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연수 때 추천받은 책이다.
강사들이 자주 인용하는 책읽기에 대한 10가지 권리가 실려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찾은 보물은 바로 이 글귀이다.
건너뛰며 읽을 권리에 나오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과 건너뛰어도 좋을 부분을 아이들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지 않고 누군가가 아이들 대신 결정을 해버린다는 것 참으로 무모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들은 무지막지한 커다란 가위를 손에 들고,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다'고 판단되는 대목은 무턱대고 잘라내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된다. "모비딕"이며 "레 미제라블"이 졸지에 150페이지짜리로 줄어들어 형편없이 절단되고, 훼손되고, 쪼그라들고, 말라비틀어진 몰골이 되었다가, 종국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답시고 빈약하기 짝이 없는 언어로 아예 다시 씌어지는 참담한 지경에 이를 테니 말이다!
완역본이 아닌 축약본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영화 <레 미제라블>이 흥행하면서
어린이판<레 미제라블>도 잇따라 나오는 걸 봤다.
어린이판으로 안 나온 명작이 없을 정도로 정말 발 빠르다.
심지어 그림책으로도 나온다.
이렇게 두꺼운 5권 짜리 책이 32쪽 그림책으로 나오다니.
진짜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간추리지 못할 텐데 말이다.
자랑스럽게 그 책을 읽었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아이가 읽었을 책은 싹둑싹둑 잘려 나간 다름 아닌 축약본이었을 텐데...
제대로 그 작품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아이가 성장해서 온전한 5권 짜리 레 미제라블을 다시 찾아 읽을까!
연구 결과 어릴 때 축약본을 읽은 아이가 성장해서 완역본을 읽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렵다고 해서 완역본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얼마나 많은 명작들의 축약본이 만들어지고 있는가!
그걸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명작을 읽혀야 한다면서 사주고, 읽어라 강요한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과잉된 명작 사랑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저지르게 만든다.
학부모들이 이런 책들을 아이들에게 사 주니
출판사는 계속하여 이런 축약본들을 만들어내고... 악순환이 계속 된다.
이걸 다니엘 페나크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프랑스에도 이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었나 보다.
아이들 스스로 완역본을 읽다가 어려워서 또는 지루해서 건너뛰는 것은 괜찮지만
어른들이 마음대로 완역본을 싹둑싹둑 가위질하여 축약본으로 만드는 것은 무지막지한 일이라는 것이다.
참담한 일이라는 것이다.
읽다가 어려우면 건너뛰고 읽을 권리를 아이들에게, 어른들에게도 주도록 하자.
아직 아이가 명작을 읽을 준비가 안 되었다면
축약본을 들이밀 게 아니라 기다려 주도록 하자.
설사 어른이 되어서도 안 읽는다면 어쩌겠나?
우리에겐 아무 거나 읽을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를 누려~~(개콘 버전으로)
이 글귀를 읽으니 용기가 생긴다.
언젠가는 <모비딕>에 도전하고 싶어진다.
지루한 부분은 건너뛰면 좀 어때?
<다니엘 페나크> 라는 프랑스 작가가 궁금해진다. 20년 교사 생활을 하였다고 하니 더 궁금하다.
상당히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 나와 있는데 한 권도 못 읽었구나!
동화도 꽤 있는 것 같다.
아직 읽어야 할 책들이 너~ 무 많다.