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하러 일어났을 때는 밤처럼 깜깜해서 몰랐다.
점점 밝아지니 하얗게 눈이 쌓인 게 보였다.
아침마다 책상에 올라가 멀리 창밖을 내다보며 낭만 고양이가 되는 온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베란다 밖을 응시하고 있더니
난생처음 만난 눈을 보고 있었나 보다.
아이들을 깨우면서
" 얘들아, 눈이 엄청 쌓였다" 알려줬다.
차에 쌓인 눈 치우느라 지각할 것 같아 차는 놔두고 걸어서 학교로 갔다.
(다음에 이사할 때는 반드시 지하주차장 있는 곳으로 가야지. 겨울만 되면 너무 불편하다.)
아들과 딸은 가는 도중에 눈뭉치를 만들어서 깔깔 거렸다.
눈이 그리 좋나!
운동장에 도착하니 온통 눈세상이다. 멋지긴 하구먼!
아들 기념 사진 한 장 찍어줬다.
적당한 시간을 봐서 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눈놀이 나와야겠구나 생각했다.
주무관님과 몇 분 선생님이 열심히 눈을 치우고 계셨지만
난 교실을 비우면 우리 반 꾸러기들이 난리를 칠 것 같아 교실로 올라왔다.
내일모레 전학 가는 친구에게 쓰는 카드를 모두 완성하면
눈놀이를 데리고 나가겠다고 하니
그동안 수다만 떨던 아이들도 쓱싹쓱싹 손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3명 정도가 다 완성을 못 했지만 데리고 나가서 눈놀이를 하게 했다.
평소에 장갑을 끼고 다니라고 했더니
한 명 빼고 다 장갑을 끼고 와서 신 나게 눈놀이를 하였다.
우리 반 포함 3반이 운동장에 나와 눈놀이를 하였다.
눈덩이를 친구에게 던지면 다칠 수도 있으니 그 점 유의하라고 했더니 잘 지켜줬다.
30분 정도 놀았나!
신 나는 눈놀이를 하고 들어오니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잘 움직이지 않는단다.
아이들 손도 녹일 겸 어제 못다 본 <고녀석 맛나겠다> 영화를 끝까지 보여줬다.
역시 책을 먼저 보고나서 영화를 보는 게 훨씬 좋다.
영화는 원작과는 달리 해피엔딩이었다.
저학년 좋은 점이 이렇게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공부할 것 알차게 하고도 여유가 좀 있다.
작년보다 이번 교육과정은 공부량이 20% 줄었기 때문에 좀 더 여유가 있다.
2월에도 공부를 해야 하므로 국어와 수학은 천천히 나가고 있고
통합은 워낙 활동이 많아서 여유를 부리지 못하지만
그래도 눈놀이 정도 할 여유는 있어서 참 좋다.
고학년 하면 진도 나가기 바빠서 눈이 와도 왔나보다 하고 구경만 시킬텐데
아이들과 이것저것 할 수 있어서-원래 그게 더 추억이 되는데-다행이다.
진도에 쫓기다 보면 정말 아이들과 아무 것도 못 한다.
눈놀이 하면서 그렇게 신 나 하는 걸 보니 나도 기쁘다.
나는 덜덜 떨고 있는데 아이들은 진짜 추운 줄도 모르나보다.
방학 때까지 몇 번 더 눈이 올까!
차를 못 가지고 다니고, 걸을 때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잔뜩 긴장해서 어깨가 욱신거리고, 녹을 때 엄청 지저분하지만
우리 고양이 온이까지 넋이 나간 듯 쳐다보는 것을 보니
눈은 분명 하늘이 준 선물인 듯하다.
온이도 눈 구경 시켜주면 강아지들처럼 좋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