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실에 들어온 아들의 표정이 별로 안 좋아 보여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은근슬쩍

" 혹시 모범상 받았니?" 묻자

입이 쭈욱 앞으로 나오더니

" 나도 글씨 잘 썼는데 상 못 받았어" 한다.

'음~ 그거였군!"

어제 여러 가지 시상식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반에서 뽑은 5명에 대한 모범상 시상과

도서실이벤트 시상 그리고 1-2학년은 바른 글씨 쓰기 대회 시상이 있었다.

아들은 아무런 상도 못 받아서 서운해서 얼굴 표정이 @ 씹은 표정이었던 것이다.

쳇!

그러길래 엄마가 도서실이벤트라도 해 보자고 꼬셨는데 지가 결국 안 해 놓고는 이제와서 상 타령이냐!

제 딴에는 평소에 쓰던 글씨보다 또박또박 써서 은근 상을 기대했나 본데

객관적으로 상 탈 실력은 아니다.

저는 노력도 안 했으면서 상을 바라는 아들의 욕심을 보면서

우리 반 아이들 마음도 저랬겠구나 하고 되짚어 본다.

 

한 편 누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상에 대한 욕심도 없다.

저녁 밥상에서 슬쩍 상에 대해 물어보니

선생님이 아예 상을 안 주셨단다. 엥? 까먹으셨나!

모범상 투표도 안 했다고 한다. 난 아이들이 직접 투표해서 뽑았다.

딸은 사교성이 좋으니 기대해도 되려나! 아니면 말고.

어릴 때 큰 상을 여러 번 타서 그런지 딸은 오히려 상 욕심이 없고

아들은 누나가 큰 상 타는 것을 봐서 지켜봐서인지 상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첫째와 둘째의 차이도 있어 보인다.

욕심 있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은데.

아이들 성향이 다르니 더 재미나다.

 

결국 아들은 저녁 밥상 물리고 나더니

저 혼자 뒤돌아서 훌쩍훌쩍 운다.

못내 상 못 탄 게 아쉬운가 보다.

" 아들아, 네가 교실에서 많이 울어서 모범상 못 받은 거야. 울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잖아!

내년에는 모범상 타도록 조금 노력하자"

이상은 높고 현실은 낮고 그게 문제로다.

기분이 쳐진 아들을 위해서

온 식구가 병뚜껑 알까기를 했다.

오랜만에 큰소리로 웃었다.

남편이 계속 꼴찌를 하는 바람에(내가 남편 뚜껑을 아웃시켜서)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들 기분도 씻은 듯이 나아졌다.

웃음이 만병통치약!

예전에는 누나한테 지면 씩씩거리던 아들도

오늘 게임 하는 모습을 보니 지는 것도 인정할 줄 알았다.

그렇게 너의 리듬대로 서서히 자라는 거겠지.

상을 탈 때가 있으면 못 탈 때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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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3-12-1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욕심 많은 아드님^^ 공부 잘하겠어요.
얼마나 속상했으면......
오홋! 병뚜껑 알까기 재미있을듯. 병뚜껑을 일단 모아야겠네요.

수퍼남매맘 2013-12-11 12:58   좋아요 0 | URL
저희 가족은 요구르트 윌 뚜껑으로 했는데 딱이더라고요.
욕심은 많은데 노력을 안하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