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 님의 서재에서 본 이 책이 맘에 들어 방학하자마자 한 꼭지씩 꼭꼭 씹어 읽고 있다.
희망찬샘 님의 질문처럼 책이 왜 도끼지?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레 든다.
도끼하면 좀 으시시하지 않는가.
서문을 보니 "책은 도끼다"는 말은 카프카의 말이었다.
"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음~ 멋지군! 이 구절 또한 나에게는 도끼군!
얼마전 지인이 중3 아들 친구 모임에서 본인과 아들만 유럽 여행을 접게 되었다고 한다.
몇 년 동안 적금을 부어 이번 겨울 방학 때 유럽을 가기로 계획한 것인데
막판에 남편분이 아들 공부에 방해된다고 여행을 못 가게 해서 다른 팀은 모두 가는데 본인들만 못 가게 되었다고 한다.
휴~정말 안타깝다.
그 말을 들은 날, 이 책의 어떤 부분을 읽게 되었다.
그 분의 남편분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이 책을 알고, 이 구절을 읽었더라도 아내와 아들의 유럽 여행을 못 가게 했을까.
남편분에게 읽어주시라고 이 부분을 복사해 드렸다. 오지랖도 넓지.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는 것 같아 조금 죄송했지만 너무 안타까워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선배님은 남편에게 이거 읽어줘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했다.
왜 아니겠는가.
남편의 그런 행동이 한 두 번도 아니었을 테고.
기껏 적금 모아 계획한 여행도 못 가게 한 권위적인 남편을 이런 책 한 구절로 바꿀 수 있을려나.
그렇긴 해도 혹시 이 구절이 남편의 생각을 깨부수는 도끼가 될 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으로 복사해서 드렸다..
이 구절이다. 저자의 가치관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삶은 목걸이를 하나 만들어놓고 여기에 진주를 하나씩 꿰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주는 바로 그런 삶의 순간인 것입니다.
딸아이가 중학교 3 학년일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삼 주 정도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더니 난리가 난 겁니다.
삼 주면 수학 수업, 영어 수업을 몇 번이나 빠져야 하는지 아느냐는 거죠.
얘기끝에 가족이 내린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아마도수학을 놓치고 영어를 손해볼 거다.
하지만 평생 아이가 가져갈 수 있는 순간, 우리가 살면서 문득 떠올릴 수 있는 순간,
마지막에 당신은 뭐가 생각나느냐는 질문을 받고 떠올릴 순간,
이런것들 하나가 생길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책은 도끼다> 50쪽
두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다르지 않는가.
무엇이 두 아버지의 차이를 만드는 걸까.
부디 선배님의 남편분이 도끼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한 순간의 행복이 중요함을 깨닫길 바란다.
수학 문제지 한 쪽, 영어 단어 10개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음을 말이다.
이 책이 정말 좋다.
이 책은 나에게 도끼질을 마구 해댄다.
보지 못한 것들을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느끼고 깨닫을 수 있는 촉수를 가지도록 훈련시켜 준다.
이런 울림을 나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