수 없는 중국 그림책을 아주 집중하여 잘 봤다.

우리나라 그림책과는 조금 다르고, 비단에 그려진 그림은 아주 고풍스럽다.

말이 나오니 지난 번 읽어주었던 책 <수호의 하얀 말>을 기억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책 참 슬프고 감동적이었는데.

읽어주기 앞서 우리나라 화가 중에도 말이 아닌 소를 잘 그린 분이 있다고 하니

" 이중섭"이라고 답을 말한다. 음~ 책을 많이 읽었군!

쉬는 시간에 도서실 가서 찾아 오라고 미션을 주었더니 세 명이 찾아왔다.

 

이 그림책에는 빨강색이 참 많이 나온다.

중국 사람들이 빨강을 행운의 색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라고 알려줬다.

아이들은 한간의 그림을 재현한 듯한 멋진 그림에 덕분에 아주 집중하여 그림을 눈여겨 잘 봤다.

그림책의 좋은 점이 바로 미술관에 온 것처럼 좋은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작가가 그린 이 그림책을 보면서 중국 당나라 때 유명한 화가였던 한간의 그림을 본 것과 다름 없는 기쁨을 맛보았다.

어쩜 말을 저리도 잘 그릴 수가 있을까!!!

 

붓과 종이를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한간은 어느 날 왕유의 은혜로 종이와 붓, 돈을 받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다른 것보다 특히 말 그리는 재주가 남달랐던 한간은 황제의 눈에 들어 궁궐에서 일하게 된다.

어떤 용맹한 장수가 한간이 말을 잘 그린다는 소문을 듣고 한간을 찾아와 말을 그려달라고 한다.

장수의 요구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말을 그린 한간은 그 말이 살아 숨쉬지 않자

불에 던져 버린다. 그 때 불구덩이 속에서 말이 뛰쳐나오고, 장수는 그 말을 타고 전쟁터를 향해 달려간다.

" 말을 잘 돌봐주십시오"라는 한간의 부탁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말이다.

 

용맹한 장수는 말 덕분에 전쟁에서 대승하지만 그의 욕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장수는 계속하여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죽인다.

먹지도 마시지도 잠도 자지 않고 전쟁터에서 혹사당한 말은 점점 더 초췌해져 가고,

전쟁터에서 나동그는 시체와 죽은 말들을 본 말은 슬퍼서 눈물을 뚝뚝 흘린다.

왜? 내가 그림에서 뛰쳐나왔을까 ! 하는 후회와

죽어간 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뒤섞인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불에 태워지는 게 싫어 그림에서 뛰쳐나와 생명을 갖게 된 말이였지만

이제 살아 있다는 것이 너무 절망스러운 말은 한간의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여기저기 피을 철철 흘린 채로 말이다.

말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말이 계속 장수 곁에 남아 있었다면 장수의 살륙은 끝이 없었을 것이다. 장수는 요술 말을 믿고 점점 더 포악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그 광인의 횡포를 막을 길은 자신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용맹한 장수는 처음에는 전쟁이 일어난 나라를 구하기 위한 순수한 애국심으로 말을 원했을 지도 모른다.

요술 말 덕분에 승승장구하면서 그의 초심이 변했을 수도 있다.

(그림책에서는 처음부터 장수의 모습에서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있긴 하였다. )

어찌 되었건 장수는 점점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하여 말을 혹사시키고, 나중에는 전쟁을 즐기는 자가 되어버린다.

말 그대로 광인이다.

장수의 모습은 끝없는 인간의 욕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말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그림 속에 스스로 갇히는 것을 선택하였다.

 

 

비슷한 주제를 담은 <신기한 붓>을 더불어 읽으면 좋겠다.

이 그림책도 그림이 무지 이뻐서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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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4-02-0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한 붓은 우리집에도 있어요. 우리 딸이 좋아하는 책이에요.

수퍼남매맘 2014-02-06 13:32   좋아요 0 | URL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죠. 그림이 이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