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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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몇 번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베스트셀러에 당당히 등극한 이 책은

보면 볼수록  드라마와 비슷한 점이 많다.

드라마 작가는 누구도 이 책의 가치를 잘 모르던 시절에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었나 보다.

이 책을 등장시킨 걸 보니 말이다.

난 이 책이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는 줄도 몰랐다.

요즘에는 이 책이 등장하지 않지만

초반에는 주인공이 책을 읽는 장면이 몇 번 나와서

나처럼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저 책이 무슨 책일까 심히 궁금했을 것이다.

아무튼 책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서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책에 나오는 토끼 인형 에드워드는 사랑을 받을 줄만 알았지 할 줄은 몰랐다.

이 토끼 캐릭터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기로 작정한 도민준 씨와 상당히 비슷하다.

게다가 에드워드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그때마다 다른 이름을 갖게 되는 것도

드라마 속의 도민준 씨가 매번 사망 신고를 하여 새 이름으로 태어나는 것과 흡사하다.

책을 읽는 내내 드라마와 비교하면서 읽으니 더 재미있었다.

 

자신을 끔직히 사랑해주던 애빌린 곁에 있을 때는 그녀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쥐뿔만큼도 몰랐던 에드워드는

유람선 여행을 떠났다가 바다에 빠지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된다.

그 시련 덕분에 무감정이었던 에드워드는

자신을 거쳐간 여러 사람들을 통해 하나하나 소중한 감정들을 배워나간다.

그 감정들 중에는 기쁨과 행복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희노애락이 다 들어 있다.

                                    

                              애빌린의 집에 있는 에드워드                            바다에 빠진 에드워드

 

 

에드워드를 맡았던 주인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새 주인은 단언컨대

가난한 오누이 브라이스와 사라이다.

애빌린만큼이나 끔찍하게 에드워드를 사랑했던 사라 루스가

그 가녀린 몸으로 마지막 숨을 가쁘게 몰아 쉴 때는 정말 가슴이 먹먹하였다.

아무 잘못도 없고 착하디 착한 사라 루스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야 하는지.....

에드워드는 사라 루스를 통해 사랑도 배우지만 슬픔도 배우게 된다.

여동생이 그토록 사랑했던 쟁글스(에드워드의 새 이름)를 되살리기 위해

쟁글스를 인형 가게 주인에게 양도하는 브라이스의 그 절절한 사연을 읽을 때도 어깨가 들먹여졌다.

브라이스의 사랑은 내가 소유하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보여주는 예였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면 때가 되면 자녀를 과감히 보내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에드워드는 이집트 애빌린의 집에서 가장 멋진 옷으로 치장하고 호사를 누릴 때는 몰랐던 그런 소중한 감정들을

여기저기를 헤매며 만나게 된 가난하고, 헐벗고, 연약한 자들의 사랑을 통해 배우게 된다.

드라마 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되었지만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정말 충분히 감동을 주고 깊은 울림을 주는 멋진 책이었다.

 

누구에게나 에드워드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가장 사랑하고 아껴 주는 사람은 어쩐지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고, 그 소중한 존재 가치들을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다.

에드워드가 애빌린의 사랑을 안중에 없어 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애빌린에게서 멀어져 혹독한 세상살이를 통해

애빌린의 사랑을 되씹어 보고 그 고귀한 가치를 느끼게 되는 것처럼

우리 또한 그런 어리석음을 자주 범하곤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야 부모님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봐야 내가 얼마나 상대방을 사랑했는지 깨닫게 된다.

" 있을 때 잘해!" 라는 것을 알면서도 살면서 너무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이 책은 에드워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고 나에게 경고해 준다.

헤어지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내 주변에 나를 사랑하는 이들을 아낌없이 사랑하라고 말이다.

부모님, 남편, 수퍼남매, 친구들, 선후배들, 학생들...

그들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것을 매순간 소중히 여기라고 말이다.

 

또 하나 이 책을 칭찬하고 싶은 점이 있다.

에드워드를 돌봐주고 그에게 소중한 감정들을 일깨워 준 사람들이

하나같이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에드워드가 애빌린의 집처럼 윤택한 가정들을 전전하였다면 감동이 절감되었을 테다.

하지만 하나같이 가난한 자들이 에드워드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준다.

그들의 사랑을 통해 에드워드는 인생을 배우게 된다.

독자는 에드워드의 여행을 통해 세상의 약자들이 사는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몸은 가난하지만 마음만큼은 부자인 그들의 세상 사는 법을 보게 된다.

부잣집에서 호의호식했지만 감사할 줄도 사랑할 줄도 몰랐던 에드워드와

가난하고 시한부 인생을 살지만 죽는 순간까지 에드워드를 아낌없이 사랑했던 사라 루스

둘 중에 누가 더 행복할까?

떠돌이 에드워드를 돌봐줬던 이들은 세상적으로 볼 때는 가난하였지만

그들이야말로 사랑을 줄 줄 아는 진정한 부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에드워드를 돌봐줬던 가난한 이웃들

 

어제가 설날이었다.

친척들과 지인들에게 "대박 나세요. 부자 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덕담을 주고 받는 걸 보게 된다.

어떤 복을 바라는 것일까!

진정한 복이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더 풍성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우산에 톡톡탁탁 부딪히는 소리

커피 한 잔의 그윽한 향기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왁자지껄 신 나는 윷놀이 한 판

작년보다 훌쩍 자란 자녀들의 세배

울림을 주는 그림책 한 권

 

이 모든 것들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진정 복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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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2-0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베스트셀러 1위인 이유가 있었군요. 별그대를 가끔 보는지라....ㅎㅎ
설 명절엔 맛있는 커피를 한잔도 마시지 못했어요.
입에 딱 맞는 커피 마실때 '아 행복해!'하는 소리가 절로 나와요^^

수퍼남매맘 2014-02-02 11:55   좋아요 0 | URL
별그대 자주 안 보시는군요. 요즘 이 드라마 보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에요. ㅎㅎㅎ
에궁! 세실 님은 원두 커피 좋아하는데 노란 커피를 주로 드셨나 보군요.

순오기 2014-02-0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그대는 재방재재방 하는 거로 띄엄띄엄 봤지만 거의 다 연결이 됐어요.
이 책이 궁금하네요~ ^^

수퍼남매맘 2014-02-03 21:33   좋아요 0 | URL
책 아주 좋습니다. 내용도 진지하고, 사진이 잘 안나와서 좀 그런데 그림도 참 멋스럽습니다.
작가가 뉴베리상 수상작가라서 믿을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