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들이 전교에서 책은 제일 많이 읽을텐데

독후감 강조를 나도 안 하고 집에서도 안 하니

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이번 도서실 이벤트 수상자를 보니 우리 반이 제일 적다.

한 명 이벤트에 응모해서 상장을 받았다.

읽는 것까지는 어찌어찌 해도 쓰는 것은 더욱 귀찮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하는 경우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책 좋아하는 엄마 아빠인데

수퍼남매만 해도 독후감 써 볼래? 하면 입이 앞으로 쑤욱 나온다.

어쩌겠나? 억지로 시켜봤자 좋은 독후감이 나올리 없으니 기다릴 수밖에.

 

다니엘 페낙도<소설처럼>에서 책을 읽고 나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누리라고 했으니

실적을 위한 독후감을 아이들에게 쓰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가끔씩 내가 읽어 준 책들은 이렇게 독서일기를 쓰게 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해 보도록 할 것이다.

 

엊그제 읽어준 <야쿠바와 사자> 1-2권을 읽고 여학생 김 @@가 써 온 독서일기인데 수작이다.

다른 어린이들에게 읽어주니

" 와! 여자 서@@이다. "라고 칭찬을 해 준다.

하여튼 별명도 잘 짓는 우리 반 아이들이다.

 

읽기는 사람을 풍성하게 하고,

쓰기는 사람을 정확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내가 해 보니

쓰기는 읽기의 10배 정도 힘든 것 같다.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도 정말 여러 번 수정을 거친다.

하물며 독후감은 더 그렇지 않겠는가!

쓰기 위해서 한 번 더 훑어 봐야 하고,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쓴 것을 몇 번이고 수정해야 한다.

그러니 일기 쓰기도 싫어하고 귀찮아 하는 아이들인데

독후감은 오죽하랴!

읽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다.

언젠가는 자신이 쓰고 싶어서 스스로 연필을 잡을 날이 오지 않을까!

사람과 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선생님이 야쿠바와 사자라는 책을 읽어 주셨다.

나는 야쿠바가 고민 끝에 사자를 살려 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야쿠바는 참 대단하다.

왜냐하면 자기가 사자를 죽여야만 동물을 사냥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대 사자를 안 죽였으니까 대단하다.

나라면 동물을 사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 사자를 죽였을 거다.

엄청 재미있었다.

그 책은 죽이는 것도 용기있는 것이지만

죽이지 않는 것이 더 큰 용기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 아! 죽이는 것보다 죽이지 않는 것이 더 큰 용기구나!' 라고 생각했다.

나도 앞으로 나무나 동물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3시 5분-> 3시 40분)

댓글 : 와! 진짜 멋진 독후감이네! 출판사에 보내고 싶어지네.

책벌레 서@@를 대신해 줄 새로운 별이 탄생하였다.

 

지금, 함박눈이 그야말로 펑펑 내리고 있다. (오후 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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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12-12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회 마지막 책읽기에서 이 책을 읽어주신 어머님께서 아이들 수준에 맞을까 무척 걱정을 했는데 2학년 아이들이 엄청 몰입해서 듣더라고 이야기 해 주시네요.

수퍼남매맘 2013-12-12 21:3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반응이 엄청 뜨거웠어요.
단순한 그림과 명확한 주제가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추해요.

희망찬샘 2013-12-13 07:01   좋아요 0 | URL
모임 선생님은 고학년 아이들에게 이 책 읽어주고는 박수를 받았대요. 저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읽어줬는데, 크게 반응하지 않아 섭섭했던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