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연수가 끝났다. 정말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강사님들 모두 커다란 울림을 주셨고,
"독서"가 아니라 왜 "독서교육"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갖게 되었다.
조금 지쳤던 마음이나 매너리즘에 빠졌던 상태에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후배들 중에도 밤마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는 사람도 생겨났고,
앞으로 맡은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어주겠다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야말로 돈오점수의 상황이다.
함께한다는 것은 커다란 힘을 준다.
이번 연수가 공지되자마자 독서동아리샘이 알려주고, 다같이 연수를 받자고 의견을 모으고
뜻을 같이하는 샘들에게 문자를 돌려 5명이 함께 연수를 받았다.
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동지가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을 준다.
선배님, 후배들과 함께한 연수였기에 더 뜻깊고 더 의미가 있었다.
물론 매일 점심 메뉴 정하고, 맛있는 것 탐방하는 재미도 컸다. ㅎㅎㅎ
혜화동(대학로)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이 연수를 들은 교사 한 명 한 명이
이제 개학하고나서 자신이 맡은 아이들에게 서서히 달라진 모습들을 보여줄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감동스럽다.
함께했던 영양사샘이 어떤 직무연수에서도 보지 못했던 역동적인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실은 여름 연수 때가 더 뜨거웠었는데....
그만큼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연수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오늘은 직접 1: 1 토론 2 : 2 토론 실습 하였는데도 정말 진지하게 열심히 토론을 하였다.
배우고 익혀 교실에서 써 먹으려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매 시간마다 질문하게 하고,
강사들로 하여금 오버타임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전혀 불만이 없었다.)
여름과 겹치는 강의가 2개였던 게 흠이라면 흠이었는데
6개월만에 들으니 그 사이 많이 잊어버려서 또 새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생로병사의 비밀>을 연출한 신성욱 PD의 "뇌과학 " 이야기였다.
교육계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분의 이야기, 그것도 뇌 이야기는 정말 신선하고, 충격적이었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좌우뇌 신화를 믿는 분이 현실에서 아주 많기에 신 피디님의 뇌 과학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좌뇌는 논리적 부분을 담당하고, 우뇌는 창의성을 감당한다고 지금까지 알고 있는데
이 가설은 벌써 오래 전에 뇌과학에 의해 뒤집혀졌다고 한다.
몇 가지 기억나는 것들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1.뇌는 통합적으로 작용을 한다.
2.뇌는 일정 나이까지 발달하고, 그 이후에 쇠퇴하는 게 아니라 죽을 때까지 발달한다.
3.침팬지와 인간의 뇌가 99% 일치하는데 단 1%에 의해 인간이 침팬지와 구별된다.
4.그 1%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바로 뇌과학인 셈이다.
5.그 1%는 오랜 시간 동안 휴먼 스킬(human skill)의해 침팬지와 구별되어진 것이다.
6.휴먼 스킬의 대표는 바로 아이를 품 안에 안고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7.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자는 것은 휴먼 스킬이 아니다. 아이가 혼자 잔다고 독립 선언을 할 때까지 부모의 품 안에서 함께 자는 게 좋다.
8.만 12세를 기억하라. 이 때까지는 완전한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즉 이성이 아직 온전하지 못하기에 부모가 잔소리를 하더라도 그 때 뿐이고, 금방 잊어버린단다. 물론 정리정돈도 안 되는게 당연하단다. 뛰는 것이 당연하다. 10분 이상 집중을 못한다.
9.인간의 뇌는 50대 중후반 정도에 최대 성능을 가진다고 한다. 즉 통찰력 등이 이 때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10. 인간의 선택은 무의식에서 먼저 결정을 내리고, 감정을 담당하는 뇌가 선택을 한 후, 비로소 입을 통해 나온다.
생각한 다음 말한다는 것은 이런 면에서 거짓이다.
교사와 부모라면 꼭 이 분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뇌를 이해하면 아이를, 남편을 훨씬 잘 이해할 듯하다.
우리 학교 학부모 연수 때 꼭 강사로 초청하고 싶은 분이다.
피디 님이 보여주신 " 안 보이는 고릴라 " 동영상이 던져 주는 의미도 참 감동적이다.
부모는 자신이 아이에게서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아이의 안 보이는 것을 보고자 노력하는 태도를 가지라는 의미였다.
예전에 이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난 고릴라를 보지 못 했다. ㅋㅋㅋ
수퍼남매의 안 보이는 고릴라를 찾으려고 노력해야지. "주시"가 아니라 "응시"를 해야 보인다고 하니 명심하자.
그 다음 강좌는 바로 오늘 강사셨던 이영근 샘의 강의였다.
<아침독서신문>에서 이 분의 칼럼을 매달 읽고 있었는데 동일인물인 줄은 강의를 듣다 쉬는 시간에 직접 찾아가 질문을 드려 알게 되었다.
솔직히 신문 칼럼을 볼 때 어떻게 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어?
하면서 건성건성 읽을 때가 많았다.
오늘 강의를 들어보니 이 분은 정말 교사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존경심이 우러났다.
아침에 기타와 노래로 아이들을 맞이해 주시고, 함께 싱어롱을 하고,
전체를 향해 화를 낸 적은 일년에 한 번,
점심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며 주변을 관찰하고,
아이들이 "영근 샘" 이라 부르게 하고, 토론을 자주 하고,
민주적인 학급 문화 등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거의 신의 경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을 위해 바쁘게 사는 분이었다.
영근 샘이 토론 부분을 맡아 강의를 해 주셨는데 아주 귀에 쏙쏙 잘 들어오고
무엇보다 실습을 통해 토론을 경험하게 하여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토론이야말로 독서교육의 꽃이라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도, 해 본 적도 없어서 두려움이 많았다.
물론 한 번의 실습으로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음~ 다음에 고학년을 맡게 되면 꼭 토론 수업을 해 보고 싶다.
우리 1학년 꼬맹이들과도 한 번 해볼까나! 아주 쉬운 논제로 말이다. ㅎㅎㅎ
백 그라운드 음악으로 틀어준 백창우 선생님의 음악도 아주 근사했다.
아! 마지막에 라이브로 노래를 들려주셨다.
강사가 마지막에 노래 선물을 준 것은 처음이다. 가사가 심금을 울렸다.
현직교사가 쓰신 곡인데 교사라면 모두 공감할 그런 노래였다. 완전 감동이었다.
5일간 30시간의 연수가 끝나고,
후배들과 함께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거기서 건져온 책들이다.
무겁게 들고 왔더니 아이들이 "엄마, 집에 있는 책을 또 사 왔어? "
도대체 어떤 책이 이미 집에 있단 말이야?
집에 있는 책 목록 정리를 언제 날 잡아서 해야 할 듯하다.
아무튼 강의 내용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정리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